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의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는 15세였던 1836년 마카오로 가서 신학 공부를 하고 1845년 1월에 귀국하였습니다. 그 얼마 후 다시 목선을 타고 황해를 건너 중국 상해로 향하였습니다. 선교사를 이 땅에 모시려고 하였던 것입니다.
1845년 8월 17일 사제품을 받고 고국에 돌아온 김대건 신부는 다시 선교사를 영입하려고 중국 배에 서신을 전하고 돌아오다가 순위도 부근에서 관헌에게 체포되었습니다. 여러 차례 문초를 받고, 1846년 9월 16일에 순교하였습니다. 1925년 7월 5일 비오 11세 교황은 김대건 신부를 비롯한 79위 한국 순교자를 복자의 반열에 올렸고, 1984년 5월 6일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서울에서 한국 순교자 103위의 시성식을 거행하면서 성인을 정하상 바오로 성인과 더불어 한국의 대표 성인으로 삼았습니다.
다음은 김대건 신부님께서 머지않아 닥쳐 올 자신의 순교를 생각하여
옥중에서 교우 일동에게 다음과 같은 글을 써 보내어 돌려보게 하셨습니다.
“사랑하는 교우들이여, 천주는 천지 만물을 창조하고 우리들 사람을 당신의 모습대로 만드셨습니다. 그 목적, 그 의향이 어디 있었는가를 조용히 생각해 보십시오.
모든 세상일 생각하여 보면, 실로 허무한 것뿐이고 슬픈 것뿐이외다. 만약 우리들이 이러한 거칠고 허무한 세상에 있어서 자기의 조물주이며 다시없는 천주를 깨달아 알지 못한다면, 어찌 난 보람이 있고, 살아 있는 보람이 있으리오.
오직 우리들은 천주의 은혜로써 이 세상에 나고, 다시 큰 은혜로써 성세를 받고, 성 교회의 한 사람으로 되어 귀한 이름을 받들고 있는 것이오나, 그러나 이에 어울릴 만한 열매를 맺지 못한다면, 이름만이 무슨 쓸데가 있으리오. 다만 입교한 보람이 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배교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 받은 바 은총이 풍부하면 그럴수록 천주님께 대하여 무서운 망은이 되는 것입니다.
농부의 하는 일을 보시오. 밭을 갈고 비료를 주고, 추위와 더위와 고단함을 무릅쓰고 좋은 씨를 뿌려 손질을 게을리 하지 않고 추수 때가 되어 거두어들임이 많게 되면, 이제까지의 피땀과 괴로움도 다 잊어버려 마음은 즐거움에 찰 것이외다.
천주의 밭은 이 세상이고, 인류는 좋은 씨앗이외다. 천주님께서는 이것에 비료를 베풀고 우리들을 위하여 황송하옵게도 사람이 되어 죽임을 당하신 아드님의 귀한 피에 우리들을 적셔 기르고, 성경으로써 우리들을 가르치고, 주교, 신부로써 우리들을 격려하고, 성령으로써 끊임없이 우리들을 인도하여 주십니다.
그러나 추수하는 때인 심판 날이 되어, 만약 다행히 성총의 은혜로 말미암아 좋은 열매를 맺게 되면 천국의 즐거움을 누릴 것이오나, 불행히도 아무 열매도 맺지 못하게 되면 천주의 아들로부터 굴러 떨어져 원수로 되어 지옥에서 영원한 형벌을 받지 않으면 안 되게 됩니다.
우리 조선에 성교(聖敎)가 퍼지게 된 이래 5-60년 동안에 거듭한 박해의 폭풍우에 쓸리고 시달려도 교우는 여전히 존속하고 있습니다. 방금 이 때에도 박해가 일어나서, 나도 많은 교우들과 함께 잡혔습니다.
성경에 의하면, 천주는 우리들의 머리털까지도 일일이 헤아리고 계셔서, 그 한 가닥이라도 허락하심이 없이는 빠져 떨어져 버리는 일이 없게 하신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천주의 뜻에 따라 우리들의 머리 위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의 편이 되어 세속과 마귀에 대하여 항상 싸워 나갑시다.
이러한 시끄럽고 어지러운 세상이오니 용감한 군사와도 같이 씩씩하고 무장하고 전장에 뛰어나가 분투하여 승리를 거둡시다. 특히 서로와의 사랑을 잊지 말고, 서로 돕고 서로 베풀어서 천주님께서 당신들에게 자비를 내리고 당신들의 기도를 들어주실 때를 기다립시다.
할 말은 많으나 도저히 다 적을 수 없으므로 여기서 붓을 놓습니다. 밤낮으로 천주의 도우심에 의하여 세 가지의 적, 세속과 마귀와 육신을 무찌르시오. 천주의 영광을 위하여 박해를 힘차게 참아서 살아 있는 사람들의 구원을 위하여 일하도록 힘쓰시오. 박해는 천주님께서 주시는 시련입니다.
세속과 마귀를 쳐 이기면 덕과 공덕을 쌓을 수 있습니다. 재앙에 겁내지 말고, 용기를 잃지 말고, 성교회의 영광을 늘리고, 주의 충실한 병사이며 참된 시민임을 증명하여 주시오. 비록 당신들은 수가 많다 하여도 마음은 하나로 되어 주십시오.
사랑을 잊지 마시오. 서로 참고 도와서 천주가 당신들을 불쌍히 여기실 때를 기다리시오. 사랑하는 교우들이여, 나도 천국에서 그대들과 같이 만나 영원한 복을 즐기게 될 것을 바라고 있소. 그대들을 정답게 껴안아 주겠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