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6. 04 연중 제9주간 목요일
마르코 12,28ㄱㄷ-34 (가장 큰 계명)
그때에 율법 학자 한 사람이 예수님께 다가와, “모든 계명 가운데에서 첫째가는 계명은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첫째는 이것이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그러므로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둘째는 이것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
그러자 율법 학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스승님. ‘그분은 한 분뿐이시고 그 밖에 다른 이가 없다.’ 하시니, 과연 옳은 말씀이십니다. 또 ‘마음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그분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이 모든 번제물과 희생 제물보다 낫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가 슬기롭게 대답하는 것을 보시고 그에게, “너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 하고 이르셨다. 그 뒤에는 어느 누구도 감히 그분께 묻지 못하였다.
<사람, 사랑, 삶 - 사랑나무>
사람, 사랑, 삶! 어원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비슷한 어감으로 따스하게 다가오는 단어들입니다. 그리고 이 세 단어 사이에는 뗄 수 없는 연관이 있는 듯합니다. 사람은 사랑함으로써 참된 삶을 살게 됩니다. 사랑이 없는 삶은 진정 사람의 삶이 아니요, 사랑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참된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 사람의 삶을 ‘사랑나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뿌리에서 줄기, 잎사귀 그리고 열매에 이르기까지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는 나무 말이지요. 사랑이 없다면 이 여린 고리들은 쉽게 끊어지고 시름시름 앓다가 시들어가는, 그러기에 오직 사랑으로만 살아갈 수 있는 나무 말이지요.
사랑 나무의 뿌리는 하느님입니다.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어 세상으로 보내주신 하느님입니다. 우리가 하느님과 굳게 연결되어 있을수록 사랑 나무는 더욱 튼튼히 성장할 수 있습니다. 사랑 나무의 줄기, 잎사귀, 그리고 열매는 나, 너, 우리 사람들입니다. 하나의 뿌리에서 자라나 각자의 소중한 자리에서 사랑 나무의 생명을 가꾸어 가는 우리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시작된 이 소중한 생명은 오직 사랑으로만 가꾸어지고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참된 삶을 원한다면, 아름다운 삶을 원한다면,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사랑하면 됩니다. 이 당연한 진리를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의 이상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듯싶습니다. 사랑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사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랑할 수 있는 아니 사랑해야 하는 수많은 이유보다, 사랑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이유에 더 마음을 쓰기 때문입니다. 입으로는 사랑을 말하지만 차가운 마음은 움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아름다운 말로 표현될 수 있는 무엇이 아니라, 오직 몸과 마음으로 사랑함으로써만 가능한 바로 그것입니다. 참된 사랑은 입으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온 몸과 마음으로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모든 것, 마음과 의지, 생명까지도 사랑하는 이에게 온전히 내어놓습니다. 이러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사랑을 전하려는 ‘나’와 내가 사랑하려는 ‘너’를 온전히 하나로 받아들이는 것, ‘너’를 또 하나의 ‘나’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예수님의 사랑에 대한 단순한 가르침입니다. “모든 것을 다 바쳐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여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여라.” 이 말씀은 곧 생명의 가르침이며 참된 삶의 나침반입니다.
겉보기에는 기묘하고 화려하지만 이미 생명을 잃어버린 고사목처럼, 사랑 없이 죽어가는 혼자만의 메마른 삶을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거친 비바람에도 꺾이지 않고 새록새록 생명을 키워가는 여린 나무처럼, 하느님과 다른 이들과 사랑으로 끈끈하게 맺어진 생명 넘치는 살 맛 나는 참된 삶을 살아갈 것인지, 이제 선택은 우리의 몫입니다.
흔히 요즘 세상에 사랑이 메말랐다고 합니다. 그러기에 생명이 아닌 죽음의 문화가 판을 친다고 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아닙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예수님을 따라 아름다운 사랑으로 생명을 가꾸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나, 당신, 우리가 그 사람들입니다. 오늘 우리의 작은 사랑의 몸짓은 촉촉한 단비가 되어 메마른 세상을 적시어 생명이 움트게 할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기쁨과 희망을 가슴에 가득 담고 오늘도 우리의 모든 것을 내어놓는 아름다운 사랑의 길을 걸어갑니다. 그렇지요? 그럴 수 있으시지요? 사랑하는 믿음의 벗님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