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탄생

2007. 5. 21. 오전 9:40:17

글자


멀리 떨어진 곳에서 소임을 하던 동기 수녀님과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수녀님은 더 연세 높으신 수녀님과
열 명이나 되는 자녀(?)를 둔 가정공동체,
즉 자활꿈터(그룹 홈)에서 엄마역할을 하는
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수녀님의 일상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성무일도를 바치고
미사를 드린 후
아침 식사 준비를 하고
일어나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깨워서
유치원과 학교를 보낸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오전을 보내고, 이어서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한 짐 벗어놓은 아이들의 옷가지 등 여러 종류의 빨래를 하고 나면
시장을 다녀온답니다.
아이들 간식과 공동체의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서지요.

그 이후의 나머지 시간은 아이들의 숙제를 도와준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바쁜 소임을 하는 수녀님은
말을 하는 내내 얼굴이 밝고 환했습니다.

언니로서 엄마로서, 유치원 아이부터 고등학교 삼 학년 학생까지,
부모님도, 성격도 다른 아이들을 가슴으로 품어 안으며
알콩달콩 살아가는 수녀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저의 마음도 친 가족 못지않은 따뜻한 정이 흐르는 듯했습니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가족의 탄생이 아닌가요?

한두 명의 자녀를 둔 집도 일거리가 만만치 않다는 소릴 들었었는데,
어른 수녀님을 모시고 무려 열 명이나 되는 아이들의 뒷바라지를 하는
수녀님을 보니 고마움과 함께 그 수고에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비록 온전한 친 가족은 아니지만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존중하면서 한 가족처럼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오래오래 사랑하면서 또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이룰 수 있도록.’


행복지기 수녀 드림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