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크의 겨울 바다에서.

2005. 11. 29. 오전 6:13:08

글자

홈스크의 겨울 바다에서


적막의 강을
건너 또 그런
적막의 강을
건너면
허무의 바다에
당도할까

그렇게
그리워 하면서도
그립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한 그 질곡의 시간들을
알고 있었을까
그 바다는

내 따뜻한
어머니의 사랑과
내 지인들의 살가움을
기억해 낼 수 있을까
그 바다는

헐벗음으로 인하여
더 완전해진 나목들이
그 바다에서는 서로
자기 그림자를 비추어 보고
시누대 숲 사이로 불어오는
해풍에 제 그리움을
실어 보내리라.

겨울 바다에서는
멀리 두고 온 천상의
고향을 향한
눈물 어린
기도 소리도 들리고

겨울 바다에서는
내 사랑의 기억
저 편에
예배당 높은 종탑 처럼
잔잔하고 애절한
낡은 풍금소리도
들린 듯 한데

아!
이 겨울 바다에서
내 적막한 강을
다 쏟아 붓고
내 허무한 바다를
깊이 심호흡 하면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이 세상
다시
살라하네
그 겨울 바다는




역시 고기는 씹어야 맛이고, 시라는 것도 자주 써봐야 제 맛인데, 몇 년 만에 써
보는 시인지라 역시 어렵네요. 모국어를 몽땅 잃어 버린 것은 아닌지, 그래서 말
더듬이가 되었다는 자책감으로 요즘은 힘이 듭니다. 5년이 가까워 오는 외국 생활
에서 한국어를 자주 할 기회가. 한국어로 글을 쓸 기회가 없어서 그런지 한국어
말더듬이가 되었습니다.
이름하여 장애자라 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일까요?
한국으로부터 103위 성화상이 도착하던
며칠 전에는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에도, 제 눈시울도
남모르게 붉어졌었답니다.
그리고 엊그제 토요일(대림 전날)에 대림초가
도착했고 그리고 또 그렇게 하염없이 눈이 내렸습니다.
또 그 날도 소리 없이 몸과 마음으로 울었습니다.
제 죄를 통회하면서요.
성화상 안치대와 대림초 받침대를 밤늦게 까지 만드느라
어설픈 목수 제 손끝도 내려치고, 공연히 죄 없는 합판에다
짜증도 내 보고… (이런 것 만드는 일 첫 경험이었습니다.)
어제 정확히 대림 1주를 이곳 홈스크에 맞이하면서, 드디어 이곳에
대림초를 밝혔습니다. 나무로 된 감실도 미사 중에 축성하고, 성화상도 축성하고
, 대림초도 축성하고 그러다 보니 미사가 장장 한 시간 반이나 걸렸었답니다.
아이들을 포함해서 주일 미사에는 111명이 참석했죠.(+103위 성인) 요즘은 열심히
옛 신자들을 찾아 다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잃어
버린 한 마리 양을 찾아 나서는 그 목자의 심정을, 그 님의 사랑을…
이 곳의 겨울 바다에서 그렇게 사랑을 시작 했습니다.
이 곳의 겨울 바다에서 그렇게 사랑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 곳의 겨울 바다에서 그렇게 회개하기로 했습니다.
여러분들 모두에게 이 대림절이 그런 회개와 사랑의 시간들이
되시도록 두 손 모아 기도하겠습니다.

 

- 러시아에서 선교하시는 Fr. lawrence.jonug 편지중에서 -

댓글 4

  • 2005년 11월 29일 오전 8:19

    겨울바다를 보고싶군요....

  • 2005년 11월 29일 오후 11:34

    마리아님 !!! 학급을 위한 마음, 항상 고맙게 생각합니다...

  • 2005년 12월 1일 오전 2:09

    정영수 라우렌시오 신부님, 바오로 사도에게 내렸던 크나큰 사명 모두 다 이룩하시고, 하느님 만나시기를 빕니다.

  • 2005년 12월 1일 오후 12:43

    러시아 선교사 이야기를 tv에서 보게 되었는데요... 러시아에선 최고 좋은 날씨가 영하 24도 정도 된대요. 혹독할 땐 영하 45도 정도... 감기라도 걸려 콧물이 날 때는 외출하자마자 얼마 안돼 코밑에서 꽁꽁 얼어붙구요, 모자 안쓰고 외출하게 되면 '백색증'이라 해서 기억상실증처럼 기억을 상실한다구요, 집에서도 맨발을 내놓으면 안 될 정도로 혹독한 추위라구...'닥터지바고'처럼 영화에서 보는 거 이상으로 춥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