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친선전 대한민국 vs 이란 (2005-10-12)
- 부활의 시작
1. 개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감독이 딕 아드보카트로 바뀐 후 첫 번째 맞이한 이 경기는 과연 감독 교체의 효과가 어떨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경기였다. 이란은 알리 다에이 등 주요 선수 한 두 명이 부상으로 결장했고, 한국 역시 이영표와 차두리, 설기현이 결장한 상태였다. AFC 올해의 선수 후보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과 바이에른 뮌헨의 카리미의 대결 등 흥미로운 내용도 많은 경기였다.
2. 경기 요약
대한민국은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고 이란은 4-4-1-1 포메이션으로 응했다. 대한민국은 전반 59초에 수비수 맞고 나온 공을 오른쪽 윙백인 조원희 선수가 골로 연결했다. 볼에 대한 집중력도 좋았지만 상대 수비수 두 명의 발을 맞고 들어간 다소 운도 따른 골이었다. 이 골을 기록한 조원희 선수는 A매치 데뷔 경기 59초만에 골을 넣음으로써 대한민국 국가대표 A매치 최단 시간 골을 넣은 것으로 기록됐다. 전반 25분여까지 상대를 몰아치던 한국은 전반 중반 이후 이란의 강력한 반격을 맞이하여 일진 일퇴의 공방전을 거듭했다.
후반 들어 한국은 수비수 최진철을 빼고 공격형 미드필더 백지훈을 투입하며 4-3-3으로 포메이션을 변경했다. 오랜만에 시도된 대한민국의 포백은 그런대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경기 종료까지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후반전은 대체적으로 이란이 주도권을 가져간 형태였는데, 주도권 싸움과는 별개로 한국의 압박에 막힌 이란 역시 그다지 날카로운 공격은 하지 못하는 미드필드에서의 공방전이 이어졌다. 한국은 후반 44분, 상대 코너킥에 이은 역습 상황에서 안정환의 다소 어색한 패스를 받은 김진규 선수가 슛을 한 것이 상대 발을 맞고 골키퍼 키를 넘어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골이 되어 2-0 승리를 거두었다.
3. 전술 분석
전반전 한국은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포메이션은 단순한 숫자놀음이라는 말이 있는데, 실제로 포메이션에 아무 의미가 없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포메이션이라도 운용에 있어 상당히 다른 모습이 나올 수 있기에, 선수들이 정확하게 어떤 배치와 어떤 움직임으로 어떤 사상에 따라 움직였냐는 부연 설명이 있어야 제대로 된 포메이션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본프레레 시절에도 고집스럽게 3-4-3을 유지했고, 이 경기의 전반전 역시 3-4-3 이었지만, 두 포메이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FL→-------FC-------←FR
↓----------↓----------↓
↑-----↑--------↑------↑
ML---MC------MC----MR
↓-----↓--------↓------↓
-----DC---DC---DC
-----------GK
본프레레의 3-4-3 포메이션을 보면 대략 위와 같다. 두 윙 포워드는 양 옆으로 벌려 서서 사이드라인을 따라 올라가다가 마지막에 크로스를 올리거나 드리블 돌파를 한다. 설기현과 차두리가 그 역할을 했다.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는 주로 앞 뒤로 움직이면서 중원 플레이를 하지만 박지성 선수가 그 자리에 서면 경기장 전체를 커버하기도 했다. 스리백은 그다지 움직이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수비 라인 형성을 시도했다.
