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힘으로 새 삶을 얻다

2004. 11. 29. 오후 1: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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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말씀의 힘으로 새 삶을 얻다
장애의 몸으로 성서 완필한 광주 박종명 씨

지난 여름 <생활성서> 인터넷 게시판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트’라는 제목으로 띄워진 글에는 1급 장애인으로 1년 48일 만에, 그것도 왼손으로 성서필사를 했다는 어느 분에 대한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성한 몸도 아닌 이가 어떻게 성서 완필을 해냈을까. 존경스러운 마음과 더불어 성서를 쓰는 동안 그가 겪었을 어려움들이 떠올랐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 박종명(알베르토·55) 씨를 만나기 위해 광주로 향했다. 그를 만나고 단지 놀랍게만 여겨졌던 성서필사가 그에게는 정말 눈물겨운 사투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가슴 한켠이 찡해졌다.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14년 전만 해도 그는 아내와 2남 1녀의 자녀를 두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그리고 직장에서는 성실하고 유능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직원이었다. 그랬던 어느 날, 그는 자신이 관리하고 있던 건설 현장에서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가 한 달 만에 눈을 떴다.

그동안의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병원에서는 깨어나더라도 식물인간이 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의식은 회복했지만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1급 장애인이 되고 만 것이다. 한순간에 남편이 그리고 아버지가 장애인이 되었으니 가족들의 애통함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가족들은 포기하지 않고 백방으로 뛰어 다니며 온갖 치료 방법을 다 써보았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더 이상 어떻게 손 써볼 수 없다는 답만 들려줄뿐이었다.

부인 조정숙(안젤라·51) 씨는 그 누구보다도 헌신적이었다. 항시 남편 곁에 머물며 발음이 정확치 못한 남편의 말을 다른 이에게 전달해주는 통역자의 역할을 해주었고 그의 손과 발이 되었다. 집안에 운동기구를 마련해남편의 재활에 온 마음과 정신을 쏟으며 그의 곁을 지켜왔다. “제가 지금 이렇게 앉아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다 아내 덕분입니다. 그때의 충격으로 아내는 지금 한 쪽 귀가 들리지 않아요.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큰아들(박명수 요셉·28), 중학생이었던 둘째아들(박현성 안드레아·26), 초등학생이었던 막내딸(박지희 가타리나·22), 얼마나 손이 많이 가고 챙겨줄 것이 많습니까. 아내 혼자서 제 수발 들랴, 아이들 세 명 키우랴 참 고생이 많았어요. 아내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옆에 있던 아내 조 씨의 눈시울이 빨개진다. 그간의 고생스러웠던 일들이 떠올라서였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민망하다며 그만 칭찬하라고 남편 박 씨를 향해 손사래를 친다.

자식들 역시 아버지에 관한 일이라면 주저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화장실을 오갈 때, 목욕을 할 때 아버지의 거동을 살피고,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아버지를 모시고 야외로 다니며 집 안에만 있는 아버지를 위해 움직인다. 그는 그런 자식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감출 길이 없다. 그는 아들이 군대에 갔을 때 면회 한 번 못 가본 것이 아직도 가슴이 아프다며 눈물을 보였다. 아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울컥했던 것이다. “아이들이 자랄 때 저는 누워 있느라 제대로 보살펴주지 못했어요. 그런데도 이렇게 바르게 자라준 아이들이 너무나 대견하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삶이 찾아와
위급한 상태에서 병자세례를 받았던 박 씨는 깨어난 후 교리공부를 했지만 교리와 성서에 대한 지식이 많이 부족했다. 그런 그를 위해 주위에서 성서공부를 권하기도 했지만 별달리 내키지가 않았다. 그러다 그가 병원에 있을 때부터 방문해주고 챙겨주었던 한 교우에게서 성서를 한번 써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다. 박 씨 스스로도 과연 자신이 성서를 다 쓸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었지만 나름의 지향을 두고 그날로 성서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줄 하나 긋는 것도 힘든 그가 하루 종일 앉아 그것도 왼손으로 글씨를 쓴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한 페이지 쓰는 데 3시간이나 걸릴 정도였으니까…. 하루에 7~8시간, 길게는 10시간씩 성서필사에 열중했다.

오래 앉아 있어 엉덩이가 아프고 손이 저려왔지만 이상하게도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성서를 쓰다보니까 이것이 하느님의 말씀이구나 하고 가슴뭉클하게 다가오더라구요. 말씀에 푹 빠져서 하루라도 안 쓰면 안 될 정도였어요. 그래서 텔레비전도 안 보고, 외출하고 와서 아무리 피곤해도 한 글자라도 꼭 쓰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매일 시작하는 부분에 별표로 표시해놓고 썼는데요. 저한테 무엇보다도 중요했던 것은 하루도 빠짐없이 쓰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성서를 쓰기 시작한 지 413일 만에 완필을 했다. 노트 26권에 정성들여 쓴 그의 글씨는 불편한 몸으로, 그것도 왼손으로 썼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갈했다. 노트 표지에는 “하느님의 계시와 구원 사업을 기록한 책”이라고 써 있다. 성서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그가 성서필사를 통해 터득해낸 진리였다.
그는 노트 1권부터 26권까지 라벨을 붙여놓고 언제든 찾아서 볼 수 있도록 색인표까지 만들어놓았다.
하략

(글/ 박소영·사진/ 최연숙 본지기자)
sycecil@biblelife.co.kr

댓글 1

  • 2004년 11월 29일 오후 8:10

    저는 이상하게도 성서를 완필했다는 말보다 그부인의 노고가 마음에 더다가와 눈물이나네요. 14년이라는 세월이... 물론 주님과 함께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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