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열며(1/2)

2005. 1. 2. 오전 7:3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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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 2일 주님 공현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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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독서 이사야 60,1-6
예루살렘아,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주님의 영광이 너를 비춘다. 온 땅이 아직 어둠에 덮여, 민족들은 암흑에 싸여 있는데, 주님께서 너만은 비추신다. 네 위에서 만은 그 영광을 나타내신다.
민족들이 너의 빛을 보고 모여들어, 제왕들이 솟아오르는 너의 광채에 끌려오는구나. 머리를 들고 사방을 둘러보아라. 모두 너에게 모여 오고 있지 않느냐? 너의 아들들이 먼데서 오고, 너의 딸들도 품에 안겨 온다.
이것을 보는 네 얼굴에 웃음의 꽃이 피리라. 너의 가슴은 벅차 올라 부풀리라. 바다의 보물이 너에게로 흘러오고, 뭇 민족의 재물이 너에게로 밀려오리라. 큰 낙타 떼가 너의 땅을 뒤덮고, 미디안과 에바의 낙타들이 우글거리리라. 사람들이 세바에서 찾아오리라. 금과 향료를 싣고 주님을 높이 찬양하며 찾아오리라.


제2독서 에페소 3,2-3ㄱ.5-6
형제 여러분, 하느님께서 나에게 은총을 베풀어 여러분의 일꾼으로 삼으신 것을 여러분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심오한 계획을 나에게 계시해 주셨습니다. 지금은 하느님께서 성령의 힘을 빌려 그 심오한 계획을 당신의 거룩한 사도들과 예언하는 사람들에게 나타내 보이셨지만 전에는 지금처럼 인간에게 알려 주시지 않았었습니다. 그 심오한 계획이란 이방인들도 복음을 듣고 그리스도 예수와 함께 살면서 유다인들과 함께 하느님의 축복을 받고 한 몸의 지체가 되어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것을 함께 받는 사람들이 된다는 것입니다.

복음 마태오 2,1-12
예수께서는 헤로데 왕 때에 유다 베들레헴에서 나셨는데 동방에서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 유다인의 왕으로 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에게 경배하러 왔습니다."하고 말하였다.
이 말을 듣고 헤로데 왕이 당황한 것은 물론, 예루살렘이 온통 술렁거렸다. 왕은 백성의 대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을 다 모아 놓고 그리스도께서 나실 곳이 어디냐고 물었다.
그들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유다 베들레헴입니다. 예언서의 기록을 보면, '유다의 땅 베들레헴아, 너는 결코 유다의 땅에서 가장 작은 고들이 아니다. 내 백성 이스라엘의 목자가 될 영도자가 너에게서 나리라.' 하였습니다."
그때에 헤로데가 동방에서 온 박사들을 몰래 불러 별이 나타난 때를 정확히 알아보고 그들을 베들레헴으로 보내면서 "가서 그 아기를 잘 찾아보시오. 나도 가서 경배할 터이니 찾거든 알려 주시오."하고 부탁하였다.
왕의 부탁을 듣고 박사들은 길을 떠났다. 그때 동방에서 본 그 별이 그들을 앞서 가다가 마침내 그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 이를 보고 그들은 대단히 기뻐하면서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엎드려 경배하였다. 그리고 보물 상자를 열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박사들은 꿈에 헤로데에게로 돌아가지 말라는 하느님의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 자기 나라에 돌아갔다.





2004년 12월 31일. 밤 11시에 있을 미사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사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송년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오시는 순례객들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미사까지는 아직도 꽤 많은 시간이 남아 있기는 했지만, 조금 많다고 생각되는 어묵과 삼겹살을 준비해놓은 상태에서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 오더군요. 왜냐하면 순례객들이 오시지 않으면, 그 많은 어묵과 삼겹살이 그대로 남을 테니까요. 그리고 저는 그 어묵과 삼겹살을 처치하기위해 거의 매일 어묵과 삼겹살만 먹어야 하겠지요.

아무튼 불안 속에서 송년미사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걱정은 쓸데없는 걱정에 불과했습니다. 왜냐하면 미사 시작 10분전에 이미 성당을 꽉 채웠으니까요. 그리고 미사가 시작된 가운데에서도 계속되는 순례객들의 입장을 보면서, 이제는 또 다른 걱정이 생기더군요.