----↗-----FC-----↖
--FL→---↙↓↘---←FR
--↓-----------------↓
↑↗----↑↗----------↖↑
ML----MC----MC----MR
↓------------↙↓-----↓
←DC→-----DC-----←DC→
-----------GK
-------동국
--주영------지성
동진-두현-이호-원희
--진철-영철-진규
-------운재
전반전에 보여준 3-4-3은 위의 그림과 유사했다. 우선, 윙 포워드가 사이드라인보다 조금 중앙으로 포진하되 센터 포워드보다 약간 뒤에 위치했다. 물론 경기 중 수시로 위치가 바뀌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코너 플래그 부근에서 크로스를 올리기 보다는 페널티 에어리어로 파고 들어오면서 센터 포워드와 위치를 바꾸는 등 교란을 하면서 상대의 빈틈을 파고 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세 명의 센터 포워드가 있었다고 하거나, 한 명의 센터 포워드와 두 명의 셰도우 스트라이커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쓰리백 수비진 역시 조금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본프레레 시절보다 조금 넓게 벌린 형태를 기본으로 좌우 윙백이 수비에 가담하면 가운데로 좁히면서 5백을 형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본프레레 시절의 쓰리백이 좌우 존을 제대로 커버하지 못하면서 윙백의 오버래핑시에 측면이 뚫리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던 것과는 달리 좌우 센터백 수비수들이 측면 압박에 가담하고 곧바로 좌우 윙백이 협력하면서 상대를 사이드로 몰아감으로써 이란 선수가 뒤로 볼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들었다. 여기에는 공수 간격이 극히 짧은 컴팩트한 축구를 했던 부분도 큰 도움이 되었다.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는 한 명(김두현)은 조금 공격적으로, 다른 한 명은 조금 수비적으로 플레이하면서 좌우 윙백의 오버래핑시에 한 명이 수비에 조금 치중하는 커버 플레이를 보였다. 하지만 전반 중반 이후 이란에게 다소 밀리기 시작한 원인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공격적인 미드필더 역을 맡았던 김두현 선수다. 김두현 선수는 흔히 말하는 “기복이 있는” 선수인데, 이 경기에는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다소 수비적으로 움직임으로써 중앙 미드필더와 센터 포워드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주는 원인이 됐다. 이란은 주로 이 공간을 공략했으며 카리미 선수를 비롯한 이란 미드필더들에게 밀리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협력과 압박이 제대로 작용하면서 크게 위험한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다.
즉, 본프레레의 3-4-3이 다소 정적이고 직선적이며 상하 움직임에 치우쳤던 반면, 아드보카트의 3-4-3은 동적이고 컴팩트하며, 상하 좌우 대각선 등 다양한 범위를 커버했을 뿐만 아니라, zone 개념이 어느 정도 잡힌 형태 – 그것도 훈련 5일 만에 – 를 보여주면서도 선수를 불필요한 zone에 배치함으로써 발생하는 낭비를 최소화했다.. 이것이 같은 선수로 그렇게 다른 축구가 나올 수 있었던 근본 원인이 되었다.
후반전은 또 다른 형태의 경기가 되었으니 그것은 바로 포메이션의 변화에 기인한다. 최진철을 빼고 백지훈을 투입하면서 4-3-3 (혹은 4-4-2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 포메이션으로 변경됐다. 먼저 그림을 보자.
----↗-----FC-----
--FL→---↙↓↘
--↓--------------- FR
----------↖↑↗-----↓
-------↑--AMC--↑
↑---←DMC-----DMC→--↑
DL→----DC----DC----←DR
-----------GK
---------동국
--------(정환)
--주영
--(천수) ---------지성
----------지훈
------두현---이호
-----(경렬) (정우)
동진—-진규—-영철—-원희
---------운재
엄밀히 말해 4-3-3이 맞다. 공격진은 그대로 둔 채 수비수를 한 명 빼고 공격형 미드필더를 1의 자리에 넣고 윙백을 수비로 내린 형태이다. 하지만 박지성 선수가 집중 마크를 당하면서 다소 공격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인데다 김두현 선수와 교체로 출장한 유경렬 선수가 한국의 왼쪽(이란의 오른쪽)을 2선에서 공략한 카리미 선수를 전담 마크하면서 다소 왼쪽으로 치우쳐 플레이한 관계로 얼핏 4-4-2로 보이기는 했지만 4-4-2 포메이션에서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좌우 윙 미드필더에서 박지성을 우측 미드필더로 보더라도 좌측 미드필더가 없었던 점을 보아도 4-4-2라고 보기는 어렵다. 4-4-2냐 4-3-3이냐는 논의가 전형적인 숫자놀음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어쨌든 전형적인 4-4-2에서 볼 수 있는 윙 플레이가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4-3-3으로 보고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위의 4-3-3의 특징은 중앙 미드필더가 세 명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와 두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세우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기에서는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와 한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활용하면서 두 명 중 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상대 셰도우 스트라이커의 전담 마크맨으로 둔 형태이다. 