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한 청원(2004-11-13)

2004. 11. 6. 오후 7:39:55

글자
  연중 제32주간 토요일 (2004-11-13)
독서 : 3요한 5-8 복음 : 루가 18,1-8

간절한 청원

그때에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언제나 기도하고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이렇게 비유를 들어 가르치셨다. “어떤 도시에 하느님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도 거들떠보지 않는 재판관이 있었다. 그 도시에는 어떤 과부가 있었는데 그 여자는 늘 그를 찾아가서 ‘저에게 억울한 일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올바른 판결을 내려주십시오’ 하고 졸라댔다. 오랫동안 그 여자의 청을 들어주지 않던 재판관도 결국 ‘나는 하느님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도 거들떠보지 않는 사람이지만 이 과부가 너무도 성가시게구니 그 소원대로 판결해 주어야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꾸만 찾아와서 못 견디게 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주님께서는 계속해서 말씀하셨다. “이 고약한 재판관의 말을 새겨들어라. 하느님께서 택하신 백성이 밤낮 부르짖는데도 올바르게 판결해 주지 않으시고 오랫동안 그대로 내버려 두실 것 같으냐? 사실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지체 없이 올바른 판결을 내려주실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 과연 이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
(루가 18,1-­8)
◆누구나 가슴 아픈 사연을 안고 세상을 살아간다. 배우자 문제, 자녀 문제, 돈 문제, 학교, 취직, 결혼 문제, 인간관계의 어려움 등등. 하느님께서 들어주셔야 할 소망은 끝이 없다. 복음에 나오는 과부는 어떤 절실한 사정을 안고 재판관에게 끊임없이 사정하고 억울함을 호소했던 것일까. 과연 그만큼 간절하게 내가 간절하게 바라고 청하는 것은 무엇일까.
청원기도를 하는 내 마음 밑바닥에 있는 가장 절실한 바람은 하느님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다는 것이다. 자잘한 것에서부터 중대하고도 절실한 청원을 통해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고 관심을 갖고 지켜보신다는 것을 확인하고 느끼고 싶다. 하느님께 수많은 것을 바라고 기대하지만 실상 더 중요한 것은 그 소망을 채워주시는가 아닌가 하는 것보다는 하느님께서 내 기도를 듣고 계시는지, 내 기도에 응답하고 계시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내가 그저 벽에 대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살아 계신 하느님과 대면하고 있다는 것을 절절히 체험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내가 무엇을 바라는지도 모르고 바라기도 한다. 이것저것 내가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위해 기도하지만 그것이 내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인지 나는 모른다. 때로는 돈이 가장 절실하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으리라고 생각되지만 상황이 달라지면 건강이 가장 절실하다고 여겨지고 그것을 얻고 싶어한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결과보다는 내게 가장 필요한 결과를 주시는 경우가 대부분인 듯싶다. 그 기도의 열매를 통해 하느님께서는 나를 생각지도 못한 방법과 표현으로 사랑하고 돌보고 계시며 안도하고 신뢰를 느끼고 싶다는 나의 간절한 바람을 채워주신다. 지금 내가 마음을 다해 기도하고 얻기를 바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정호 신부(구속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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