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는 물/ 도 종환

최유진

2004. 9. 20. 오후 6:35:47

 

 

얼마전 피정갔다 아침 산책길에 찍은 사진이예요

초록빛 밤송이가 가을을 느끼게 하기에 올려봅니다

 

그윽안 가을날에

시한편 감상하면서 마음을 다독여볼 수 있으시길 바라며...

 

 

 

멀리 가는 물/ 도 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렵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길을 가지 않는가.

 

때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Les beaux jours(아름다운날들)- Andre Gagnon"

댓글 1

  • 2004년 9월 20일 오후 11:50

    유진아, 너무나 마음에 드는 글이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