이렇게 되면 상대는 공격시에 수비수가 촘촘하게 서 있는 중앙 보다는 사이드로 패스가 이어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윙백과 윙포워드의 협력 수비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경우 상대는 아예 볼을 돌릴 곳을 찾지 못해 전진 패스가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이 경기에서 박지성 선수는 상대 선수들에게 둘러 쌓이면서 상대 선수와 함께 동반 잠수-_-;;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조원희 선수가 박지성 선수의 적극적인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전반전보다 다소 수비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 편, 좌측은 지쳐버린 박주영 선수가 이천수 선수로 교체되면서 다소 활기를 띄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김동진 선수가 자신의 zone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너무 중앙에 쏠려버리는 모습을 종종 노출하면서 수비의 구멍이 되었고 이 공간을 카리미 선수가 집중 공략했다. 이천수 선수가 수비에 협조하기는 했지만 이천수 선수가 수비력이 그다지 좋지도 않기 때문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김동진 선수가 다소 아쉬웠다.
세 명의 중앙 미드필더 중 유경렬 선수는 카리미 선수를 전담 마크하느라 공간을 지키지 못한데다, 플레이메이커의 역할까지도 일부 해주어야 하는 백지훈 선수가 상대 수비형 미드필더들에게 붙잡혀 잠수-_-;;해 버림으로써 이호 선수(또는 김정우 선수)가 중앙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김진규 선수는 공격을 이어 보려고 패스를 한다는 것이 상대에게 끊기는 부정확한 패스를 하거나 무의미한 롱 패스 – 뻥축구 – 를 하게 되었고, 이 공은 번번히 이란 선수의 발에 도착함으로써 경기 주도권의 65%가 이란에게 넘어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후반전 몇 차례 슈팅을 기록하지 못하면서도 상대 역시 제대로 공격 한번 못하게 만든 4-3-3 포메이션의 정체이다. 문제는 박지성 선수가 상대 수비 3명에게 견제 당하는 상황이 자주 있었음에도 반대편에 무방비로 있었던 박주영 선수나 중앙의 백지훈 선수가 공간을 창출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물론 공격 및 수비 밸런스를 무너뜨린 김동진 선수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적절하게 수행하지 못한 백지훈 선수에게도 다소 문제가 있었으나 박지성 선수에게 수비가 집중되는 상황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주변 선수들에게도 문제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제부터 수비진의 밸런스 및 존(zone) 유지와 함께 월드컵 본선에서도 집중 마크 당할 것이 분명한 맨유의 붉은 악마 박지성 선수에게 집중될 상대의 수비로 인해 발생하는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4. 부활의 시작, 가능성을 보다.
한 경기 이겼다고 칭송의 노래를 불러대는 황색 언론이나 냄비 팬으로서의 찬양이 아니라, 실제로 아드보카트 감독은 대한민국 대표팀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본프레레 감독이 대체로 경기에서 이기거나 주도권을 잡았고,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질됐던 이유가 무엇일까? 팬들이나 전문가들이 그가 이끄는 대표팀에서 “가능성”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반면 아드보카트 감독은 주도권을 상대에게 내주기도 하고, 다소 위험한 상황을 보여주거나, 제대로 된 골 결정력보다는 골 운이 따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팀의 경기 내용 자체가 짜임새 있고 제대로 만들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즉,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첫 술에 배부르기는 힘들다. 이제 겨우 5일 훈련했다. 게다가 이영표, 설기현, 차두리, 이을용 선수는 아예 참가도 못했다. 그 네 명은 당장 주전으로 뛰거나 교체 멤버로 뛰기에 차고 넘치는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다.
이번 경기에서 우리는 2002년의 향수를 보았다. 앞으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발될 22명의 선수들과 아드보카트 감독이 보여줄 토털 사커, 컴팩트 사커, 존(zone)의 축구, 그리고 압박 축구가 기대된다. 이제 2006년 월드컵을 향해 힘차게 뛰어보자.
