나로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복음화

2001. 1. 10. 오후 5:35:09

글자

천주교 부산교구 2001년 사목교서

 2001년 사목교서

 

나로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복음화

 

  사랑과 자비의 하느님 아버지께서 2001년 새해를 맞이하여 우리 교구의 모든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그리고 모든 가정과 본당 및 기관 공동체에 은총과 평화를 가득히 내려주시기를 빕니다.

 

  우리는 지난 2000년 대희년을 ‘새로운 복음화의 해’로 정하여 우리 신앙을 이웃에 전하는 선교적 삶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너희는 온 세상을 두루 다니며 모든 사람들에게 이 복음을 전하라”(마르 16,15)는 말씀을 실천한 결과, 본당 공동체가 새로워지고 이웃에 복음의 기쁜 소식을 두루 펴는 새 지평을 열었습니다. 우리의 노력의 결실로 많은 형제들을 하느님의 품안으로 영접하였고 그 사실을 본당 순방 때마다 확인할 수 있어서 하느님께 큰 영광을 드렸습니다. 2000년 대희년, 참으로 은혜로운 해를 보내면서 그 동안 수고하신 교구민, 수도자, 사제 여러분 모두의 노고를 치하하며 감사드립니다.

  한편, 우리는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알찬 계획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너무나 당연하면서도 잊어버리기 쉬운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을 복음화의 길로 인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이 먼저 복음화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2001년은 ‘새로운 복음화’의 큰 방향 안에서 우리 자신 스스로의 복음화에 주력하여 내적 영성을 키우고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확립시키는 데 역점을 두는 ‘나로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복음화’라는 주제를 교구의 사목 방향으로 정하려고 합니다.

 

  그리하여 가장 먼저 교구민 여러분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나로부터 시작하는 복음화를 위한 계속교육’입니다. 신자로서의 배움은 특정 기간에 국한될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통하여 지속되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굳건히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러한 계속교육을 통해 우리 각자는 교회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신원을 분명히 인식하고 주어진 사명을 능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개개인 각자는 성서를 항상 가까이 하기를 권합니다. 우리가 믿고 따르고 또 전하는 그리스도가 어떤 분이신지를 더 잘 알고 느끼기 위해 열심히 성서를 읽고 묵상하고 나누는 삶이 우선되어야 하겠습니다. 본당별로는 특별히 올해 계속교육 프로그램을 한 가지 선정하여 본당 사목 계획에 포함하기를 권고합니다. 또 본당에서는 특정 전례주년이나 성월에 맞추어 강연이나 교육을 체계적으로 계획하도록 하십시오. 참가 인원이나 경제적 여건에 맞추어 지구별 운영도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구 차원에서는 신학원, 평신도 사도직 신앙학교, 반장교육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적으로 운영하고 널리 홍보할 것입니다.

  이 모든 신자 계속교육의 열쇠는 무엇보다 신자 여러분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참여입니다. 여러분이 외면한다면 아무리 훌륭한 교육 프로그램도 효과가 없으며, 지속적 성장이나 영적 쇄신도 불가능합니다.

  한편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계속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성 생활을 게을리 하지 않는 일입니다. 우리 모두의 영성 생활화를 위하여 주일미사는 물론 평일미사 참례와 기도 생활을 권고합니다. 미사에서 우리는 우리와 함께 기도하시는 예수님을 만납니다. 말씀과 성체를 통하여 우리는 자신을 뛰어넘어 자신의 실체를 만날 수 있고 자신을 바로 볼 수 있습니다. 기도 생활은 계속교육에서 대단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지식으로 얻을 수 있는 하느님께 대한 생각은 기도로써 하느님과의 관계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기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할 때는, 하느님의 뜻에서 벗어나는 제멋대로의 기도가 될 수 있습니다. 한편 기도, 특히 묵상기도가 없는 계속교육은 체험되지 않는 기도로 머물기 때문에 공허할 뿐입니다. 이렇게 계속교육과 기도 생활은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함께 실천하여 성덕에로 나아가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두 번째로 ‘사제 평생 교육’도 이루어져야 하겠습니다.

