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서 보시오" -2006년 1월 15일
지난 성탄 전야에 KBS스페셜은 ‘영원과 하루’라는 주제로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신학생들이 7년간의 수련을 거쳐 사제가 되는 과정을 방영하였습니다. 시청자들은 신학생들의 맑고 순수하고 늘 웃는 모습이 참 좋았다고 합니다. 이 방송 이후 많은 네티즌이 반응을 보냈는데, 특히 비신자들이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보는 내내 가슴시리도록 아름다웠습니다”, “가톨릭신자는 아니지만 제게도 영혼이 있다는 걸 놀랄 만큼 일깨워 준 방송이었습니다”, “그분들의 해맑은 미소, 하느님을 향한 그분들의 마음, 정말 아름답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네요”, “가슴이 메말라 가는 이 세태 속에 그들이 있기에 이 세상은 아직도 의미가 있고 아름다운가 봅니다.” 이들의 반응에서 ‘아름답다’는 단어가 참 많이 반복되는 것을 봅니다.
아름다움(美)을 한자로 풀어보면 커다란 제사상 위에 놓여있는 양(羊)의 모습입니다. 지나친 비약인지 모르지만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을 가리켜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요한 1,36)라고 증언하는데, 이때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름다움(美)’이라고 풀이해 봅니다. 히브리서에는 예수님을 ‘하느님 영광의 광채이시며 하느님 본질의 모상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은 세상의 죄를 없애기 위하여 당신 자신을 제물로 바치는 어린 양이십니다. 어느 철학자는 ‘아름다움’은 하느님과 하나 되기 위한 희생의 피에서 흘러나오는 빛이라고 갈파하였습니다.
“복음은 우리를 십자가에 못박히신 분의 역설적인 아름다움을 느끼도록 초대합니다. 사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생의 끝까지 가는 사랑에는 찬란하며 평화스러운 어떤 것이 있습니다”(신학자 H.J. 가제). 이런 예수님의 아름다움은 당신의 첫 제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은 예수님을 만나고 그분과 함께 지내면서 무언가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찾고 있던 메시아를 만났소”(요한 1,41). 이때 제자들을 사로잡은 예수님의 매력, 아름다움은 무엇일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와서 보시오”(요한 1,39)라고 초대하십니다. 당신의 제자가 되는 길을 스스로 하도록 초대하며 각자의 자유를 존중하십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제자가 되는데 어떤 자격기준이나 조건을 걸지 않으십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됨됨이, 과거, 학력, 집안, 인간적인 과오나 죄를 캐묻고 따지고 판단하는 분이 아닙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이분 앞에서 아주 편안하고 자유로움을 느낍니다. 이들은 자기들이 무조건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즉 자기들이 구원받고 있다고 느낍니다. 바오로 사도가 말했듯이 그분께는 늘 “예!”만 있을 따름입니다. 하느님의 그 많은 약속이 그분에게서 “예!”가 됩니다(2코린 1,19-20 참조). 우리는 늘 받아 주려고 기다리시는 분의 초대를 받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