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빠리는 안개에 젖어라는 말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유난히 안개 계절이 늦어지고
갈피갈피 피는 안개는 내 뿌리를 만져보게 합니다.
손에 잡히는 것이 없을 때
내 안의 소리가 듣고 싶을 때
고요함이 그리울 때
아름다운 음악을 특별히 대하고 싶을 때
노을이 질 때
내가 자주 가는 자작나무 작은 숲은
참새 두어 마리 풀어 놓고
이 안개 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주님은 안개를 풀어 놓으시고 무얼 생각하시는지
새벽이 가까워오는 밤은 왜 더 짙은지
안개가 아름다운 건 우리를 가려주어서가 아니라
바닥에 내려 놓고 내려다 볼 수 있기 때문은 아닌지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오롯이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가 아닌지
잡음이 잔뜩 들리는 음반을 가끔 듣고 싶은
그 이유와 같은 건 아닌지
자동차 바퀴 소리마저 그리운
안개 젖은 속초 그리고 자작나무 숲.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