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복
- 최문자 -
꼭 삼일만 금식하고 싶었다
내 몸에 걸쳐진 것들을 다 치우고
세상이 켜 놓은 몸속의 전원을 다 내리고
어디를 짚어도 출렁거리지 않는
빈 내장을 갖고 싶었다
너무 환한 발가벗은 알몸의 달빛
그 말씀 아래서 있기만 해도
마를 것 마르고
부풀 것 부풀면서
공복과 시간이 같이 돌아가는 사이사이
포만의 가루가 부슬부슬 삭아 떨어지는
육질의 털들이 다 뽑혀 나가는
그런 그런
배고픈 기도를 드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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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최문자의 '공복'이다. 금식기도를 해본 사람은 안다. 한 끼 금식도 경건하게 마음을 가라앉힌다. 출렁거리는 것이 다 가라앉고 빈 마음으로 다가서면 왠지 말씀의 소리가 더 가까이 들리는 듯하다.
채우는 것보다 더 극기를 요하는 것이 비워내는 것이라는 것을 알면 사는 일은 더 어려워진다. 그만큼 조심하게 되고 경솔하지 못하는 것이다. 마음을 비우는 일은 곧 살을 비우는 일이므로. - 신달자/시인
<3월26일자 평화신문>에서
< 그레고리안-Tears in Heaven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