  사제들의 평생 교육의 목적은 “하느님께서 주신 그 은총의 선물을 생생하게 간직하시오”(2디모 1,6)라는 성서 말씀대로, 신품성사에서 받은 은혜의 불이 꺼지거나 시들지 않고 언제나 새롭게 피어나도록 하고 사제 생활을 통해 인간 성숙에 이르게 하며 교회와 사회에 예수 그리스도처럼 봉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있습니다. 한국 주교회의 ‘사제 평생 교육 위원회’에서 이미 사제 평생 교육을 위한 준비를 전국 차원에서 하고 있지만, 우리 교구에서도 자체적으로 올해부터 시작하여 이를 준비, 연구하는 위원회를 구성하려고 합니다. 이 위원회를 중심으로 연차별 사제들의 사목직 수행의 단계와 사목 현장의 상황을 고려하여 사제 평생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사제의 안식년 기간이 단순한 휴가의 의미를 넘어 직접적 사목 직책에서 벗어나 다양한 장소에서 영적, 사도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기가 되도록 배려하겠습니다. 이 사제 평생 교육에 대해, 신자 여러분은 사제들의 지속적 교육이 사제 개인뿐만 아니라 교회의 발전과 성숙을 위한 것임을 받아들여 새 사제를 양성한다는 자세로 관심과 기도를 쏟아주시기 바랍니다.

 

  세 번째로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는 교회의 모습입니다.

  우리 주위에는 장애인, 실직자, 도시빈민, 행려자, 독거 노인, 소년 소녀 가장 등 그 외에도 소외된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 대부분은 그들을 외면하거나 아예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모든 이를 사랑으로 감싸고 보살펴야 하는 교회 공동체에서도 나타납니다. 그들이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다른 사람들에게 소외당한다는 사실과 이러한 부정적인 편견에서 오는 사회적 장애라고 합니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라는 예수님의 말씀과 “쓰다 남은 것만을 애긍할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필요한 몫에서 나누어주어야 한다”(사목헌장 88항 참조)라는 가르침을 명심하여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소외된 이들이 동등한 이웃으로 인정받고 평등한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하며, 그들을 위한 복지의 궁극 목표인 완전한 참여를 통한 사회적 통합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본당에서는 그들을 바로 알게 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그들을 위해 시설 등 여러 면에 많은 관심을 가지며 그들을 다양하게 도와주기 바랍니다.

 

  네 번째로 ‘지역사회와 구체적으로 함께 하는 삶’을 강조합니다.

  우리 가톨릭 교회는 다른 종교에 비해 신자수가 그리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우리에 대한 사회의 기대가 큰 편입니다. 그에 비해 우리 교구나 각 본당은 지역사회와 접촉이 미약하며,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 사회 복지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본당은 지역사회의 구성원들이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고 자기 완성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일을 봉사의 영역으로 삼아야 합니다. 각 본당이 지역 안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본당의 공간과 시설,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데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본당은 또 지역사회가 벌이는 활동이나 어려움 등에도 동참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봅니다. 신자들이 이러한 사회적 관계를 적극적인 신앙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정신적으로 준비시켜주는 것 또한 본당의 할 일입니다. 신자들의 계속교육이나 예비자 교리 교육 내용에도 사회와 교회의 올바른 관계, 그리스도인으로서 사회 안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도록 권고합니다.

 

  친애하는 교구민 여러분,

  다시 한번 지난 한해 동안 본당 사목자를 중심으로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애써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2001년 새해도 ‘새로운 복음화’는 결코 중단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히려 나 자신의 복음화를 통하여 하느님의 복음 선포는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제들은 “사제의 첫째 의무는 하느님의 복음을 모든 사람에게 전하는 것임”(사제교령 4항 참조)을 명심하고, 거창한 계획보다 본당의 여건에 알맞게 작지만 알찬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꾸준히 실천하고 평가함으로써 앞날을 준비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당부드리거니와, 교회의 앞날의 주인공이 될 어린이, 청소년들의 선교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그리스도께서 완수하신 구원의 은혜를 이 지역 사회와 우리의 관심을 필요로 하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도록 함께 노력합시다. 우리의 작은 노력이 쌓이고 모이면 화합과 통일의 그날도 더 빨리 다가올 것입니다.

 

  여러분과 가정에 주님의 풍성한 은총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2000년 12월 3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부산교구

교구장  주 교  정 명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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