- 부활의 시작
1. 개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감독이 딕 아드보카트로 바뀐 후 첫 번째 맞이한 이 경기는 과연 감독 교체의 효과가 어떨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경기였다. 이란은 알리 다에이 등 주요 선수 한 두 명이 부상으로 결장했고, 한국 역시 이영표와 차두리, 설기현이 결장한 상태였다. AFC 올해의 선수 후보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과 바이에른 뮌헨의 카리미의 대결 등 흥미로운 내용도 많은 경기였다.
2. 경기 요약
대한민국은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고 이란은 4-4-1-1 포메이션으로 응했다. 대한민국은 전반 59초에 수비수 맞고 나온 공을 오른쪽 윙백인 조원희 선수가 골로 연결했다. 볼에 대한 집중력도 좋았지만 상대 수비수 두 명의 발을 맞고 들어간 다소 운도 따른 골이었다. 이 골을 기록한 조원희 선수는 A매치 데뷔 경기 59초만에 골을 넣음으로써 대한민국 국가대표 A매치 최단 시간 골을 넣은 것으로 기록됐다. 전반 25분여까지 상대를 몰아치던 한국은 전반 중반 이후 이란의 강력한 반격을 맞이하여 일진 일퇴의 공방전을 거듭했다.
후반 들어 한국은 수비수 최진철을 빼고 공격형 미드필더 백지훈을 투입하며 4-3-3으로 포메이션을 변경했다. 오랜만에 시도된 대한민국의 포백은 그런대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경기 종료까지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후반전은 대체적으로 이란이 주도권을 가져간 형태였는데, 주도권 싸움과는 별개로 한국의 압박에 막힌 이란 역시 그다지 날카로운 공격은 하지 못하는 미드필드에서의 공방전이 이어졌다. 한국은 후반 44분, 상대 코너킥에 이은 역습 상황에서 안정환의 다소 어색한 패스를 받은 김진규 선수가 슛을 한 것이 상대 발을 맞고 골키퍼 키를 넘어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골이 되어 2-0 승리를 거두었다.
3. 전술 분석
전반전 한국은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포메이션은 단순한 숫자놀음이라는 말이 있는데, 실제로 포메이션에 아무 의미가 없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포메이션이라도 운용에 있어 상당히 다른 모습이 나올 수 있기에, 선수들이 정확하게 어떤 배치와 어떤 움직임으로 어떤 사상에 따라 움직였냐는 부연 설명이 있어야 제대로 된 포메이션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본프레레 시절에도 고집스럽게 3-4-3을 유지했고, 이 경기의 전반전 역시 3-4-3 이었지만, 두 포메이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FL→-------FC-------←FR
↓----------↓----------↓
↑-----↑--------↑------↑
ML---MC------MC----MR
↓-----↓--------↓------↓
-----DC---DC---DC
-----------GK
본프레레의 3-4-3 포메이션을 보면 대략 위와 같다. 두 윙 포워드는 양 옆으로 벌려 서서 사이드라인을 따라 올라가다가 마지막에 크로스를 올리거나 드리블 돌파를 한다. 설기현과 차두리가 그 역할을 했다.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는 주로 앞 뒤로 움직이면서 중원 플레이를 하지만 박지성 선수가 그 자리에 서면 경기장 전체를 커버하기도 했다. 스리백은 그다지 움직이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수비 라인 형성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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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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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MC----MC----MR
↓------------↙↓-----↓
←DC→-----DC-----←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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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지성
동진-두현-이호-원희
--진철-영철-진규
-------운재
전반전에 보여준 3-4-3은 위의 그림과 유사했다. 우선, 윙 포워드가 사이드라인보다 조금 중앙으로 포진하되 센터 포워드보다 약간 뒤에 위치했다. 물론 경기 중 수시로 위치가 바뀌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코너 플래그 부근에서 크로스를 올리기 보다는 페널티 에어리어로 파고 들어오면서 센터 포워드와 위치를 바꾸는 등 교란을 하면서 상대의 빈틈을 파고 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세 명의 센터 포워드가 있었다고 하거나, 한 명의 센터 포워드와 두 명의 셰도우 스트라이커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쓰리백 수비진 역시 조금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본프레레 시절보다 조금 넓게 벌린 형태를 기본으로 좌우 윙백이 수비에 가담하면 가운데로 좁히면서 5백을 형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본프레레 시절의 쓰리백이 좌우 존을 제대로 커버하지 못하면서 윙백의 오버래핑시에 측면이 뚫리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던 것과는 달리 좌우 센터백 수비수들이 측면 압박에 가담하고 곧바로 좌우 윙백이 협력하면서 상대를 사이드로 몰아감으로써 이란 선수가 뒤로 볼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들었다. 