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 반에 여수로 가는 배가 있다고 한다. 선착장이 두 군데라서 주의 깊게 미리 확인해 두어야 한다. 숙소에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몇 번이나 작별인사를 하였다.
삼호교 옆에 있는 선착장에 도착하니 같은 시각에 백도를 향하는 유람선이 있단다. 심사숙고와 갈등의 단계를 거쳐 원망스러운 그 바다에 다시 가 보기로 했다. 용훈호보다 훨씬 큰 배이지만 파고가 높아 많이 흔들린다. 날씨가 좋은 가을을 택한다는 나의 의도를 무색하게 하는 바다 날씨가 연일이다. 이슬비와 가랑비가 번갈아 내리다가 멎기도 한다. 한 시간을 달려 상백도의 서측에 접근했다.
 |
|
| ▲ 상백도의 등대섬 |
|
| ⓒ 강경원 |
| 등대섬 앞에서 보니 오른 편에 나룻섬, 왕관바위, 탕건여가 보인다. 등대섬의 전면은 깎아 지른 해식애다. 그 꼭대기에 하얀 등대가 보인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관광객이 섬에 오를 수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관광객들은 막무가내로 암석과 식물을 채취하였다고 한다. 그 결과 천혜의 자연환경이 크게 훼손되어 2012년까지는 이 섬에 오를 수 없게 되었다.
 |
|
| ▲ 상백도의 삼선암 : 시스택 |
|
| ⓒ 강경원 |
| 백도의 명칭에 대한 유래는 일백 개에서 하나가 모자라는 99개의 섬이란 의미에서 한자로 일백 백(百)에서 하나를 빼어 백(白)으로 불렀다는 속설도 있으나 사실상 섬의 수는 모두 39개다. 섬의 색깔이 희어서 그렇게 불렀다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
상백도에는 시루떡바위, 병풍바위, 물개바위, 매바위, 삼선바위, 형제바위, 한반도바위, 촛대바위, 부채바위, 거북바위, 물개바위, 지네바위 등 많은 기암들이 있다. 하백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서방바위, 이혼바위, 각시바위, 쌍돛대바위, 진돗개바위, 성모마리아바위, 예술가바위, 원숭이바위, 궁성바위, 석불바위 등 수 없이 많다.
형체에 따라 다양하게 이름을 붙이고 전설을 만들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동일한 것을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부르게 된다. 예를 들면, 나룻섬을 거북섬으로, 노적섬과 합쳐서 비행기섬으로도 부른다. 또 같은 이름이 두 군데 있기도 하다. 거북바위는 상백도와 하백도에 각각 하나씩 있다.
이런 저런 이름을 붙이고는 있으나 형상마다 규모가 달라서 분류기준이 없는 것 같다. 형상에만 너무 치중하여 관광을 하는 행태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형상은 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암석 형상들이 생겨난 원인, 기후조건과의 관계, 식생들의 성장조건 등도 함께 알아보면 더 값진 여행이 될 것이다.
 |
|
| ▲ 해수에 의해 용식된 타포니 |
|
| ⓒ 강경원 |
| 백도는 화성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략 중생대 말 백악기에 큰 압력으로 밀고 올라온 마그마가 지하 깊은 곳에서 굳어서 화강암이 된 것 같다. 그 후 땅이 융기하고 침식을 받게 된다. 위를 덮고 있던 다른 퇴적암이 침식됨으로써 화강암은 점차 지표 가까이에 놓이게 된다.
이렇게 되면 내부에서 풍화작용이 활발해져서 암석에는 균열이 생기게 된다. 광물의 조성과 조직에 따라 수직으로 혹은 수평으로 쪼개지는 방향이 결정된다. 백도는 수직으로 쪼개져서 수많은 절리가 발달하였다. 그 결과 전반적으로 기둥모양의 암석이 많이 생긴 것이다.
 |
|
| ▲ 노적섬과 나룻섬의 일부 : 일명 비행기섬 |
|
| ⓒ 강경원 |
| 마그마 중에 석영, 장석, 운모 질 외에 다른 성분들이 뭉쳐져서 또 다른 암석들을 화강암 사이에 형성하게 하였다. 아직 풍화되지 않고 화강암에 박혀 있는 암석도 많이 있긴 하지만, 일찍이 풍화되어 군데군데 구멍들을 형성하기도 했다. 안내인은 그것을 새들의 아파트라고 불렀다.
