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내 수녀의 구연동화 데뷔기
“이제 저 혼자서도 정리할 수 있으니까 얼른 가서 어린이 동화구연 준비하세요.”
도서홍보 책 정리가 얼추 끝나갈 무렵, 미사가 시작되려면 무려 30여 분이나 남았는데도
함께 정리를 하고 있던 언니 수녀님은 저를 재촉합니다.
본당으로 도서홍보를 나갈 때마다 좀처럼 빠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어린이 미사 때 신부님 강론을 대신 하는 동화구연입니다.
그날은 바로 제가 첫 데뷔를 하는 날이었기에 미리 가서 준비하라는
언니 수녀님의 배려였습니다.
그동안 준비하면서 긴장할 대로 긴장해서인지,
미사 때 막상 어린이들 앞에 서니 배짱도 생겼습니다.
의연한 마음으로 별 사고(?) 없이 동화구연을 마치고 내려오는 저는,
마음으로부터 응원해 주었던 언니 수녀님의 환한 미소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저 자신도 스스로 대견해 하고 흐뭇해했습니다.
다음날, 교중 미사 즈음 갑자기 제 이름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어? 엄마! 여기에 어떻게 오셨어요?”
며칠 전, 동화구연을 제의받고 스스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우연히 어머니와의 전화통화 중에 내비쳤던 저의 근심 어린 목소리가
그 누구보다도 저를 잘 아는 어머니의 처지에서 볼 때 마음에 걸렸었나 봅니다.
전혀 생소한 본당이라서 딸의 얼굴만이라도 보려던 기대를 접어야 했던 어머니 셨는데
이곳을 아신다는 총구역장님과 함께 무려 1시간 반을 달려온 것이었습니다.
“내가 어제부터 기도를 하긴 했는데 도대체 몇 시에 하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여기 총구역장님도 같이 기도했다. 그런데 망치지 않고 잘했어?”
순간 다 큰 딸의 동화구연 데뷔(?)에 그토록 마음을 쓰셨다는 사실에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그런 작은 것에도 함께 해준 어머니의 마음이 가슴을 찡하게 했습니다.
제가 그렇게 맘 편히 구연동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저를 생각하고 위하는 사랑의 마음이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작고 사소한 일에도 함께 해주는 어머니의 마음을 보며
성모님은 얼마나 더 속속들이 나와 함께 하고 계실까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에겐 자식의 모든 것이 소중하듯이 말이죠.
어떤 낯선 곳을 가게 될 때 두려워하지 말라는, 걱정하지 말라는
어른 수녀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성모님이 먼저 가서 그곳을 준비하고 계신다면서요.
내가 걱정하며 기도하는 그 이상으로 그곳에서 먼저 터를 닦고 계신다는 말씀을요.
행복지기 수녀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