‘혹시 어묵과 삼겹살이 부족하지는 않을까?’

결과를 말씀드리면, 어묵과 삼겹살은 부족하지도 그리고 남지도 않은 딱 적당했답니다. 또 부족하면 어떻고 또 남으면 어떻겠습니까? 부족하면 부족한데로 함께 나눠 먹으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면 그만인 것이고, 남으면 냉동실에 보관한 뒤에 두고두고 사람들과 나눠 먹으면 될 것을 쓸데없는 걱정으로 2004년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들은 이렇게 하지 말아야 할 걱정을 통해서 스스로 어렵게 만들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모든 것을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즉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기면 될 것을 내가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걱정만 하면서 스스로 또 하나의 굴레 속에서 갇혀 버리고 있다는 것이지요.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로, 예수님의 탄생이 지닌 공적인 의미를 확인하고, 구세주 예수님이 곧 만민의 주님이란 사실을 공적으로 선포하는 날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 나와 있듯이 동방박사 세 사람은 만민의 주님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실 분을 공적으로 경배하러 옵니다. 그런데 이 동방박사들은 예수님의 탄생 장소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별을 쫓아서 갔던 것이고, 성서의 내용도 잘 알지 못했기에 성서에 나타난 메시아에 대한 예언도 알 수 없었지요. 그러한 상황에서 만민의 왕은 당연히 화려한 성전이 있는 예루살렘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스라엘 수도인 예루살렘으로 가서 헤로데 왕에게 이렇게 물어보지요.

“유다인의 왕으로 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에게 경배하러 왔습니다.”

이 말에 헤로데는 큰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지금 자기가 왕인데 유다인의 왕으로 나신 분이 있다고 하니, 그 새로 태어난 아기로 인해서 자신이 지위에서 쫓겨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군다나 헤로데는 당시의 유다인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 로마에 의해서 세워진 왕에 불과했으니 더욱 더 그런 위기감을 간직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걱정으로 인해 그는 역사에 씻지 못할 커다란 죄, 즉 세 살 미만의 아기들을 학살하는 큰 죄를 범합니다.

한편 동방박사들은 베들레헴의 허름한 마구간에서 예수님을 만납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렇게 초라한 마구간에 계신 예수님을 보고서 의심하거나 실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느님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아기를 보자 기뻐하면서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바칩니다.

이 세상 어디에나 우리와 함께 하시는 주님이십니다. 그렇기에 눈에 보이는 것을 보고서 실망을 해서도, 또한 절망을 해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동방박사들처럼 하느님의 뜻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마음을 간직해야 합니다. 그때 우리는 주님 공현을 세상에 알리는 또 한 명의 동방박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도 않은 또 아직 오지도 않은 일을 두고서 걱정하지 맙시다.



삶의 여유를 아는 당신이 되기를...

살아온 날보다 살아가야 할 날이
더 많기에 지금 잠시 초라해져 있는
나를 발견하더라도 난 슬프지 않습니다.

지나가 버린 어제와 지나가 버린 오늘
그리고 다가올 미래
어제같은 오늘이 아니길 바라며,
오늘같은 내일이 아니길 바라며,

넉넉한 마음으로 커피 한 잔과 더불어
나눌수 있는 농담 한 마디의 여유
초라해진 나를 발견하더라도 슬프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누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는 하루를 너무 빨리 살고
너무 바쁘게 살고 있기에
그냥 마시는 커피에도 그윽한 향기가 있음을 알 수 없고
머리위에 있는 하늘이지만
빠져 들어 흘릴 수 있는 눈물이 없습니다.

세상은 아름다우며
우리는 언제나 사랑할수 있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난 초라하지만 넉넉한 마음이 있기에
커피에서 나는 향기를 맡을 수 있고
하늘을 보며 눈이 시려 흘릴 눈물이 있기에
난 슬프지 않고,
내일이 있기에 나는 오늘 여유롭고 또한 넉넉합니다.

가끔은 커피를 향으로 마실 수 있고
너무 파란 하늘을 보고 가슴 벅차
눈물도 흘릴 수 있는 여유로운 당신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에겐...
내일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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