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일기] * 희생 아래 회심이....... 이창덕 신부

2006. 8. 8. 오전 10:11:36

글자

 

 

 

사람은 시간이나 장소와는 아랑곳하지 않게 감정이 내미는 도전에 두 손을

들어 버리나 보다.

 

몇 년 전 성모승천 축일 미사 후,

본당 구역과 공소간에 친목을 위한 축구 시합을 한 일이 있다.

더 큰 성화를 위해 몸이 영혼의 지배를 받는 듯 서로를 위하고 양보하며

경기하는 모습이 그림 같다해도 과장된 표현이 아니었다.

 

그러나 경기가 과열 됐는지 감정이 영혼을 지배 했는지, 심판 판정 문제로

옥신각신 하더니 말이 거칠어지고, 손과 발이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눈깜짝할 사이 응원단까지 동원되어 패싸움이 일어난 것이다.

 

노인 회장단을 동원해서 말려도,

신부인 내가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

한 사람씩 떼어 성모상 앞에 세워 놓으면 조금 쉬었다가 다시 뛰쳐나가 싸워,

마치 어떤 경기를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화가 치밀어 나도 한 번 끼어 들어 모두를 후려치고 싶은 심정에서 차츰

겁이 나고 부끄러운 마음이 되는 것이었다.

급해지면 나오는 것이 기도 이련가!

"주님 어찌 하오리까?"

순간 번개처럼 스치는 소리

"희생을 보여라."

 

머리가 하얗게 물든 그리고, 걱정과 함께 슬프게 지켜보아 더욱 굵게 패인

주름 잡힌 할아버지 회장님들을 불렀다.

큰 죄인인양 일렬로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회장님들 뒷편에선 여전히

난장판이었다.

 

나는 진흙 바닥에 무릎을 꿇었고

노인 회장님들도 나를 따라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주님의 회답을 기다렸다.

사방이 조용해 졌다.

일어서서 보니 그렇게 싸우던 청년들이 무릎을 꿇고 계시는 자기 공소 회장님들

뒤에 똑같이 무릎을 꿇고 어깨를 들먹이고 있었다.

 

상처입는 내 가슴에 위안이 되어 줄 손길은 아주 먼 하늘에만 있음을 생각하며

까닭 모를 슬픔으로 사제관 문 손잡이를 잡고 오래 서 있었다.

 

그러나,

희생 아래 회심하는 착한 우리 청년들을 생각하며 문을 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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