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섭 교수의 생활 속 환경사랑

2004. 11. 29. 오후 1:3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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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섭 교수의 생활 속 환경사랑

호섭(61·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의 연구실은 미완성된 포스터를 들고 드나드는 학생들로 부산스러웠다. ‘나눔’이라는 단과대학 차원의 전시회를 앞둔 까닭이다. 자문을 구하려는 학생들과 격의 없이 나누는 대화 끝에 그는 빼놓지 않고 항상 이 말을 덧붙인다.
“이거 인쇄할 때 절대로 코팅하면 안 되는 거 알지?”

종이 위에 코팅을 하게 되면 약품을 사용하게 되고 재활용 과정에서도 문제가 많다는 게 윤 교수의 지론이다. 따라서 그의 손을 거쳐가는 디자인 작업에서 코팅은 금기나 마찬가지. 이미 잘 알고 있다는 듯, 학생들은 씩 웃고 말 뿐이다. 그의 연구실 안은 구석구석 재활용 ‘쓰레기’들로 가득하다. 쓰다 남은 나무젓가락과 마시고 남은 녹차 티백이 구석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그와 얘기를 나누는 중에도 한 학생이 라면을 먹고 남은 나무젓가락을 씻어서 들고 왔다. 그는 이것들을 이용해 디자인 작품을 구상하고 생활용품을 만든다. 윤 교수는 환경운동가다. 화려한 말보다 소박한 행동으로 스승이 되는.

환경사랑 원리주의자
그는 우이동 집과 학교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에너지 독립선언’을 한 2000년부터 자전거를 이용하기 시작했으니 올해로 벌써 5년째다. 에너지 독립선언은 석유에너지 소비를 줄이자는 개인적인 차원의 캠페인이었다.
“석유에너지를 계속 어디선가 캐낼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결국 고갈된다는 건 기정사실입니다. 지금도 원유가격이 50달러를 넘나드는데 이게 70-80달러, 100달러가 되면 우리나라 사람들 어떻게 살겠어요. 자동차, 엘리베이터, 전기, 온수, 모두 석유를 이용하는 것인데…. 거의 재앙이나 마찬가지겠지요.

그래서 새천년을 맞으면서 에너지 독립선언이란 걸 했습니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지요. 남들에게 이러저러한 것을 해보자고 제안하기 전에 직접 스스로를 실험대상으로 해보자는 것이기도 했구요. 내가 먼저 해보고 그게 가능한지 아닌지 확신이 서야지 남에게도 권할 수 있지요. 책으로 보고 이게 저렇더라 하는 것보다 직접 해보는 게 더 설득력이 있겠지요?”

젊은 시절부터 갖가지 운동으로 단련된 건장한 체격의 소유자이기는 하나, 차들로 넘쳐나는 도로를 수동자전거로 출퇴근하기에는 무리 같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전기자전거를 탔다. 그러나 전기자전거에 사용하는 배터리 역시 수명이 다하면 재활용을 할 수 없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지금은 그냥 수동자전거를 타고 있다. 버스전용차로가 생긴 뒤 출퇴근이 한결 편해졌단다. 매 학기 초가 되면 그는 이 자전거를 타고 강의실까지 들어간다. 방독면까지 한 채다. 그는 ‘환경과 디자인’이라는 교양과목의 수강생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늘 이런 퍼포먼스로 대신한다. 워낙에 자극에 민감한 영상세대에게 이보다 더 효과적인 메시지는 없을 거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대학 구내식당에서의 점심 시간. 음식을 남기는 법이 없는 그는 오늘도 마지막 한 톨까지 정성스럽게 밥그릇을 비운다. 음식 쓰레기 남기는 것을 ‘죄악시’하는 그의 식판은 밥과 국, 그리고 반찬 한 가지로 소박하기 그지없다. 이것저것 몇 가지 반찬을 욕심껏 담아온 기자의 식판이 문득 부끄러워진다. 그는 밥은 물론 반찬까지 자신이 받은 밥상의 음식은 모두 싹싹 비운다. 고춧가루 한 점까지 물에 부셔서 훌훌 넘겨버리는 스님들의 발우공양이 따로 없다. 음식쓰레기를 남기지 않으려는 그의 식습관은 종종 다른 사람들과 불편한 관계를 만들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과의 식사 자리는 가능하면 피하지요. 회식 같은 건 안 가본 지 오래구요. 괜히 그런 자리에 가면 사람들이 제 태도에 공감은 하면서도 무척 껄끄러워하지요. 저 역시 그전에 좋아했던 사람들까지 싫어하게 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다른 부분은 양보가 되지만 음식쓰레기만큼은 도통 양보가 되지 않더군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원리주의자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실은 그게 특별한 게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인 것인데….”
윤 교수는 자기가 별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드러나지는 않지만 많은 이들이 그렇게 환경사랑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식당에 갔더니 주인이 제 밥 먹는 모습을 보고 ‘어, 이런 분이 또 있네’ 그러는 거예요. 근처의 어느 은행원이 늘 그렇게 당신처럼 싹싹 그릇을 비운다는 겁니다.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해서 그가 다시 오면 제가 만든 환경엽서를 전해주라고 맡겨놓고 온 적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막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곳저곳 구석구석에서 모두의 환경을 위해 그렇게 성실하게 제 할 바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분명히 영향을 미치고 있구요.”

그의 실천하는 환경운동은 비단 직장인 대학교에서뿐만이 아니다. 집에서도 음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철제식판을 사용하고, 바지는 달랑 세 벌뿐이다. 가끔씩 옷이 생기면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줘버린다. 4년 전에는 냉장고도 처분했다. 잠깐씩 사용하고 마는 에어컨과 달리 냉장고는 24시간 켜져 있기 때문에 우선 제거목록에 올린 것이다. 게다가 열 때마다 가득 들어 있는 음식을 보는 것도 그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야,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다른 나라에서는 굶어죽는데 이렇게 결국 버리고 말 것을 차곡차곡 쌓아놓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지요. 냉장고를 버리자고 하니 아내와 세 딸의 눈초리가 정말 싸늘하더군요.”
넓은 집, 안락한 집을 추구하는 세상과 거꾸로 가는 가장을 향해 식구들이 불평을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면 그는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넓게 살고 싶은, 그래야 행복하겠다는 사람은 지금이라도 헤어지자. 막지 않겠다.”

자연이라는 디자인
윤호섭 교수는 서울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하고 합동통신사와 대우그룹 등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다 1982년부터 국민대에서 교편을 잡기 시작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디자인 전문위원, 1994년 대전엑스포 입장권 디자인, 씨티은행과 펩시콜라 로고 디자인…. 디자이너로서의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그리고 그 역시 성공과 부를 갈망하는 이였다. 그랬던 그가 환경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한 일본 젊은이와의 만남이었다.

하략


(글 / 조수현·사진 / 최연숙 본지 기자)
hyun@biblelife.co.kr

댓글 1

  • 2004년 11월 29일 오후 8:29

    저는 진정으로 이런분들을 존경한답니다. 세상의 소금과도 같은분들이죠. 우리도 본받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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