여기에는 공수 간격이 극히 짧은 컴팩트한 축구를 했던 부분도 큰 도움이 되었다.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는 한 명(김두현)은 조금 공격적으로, 다른 한 명은 조금 수비적으로 플레이하면서 좌우 윙백의 오버래핑시에 한 명이 수비에 조금 치중하는 커버 플레이를 보였다. 하지만 전반 중반 이후 이란에게 다소 밀리기 시작한 원인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공격적인 미드필더 역을 맡았던 김두현 선수다. 김두현 선수는 흔히 말하는 “기복이 있는” 선수인데, 이 경기에는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다소 수비적으로 움직임으로써 중앙 미드필더와 센터 포워드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주는 원인이 됐다. 이란은 주로 이 공간을 공략했으며 카리미 선수를 비롯한 이란 미드필더들에게 밀리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협력과 압박이 제대로 작용하면서 크게 위험한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다.
즉, 본프레레의 3-4-3이 다소 정적이고 직선적이며 상하 움직임에 치우쳤던 반면, 아드보카트의 3-4-3은 동적이고 컴팩트하며, 상하 좌우 대각선 등 다양한 범위를 커버했을 뿐만 아니라, zone 개념이 어느 정도 잡힌 형태 – 그것도 훈련 5일 만에 – 를 보여주면서도 선수를 불필요한 zone에 배치함으로써 발생하는 낭비를 최소화했다.. 이것이 같은 선수로 그렇게 다른 축구가 나올 수 있었던 근본 원인이 되었다.
후반전은 또 다른 형태의 경기가 되었으니 그것은 바로 포메이션의 변화에 기인한다. 최진철을 빼고 백지훈을 투입하면서 4-3-3 (혹은 4-4-2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 포메이션으로 변경됐다. 먼저 그림을 보자.
----↗-----FC-----
--FL→---↙↓↘
--↓--------------- FR
----------↖↑↗-----↓
-------↑--AMC--↑
↑---←DMC-----DMC→--↑
DL→----DC----DC----←DR
-----------GK
---------동국
--------(정환)
--주영
--(천수) ---------지성
----------지훈
------두현---이호
-----(경렬) (정우)
동진—-진규—-영철—-원희
---------운재
엄밀히 말해 4-3-3이 맞다. 공격진은 그대로 둔 채 수비수를 한 명 빼고 공격형 미드필더를 1의 자리에 넣고 윙백을 수비로 내린 형태이다. 하지만 박지성 선수가 집중 마크를 당하면서 다소 공격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인데다 김두현 선수와 교체로 출장한 유경렬 선수가 한국의 왼쪽(이란의 오른쪽)을 2선에서 공략한 카리미 선수를 전담 마크하면서 다소 왼쪽으로 치우쳐 플레이한 관계로 얼핏 4-4-2로 보이기는 했지만 4-4-2 포메이션에서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좌우 윙 미드필더에서 박지성을 우측 미드필더로 보더라도 좌측 미드필더가 없었던 점을 보아도 4-4-2라고 보기는 어렵다. 4-4-2냐 4-3-3이냐는 논의가 전형적인 숫자놀음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어쨌든 전형적인 4-4-2에서 볼 수 있는 윙 플레이가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4-3-3으로 보고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위의 4-3-3의 특징은 중앙 미드필더가 세 명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와 두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세우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기에서는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와 한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활용하면서 두 명 중 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상대 셰도우 스트라이커의 전담 마크맨으로 둔 형태이다. 이렇게 되면 상대는 공격시에 수비수가 촘촘하게 서 있는 중앙 보다는 사이드로 패스가 이어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윙백과 윙포워드의 협력 수비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경우 상대는 아예 볼을 돌릴 곳을 찾지 못해 전진 패스가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이 경기에서 박지성 선수는 상대 선수들에게 둘러 쌓이면서 상대 선수와 함께 동반 잠수-_-;;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조원희 선수가 박지성 선수의 적극적인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전반전보다 다소 수비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 편, 좌측은 지쳐버린 박주영 선수가 이천수 선수로 교체되면서 다소 활기를 띄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김동진 선수가 자신의 zone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너무 중앙에 쏠려버리는 모습을 종종 노출하면서 수비의 구멍이 되었고 이 공간을 카리미 선수가 집중 공략했다. 이천수 선수가 수비에 협조하기는 했지만 이천수 선수가 수비력이 그다지 좋지도 않기 때문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김동진 선수가 다소 아쉬웠다.
