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것들의 목록
골목 앞 라디오 수리점 사라지고 방범대원 딱딱이소리 사라졌다 가로등 옆 육교 사라지고 파출소 뒷길 구멍가게 사라졌다 목화솜 타던 이불집 사라지고 서울 와서 늙은 수선소집 목포댁 재봉틀소리 사라졌다 마당 깊은 집 사라지고 가파른 언덕길도사라졌다
고전 음악실 르네상스 사라지고 술집 석굴암이 사라졌다 귀거래다방 사라지고 동시상영관 아카데미하우스 사라졌다 문화책방 사라지고 굴레방다리 사라졌다 대한늬우스 사라지고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광고도 사라졌다 세상에는 사라진 것들이 왜 이리 많은가 나도 나를 버리는데 반생이 걸렸다 걸려 있는 연(緣)줄 무슨 연보처럼 얽혀 있다 저 줄이…… 내 업을 끌고 왔을 것이다 만남은 짧고 자국은 깊다 누구나 구멍 하나쯤 파고 산다는 것일까 사라진 것처럼 큰 구멍은 없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