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버린 꼬리곰탕

2007. 1. 22. 오전 11:10:51

글자

어제 점심때 아들신부에게 낚지복음과 고등어 조림등 바리바리 어머니가 들고 오셨다.

 

고등어 조림하시다가 전화받다가 깜박해서 80%는 타버렸다고 아쉬어하셨다.

 

내일아침에는 꼬리 곰탕해 주신다고 오늘 저녁에 고신다고 해서

 

노인네 흥이나셨다. 새벽에 오신대서 괞찮다고 그럼 내일 택시타고 어머니댁에 간다고 했다.

 

아침미사 오늘 마치고 목발을 짚고 한손에는 냉동실에 있던 옥돔한솔을 들고 택시타고 갔다.

 

초인종을 눌렀다. 대답이 없었다. 새벽미사를 가셨나?

 

집에 가보니 난리였다.  탄내가 났다.

 

어제 고등어 조림이 타서 그런가보다하고 방을 열어보니 어머니는 주무시고 계셨다.

 

거실은 냉골

 

도대체 얼마를 아끼려고 늘 말을 안들으시는지? 전기료!

 

한 30분 기다리니 어머니는 상기된 얼굴로 나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큰일을 냈어. 불이 났었어 태웠어 꼬리곰탕!"

 

"옆집에서 초인종을 마구 눌러서 알았어 ........"

 

다시 목발을 짚고 사제관으로 왔다. 속이 상했다.

 

늦은 아침을 지어먹고 사제관 식복사를 어머니 댁으로 보냈다.

 

어머니는 우시면서 전화하셨다. "내가 빨리 가야 허신부 신경안쓸텐데!"

 

내 마음이 자책되었다. "그냥 간단한 걸 부탁드릴것을 몇시간을 고는 곰탕을 하신다고 했을때 말릴것을!"

 

"이젠 아들 한끼 밥도 못해주다니!"

 

그런데 정신과 수녀님께 문의 하였더니 깊은 수면은 노인에게 건강의 표시란다.

 

요즈음들어 잠이 잘온다고 좋아하시던 어머니!

 

타버린 꼬리곰탕보다 더 시꺼멓게 타버린 어머니의 마음!

 

오늘 어머니를 모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 4

  • 2007년 1월 23일 오전 10:10

    애뜻한 모정을 느껴봅니다. 그런데 목발은 왠 목발인지요?

  • 2007년 1월 23일 오전 10:39

    며칠전 팥죽을 쑤어놓을테니 와서 먹으라 하신 저희 친정엄마 생각이 나네요. 팥죽을 끓이다가 집에 걸려온 전화받고서는 깜박 잊으셔서 다 쫄아붙은 팥죽.. "엄마!!!!!" 하면서 바라보는 저한테.. "나이가 드니깐 육체가 늙는거보다 이렇게 정신이 없어지는게 슬퍼.." 엄마 목소리에 배어있는 슬픔이 고스란히 아픔으로 전해오던 기억. 엄마 마음에 위로가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 2007년 1월 23일 오후 3:53

    어찌하여 목발은요...? 저도 올 90세되신 시어머니를 모신다고는 볼 수 없고 그냥 더불어 삽니다. 어머니 늘상 주무십니다. 아기처럼.... 때론 아들이 흔들어 깨울 때도 있습니다. 걱정없을 듯합니다.

  • 2007년 1월 24일 오후 8:34

    아들 신부님 오시면 반갑고 가시면 더 반갑답니다. (아들신부님도 손님이니까)

지도신부님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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