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돈 보스코에 대해 전해오는 많은 일화 가운데 이런 것이 있다.
토리노에 있는 살레시오 수도원 성당에서 피정기도가 열리던 때였다.
원생들은 모두 착실하고 열심히 자신의 영혼을 위해 이 피정기도에 잘
참여했다. 그러나 그들 중에 단 한 원생만이 성 돈 보스코와 다른 신부들
의 간곡한 지도와 좋은 권면에 따르지 않고 다른 원생들이 열심히 준비
하고 고해성사를 보는데 자신만은 이번에는 고해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신부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그의 마음을 돌리려고 갖은 애를 써
보았다.
그러나 그는 한결같이, “다음에 잘 고해하지요. 이번에는 못하겠습니다
…. 차차 생각해보지요…. 지금 같아서는 제 마음을 제가 결정하지 못하
겠습니다.” 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돈 보스코 신부는 그가 피정 마지막날까지 이러한 고집을 부리면서 마음
을 돌리지 않는 것을 보고 한 가지 묘책을 생각해냈다. 돈 보스코 신부는
조그만 종이에 “오늘 밤에 네가 죽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 -돈 보스코-”
라고만 써서 그 생도의 이불 속에 넣어두었다.
그럭저럭 밤이 되어 모두 자기 침실로 갔다. 고집쟁이 생도도 옷을 벗고
막 이불 속으로 들어가려다가 뜻밖의 일을 당한지라 “아!” 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그 종이 조각을 읽어보았다. 눈은 동그래지고, 가슴은 뛰고,
정신은 아찔해진다. 종이에는 “오늘 밤에 네가 죽으면 어떻게 할 것이
냐? -돈 보스코-” 이렇게 적혀있지 않은가!
그 생도는 “돈 보스코! 돈 보스코!” 라고 몇 번이고 마음속으로 외어보았
다. “돈 보스코는 성인이다. 장래 있을 일을 잘 아는 분이다. 나는 오늘
밤에 죽을지도 모른다. 만일 오늘 밤에 죽으면 나는 어떻게 될까? 나는
죽고 싶지 않다. 나는 더 살련다. 나는 결코 안 죽는다….” 이렇게 마음
을 다지면서 다른 친구들이 눈치 채지 않게 이불 속으로 가만히 들어가
서 이불자락을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용기를 내서 억지로 잠을 청했지만
헛일이었다.
잠이 올 리가 없었다. 무엇이 뾰족한 가시처럼 마음을 몹시 찌른다. 내가
죽는다라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빼버리고 자려고 애써보았지만 눈은
점점 환해지고, 정신은 점점 더 맑아질 뿐이다. 이리저리 뒤척이며 눈을
꽉 감아도 보았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돈 보스코 성인의 말씀이 머리에 떠오르고, 불길이 이글이글 치솟는
지옥이 요지경처럼 나타나기도 하며, 너는 지옥으로 가라고 판정하시는
예수님의 엄숙한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듯했다.
그는 마음속으로 부르짖었다. “불쌍한 내가 만일 오늘 밤에 정말로 죽으
면….” 갑자기 한기가 들고 식은땀이 온몸으로 스며든다. “싫다. 지옥에
는 가고 싶지 않다. 고해를 해야지, 고해를 해….”
신자들의 의탁이신 성모 마리아와 자신의 주보 성인께 열심히 기구한
그는 이불을 확 걷어차고 옷을 주워 입은 후 침실을 빠져 나왔다. 그는
계단을 내려가 복도를 지나서 돈 보스코 신부의 방 문 앞으로 가서 조심
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사랑이 깊으신 아버지처럼 그 생도가 오기를 기다린 성인은 문을 열고
친절하게 맞으며 “오, 그대! 이 밤중에 무슨 일로 오셨나요?” 하고 물었
다.
“신부님, 고해하려고요.” 하는 그는 고개를 숙였다.
“네, 그래요? 들어오세요. 오랫동안 그대를 기다렸답니다.” 라고 신부는
친절하게 그를 안내했다.
그는 방으로 들어가 마루 위에 무릎을 꿇고 진정한 통회를 하면서 올바
른 고해를 하고, 예수님의 용서를 받아 기쁨과 평화가 가득한 마음으로
자기 침실로 돌아갔다. 이제는 무서울 것이 없다. 죽음을 생각한 들 무서
울 것이 없다라고 그는 마음속으로 부르짖었다.
“오! 나는 행복한 사람! 이제 죽은들 어떻단 말이냐! 하느님의 성총을
입어 예수님의 벗이 되었으니 이제 죽은들 무서울 것이 무엇이냐!”
마음의 안정, 스스로의 위로, 말할 수 없는 행복감 속에서 그는 평안히
잠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꿈을 꾸었다. 눈앞에는 천국이 열리고,
그 주위에는 아름답고 장엄한 찬미가를 부르면서 하늘하늘 날아드는
천사들의 무리… 아, 얼마나 황홀하고 만족한 광경이냐!
이 학생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정말로 이 학생처럼 고해의 유익한
점을 믿고 고해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이와 반대로 모고해를 한 사람은 얼마나 불행하고, 얼마나 참혹한 지경
에 이를 것인가! 또 다른 예를 하나 들어보자.
성 레오나르도 마우리시오가 어느 임종하는 여성의 청을 받아 한 수사를
데리고 급히 그곳으로 갔다. 성인은 그녀의 고백을 듣고 사죄경을 염한
뒤에 가만히 그 방에서 나와 옆방에서 기다리고 있는 수사와 함께 그 집
을 막 나오려는데 수사가 매우 슬프고 무서워하는 모습으로 성인에게
나직이 말하였다.
“신부님, 제가 본 것이 무엇일까요?”
“당신이 무엇을 보았는데?”
“저 응접실 가운데를 빙빙 돌아다니는 시커먼 손을 보았습니다. 아!
무서워…. 그런데 신부님이 나오시니까 그 무서운 손이 번개같이 병자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수사는 아직도 벌벌 떤다.
성인은 그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 다시 병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아, 얼마나 무서운 광경이냐! 그 시커먼 손이 병자의 목을 조르고 있지
않은가! 병자의 눈알은 튀어나오고, 혀는 길게 늘어졌다.
그녀는 “무서운 독성(瀆聖)…. 오, 기막히는 독성죄…”하고 벼락같은
소리를 지르면서 숨이 진다.
참으로 고해 잘못한 죄가 영원한 멸망의 가장 큰 원인이다.
우리는 항상 거짓과 싸우면서 정직하고 올바르게 고백하지 않으면 이 불쌍한 여성과
같은 길을 밟을 것이다.
같은 길을 밟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