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

2006. 3. 25. 오후 10:56:17

글자

공 복

                 - 최문자 -

 

꼭 삼일만 금식하고 싶었다

내 몸에 걸쳐진 것들을 다 치우고

세상이 켜 놓은 몸속의 전원을 다 내리고

어디를 짚어도 출렁거리지 않는

빈 내장을 갖고 싶었다

너무 환한 발가벗은 알몸의 달빛

그 말씀 아래서 있기만 해도

마를 것 마르고

부풀 것 부풀면서

공복과 시간이 같이 돌아가는 사이사이

포만의 가루가 부슬부슬 삭아 떨어지는

육질의 털들이 다 뽑혀 나가는

그런 그런

배고픈 기도를 드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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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최문자의 '공복'이다. 금식기도를 해본 사람은 안다. 한 끼 금식도 경건하게 마음을 가라앉힌다. 출렁거리는 것이 다 가라앉고 빈 마음으로 다가서면 왠지 말씀의 소리가 더 가까이 들리는 듯하다.

  채우는 것보다 더 극기를 요하는 것이 비워내는 것이라는 것을 알면 사는 일은 더 어려워진다. 그만큼 조심하게 되고 경솔하지 못하는 것이다. 마음을 비우는 일은 곧 살을 비우는 일이므로.  - 신달자/시인

 

<3월26일자 평화신문>에서

 

 

< 그레고리안-Tears in Heaven >

댓글 1

  • 2006년 3월 29일 오전 2:02

    공복은 자기와의 의지에서 행해지는 것이니 힘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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