세 명의 중앙 미드필더 중 유경렬 선수는 카리미 선수를 전담 마크하느라 공간을 지키지 못한데다, 플레이메이커의 역할까지도 일부 해주어야 하는 백지훈 선수가 상대 수비형 미드필더들에게 붙잡혀 잠수-_-;;해 버림으로써 이호 선수(또는 김정우 선수)가 중앙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김진규 선수는 공격을 이어 보려고 패스를 한다는 것이 상대에게 끊기는 부정확한 패스를 하거나 무의미한 롱 패스 – 뻥축구 – 를 하게 되었고, 이 공은 번번히 이란 선수의 발에 도착함으로써 경기 주도권의 65%가 이란에게 넘어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후반전 몇 차례 슈팅을 기록하지 못하면서도 상대 역시 제대로 공격 한번 못하게 만든 4-3-3 포메이션의 정체이다. 문제는 박지성 선수가 상대 수비 3명에게 견제 당하는 상황이 자주 있었음에도 반대편에 무방비로 있었던 박주영 선수나 중앙의 백지훈 선수가 공간을 창출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물론 공격 및 수비 밸런스를 무너뜨린 김동진 선수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적절하게 수행하지 못한 백지훈 선수에게도 다소 문제가 있었으나 박지성 선수에게 수비가 집중되는 상황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주변 선수들에게도 문제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제부터 수비진의 밸런스 및 존(zone) 유지와 함께 월드컵 본선에서도 집중 마크 당할 것이 분명한 맨유의 붉은 악마 박지성 선수에게 집중될 상대의 수비로 인해 발생하는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4. 부활의 시작, 가능성을 보다.
한 경기 이겼다고 칭송의 노래를 불러대는 황색 언론이나 냄비 팬으로서의 찬양이 아니라, 실제로 아드보카트 감독은 대한민국 대표팀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본프레레 감독이 대체로 경기에서 이기거나 주도권을 잡았고,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질됐던 이유가 무엇일까? 팬들이나 전문가들이 그가 이끄는 대표팀에서 “가능성”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반면 아드보카트 감독은 주도권을 상대에게 내주기도 하고, 다소 위험한 상황을 보여주거나, 제대로 된 골 결정력보다는 골 운이 따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팀의 경기 내용 자체가 짜임새 있고 제대로 만들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즉,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첫 술에 배부르기는 힘들다. 이제 겨우 5일 훈련했다. 게다가 이영표, 설기현, 차두리, 이을용 선수는 아예 참가도 못했다. 그 네 명은 당장 주전으로 뛰거나 교체 멤버로 뛰기에 차고 넘치는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다.
이번 경기에서 우리는 2002년의 향수를 보았다. 앞으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발될 22명의 선수들과 아드보카트 감독이 보여줄 토털 사커, 컴팩트 사커, 존(zone)의 축구, 그리고 압박 축구가 기대된다. 이제 2006년 월드컵을 향해 힘차게 뛰어보자.
※싸커 월드에서 저자 동의없이 펌글임(축구 사랑으로 이해바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