그것은 풍화와 염분을 함유한 해수의 용식에 의해 생긴 타포니(tafoni)이다. 화강암 사이에는 위로 길게 향하는 띠 모양의 암석이 박혀 있는 경우도 도처에 보인다. 이것은 암맥(dyke)이다. 화강암 사이에 또 다른 성분의 마그마가 균열을 따라 끼어 든 것이다. 멀리서는 무슨 암석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각진 기둥들은 해수에 녹아서 둥글게 마모된 부분도 많다. 그리하여 많은 구멍, 각진 암석들, 둥글게 돌출하거나 파인 암석들이 다양한 형태를 연출하는 것이다.
 |
|
| ▲ 화강암의 수직절리와 그 사이의 암맥 |
|
| ⓒ 강경원 |
| 바위 틈 사이에는 모질게도 식물들이 뿌리를 내린다. 주로 난대성 희귀식물이 많이 있다. 멀리서 보아 노란색 꽃이 만발하였다. 원추리꽃 같기도 하고 갯고들빼기 같기도 하다. 군데군데 보랏빛의 해국도 많이 보인다. 120여종의 희귀식물이 있다고 하니 나로서는 알 재간이 없다. 이처럼 난대성 식물이 많은 것은 남쪽이라 기온이 높은 탓도 있겠거니와 쿠로시오 해류의 온도가 높은 것도 한 몫 한다.
 |
|
| ▲ 하백도: 기둥같이 생긴 서방바위가 돋보인다. |
|
| ⓒ 강경원 |
| 마파람이라 불리는 동풍이 요 며칠 매우 강하다. 이 곳 사람들은 이 계절의 마파람은 나쁜 일기를 말하는 것이라 한다. 백도의 동쪽을 돌아갈 때에는 배가 많이 흔들렸다. 이틀 전에는 동풍이 너무 강하여 서쪽 반만 보고 온 분들이 날씨에 대해 투덜거리고 볼멘소리로 고생만 했다고 푸념했다. 날씨는 잔뜩 흐렸으나 그런대로 운은 좋았다. 끝내 보고 가는구나 하는 만족감으로 백도 여행을 끝냈다. 돌아가는 길은 홀가분하고 그 시간은 매우 짧았다.
 |
|
| ▲ 하백도의 해식동 |
|
| ⓒ 강경원 |
|
 |
|
| ▲ 하백도: 해식애와 해식동 |
|
| ⓒ 강경원 |
| 숙소에 다시 들러 점심을 푸짐하게 먹었다. 오후 배 출발까지 두어 시간이 남아 고도의 팔각정에 오르기로 한다. 가는 길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서 살펴보니 거문 초등학교의 가을 운동회가 진행 중이다. 나 어릴 때의 운동회 문화는 4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았다.
다시 영국군 묘지를 지나 고도의 동쪽 깊은 곳까지 걸었다. 길은 좁고 제멋대로 난 것 같다. 빽빽한 삼림에 묘지들만 즐비했다. 분위기가 음침하고 한적하여 죽음의 땅처럼 느껴진다. 시간 관계상 발길을 돌려서 팔각정에 올라 다시 한 번 거문도를 조망한다.
숙소에 들러 작별인사를 다시 했다. 선창으로 나오니 막 여수에서 가고오고호가 도착했다. 바로 그 때, 악! 나는 놀라서 나 혼자만이 들을 수 있는 작은 소리를 질렀다. 내리는 사람 중에 일부 단체가 이제 막 수리를 끝낸 용훈호에 타는 것이 아닌가. 제발 오늘은 백도엘랑 가지 말기를...
 |
|
| ▲ 백도의 대강을 나타낸 지도 |
|
| ⓒ 강경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