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성전(11/09)

2004. 11. 6. 오후 6:5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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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성전

유다인들의 과월절이 가까워지자 예수께서는 예루살렘에 올라가셨다. 그리고 성전 뜰에서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파는 장사꾼들과 환금상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밧줄로 채찍을 만들어 양과 소를 모두 쫓아내시고 환금상들의 돈을 쏟아버리며 그 상을 둘러엎으셨다. 그리고 비둘기 장수들에게 “이것들을 거두어 가라. 다시는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라” 하고 꾸짖으셨다. 이 광경을 본 제자들의 머리에는 ‘하느님, 하느님의 집을 아끼는 내 열정이 나를 불사르리이다’ 하신 성서의 말씀이 떠올랐다. 그때에 유다인들이 나서서 “당신이 이런 일을 하는데, 당신에게 이럴 권한이 있음을 증명해 보시오. 도대체 무슨 기적을 보여주겠소?” 하고 예수께 대들었다. 예수께서는 “이 성전을 허물어라.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하고 대답하셨다. 그들이 예수께 “이 성전을 짓는 데 사십육 년이나 걸렸는데, 그래 당신은 그것을 사흘이면 다시 세우겠단 말이오?” 하고 또 대들었다. 그런데 예수께서 성전이라 하신 것은 당신의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 제자들은 예수께서 죽었다가 부활하신 뒤에야 이 말씀을 생각하고 비로소 성서의 말씀과 예수의 말씀을 믿게 되었다.
(요한 2,13­-22)
◆오늘 복음 중에서 저는 예수님의 의로운 분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아니, 자주 첫마음을 간직하고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가 하면 순수한 동기조차 혼탁해져 수단이 목적이 되기조차 하니 말입니다. 예수님은 과월절에 성전 뜰에서 이루어지는 환전상들의 태도와 봉헌을 하러 온 가난하고 소박한 노인과 아이들의 곤궁이 배려되지 않은 손익 계산을 보시고 화가 치밀어올랐습니다. 성전이 예수님의 사랑과 환대를 체험하는 장소이고 하느님께 자신들의 전존재를 봉헌하는 장소가 아니라 세상살이에서 이루어지는 끼리끼리의 친목이나 재물이나 명예나 학력이 우세하게 대접받는 작태에 신물이 나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교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예수님이 즐겨 맞이하던, 예수님이 사랑하고 챙기셨던 가난한 이웃들, 죄인들, 멸시받던 여인들이 들어설 자리가 있는지요? 하느님께서 예수님의 인성을 취하시어 사람들 사이에 현존하시고 또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시는 곳인 성전(교회)이 되기 위해서는 질그릇 같은 우리 안에 부어주신 은총의 보화를 잘 간직하여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우리 안에 깃들인 예수님을 느낄 수 있도록 그분을 모셔드려야 합니다. 그리하여 누구 하나 소외됨 없이 인간됨의 존엄성을 깨닫는 체험이 이루어지고 나눔과 사귐이 이루어지는 살맛나는, 살아 있는, 그분을 모신 성전, 우리의 모임이 결국 예수님이야말로 참 성전이시라고 고백하는 참 신자들이 되겠기 때문입니다.

변수운 수녀(착한목자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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