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 청년회 봉사자를 찾습니다...

2011. 12. 27. 오후 1:38:35

글자

본당 청년회 봉사자를 찾습니다. 

김선기❘가톨릭의 참된 복음화와 진보정치를 꿈꾸며,
자신의 수호성인인 토마스모어의 삶을 닮고자 일일우일신하는 청년

 

어느 본당이나 보통 대림시기를 전후로 본당 사목위원회 봉사자들이 교체, 유임, 자리이동을 한다. 이 글에서는 본당 청년연합회(성가대, 전례단, 복사단 기타 산하단체 포함)와 지구 연합회 봉사자에 대해서 내 짧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보려고 한다. 

교적상 우리 본당에는 20~39세에 해당하는 청년 대상자들이 약 600명 가량 있는데 그중에 청년회에서 이름이라도 살짝 걸치고 있는 사람은 60~70명 정도 있다. 약 10% 정도가 본당에서 ‘청년회’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상 전체 신자의 30% 정도가 주일미사에 참여하는 것을 감안할 때 10%의 활동은 어쩌면 저조한 수치일 수도 있겠다.

또한 다른 본당 청년회도 매년 거의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지만, 우리 본당에서는 청년연합회 회장을 새로 뽑는 시기가 다가오면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다. 우선 자발적으로 소위 본당 청년회 대권 출마(?)를 결의한 예비후보자 자체가 드물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기존 봉사자들이 안전하고도 아름다운 은퇴를 위해서 사전 후보군 발굴 작업을 하기도 하지만 적합한 인물을 찾기는 녹록치 않다.

그래서 후보자 발굴을 위한 몇 가지 묘안이 나오기도 했다. 예를 들면, 교황 선출 방식으로 청년회 임원을 뽑는 총회 자리에 참석한 청년, 불참한 청년일지라도 청년회 명부에 이름이 등재되어있는 사람 중에 적합한 한 명을 적어서 과반수 추천자가 나올 때까지 무기명 투표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청년연합회 산하 청년 단체에서 의무적으로 후보를 무조건 1명씩 파견해서 총회에서 청년회 회장을 선출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하고, 마지막으로는 총회 현장에서 손을 들고 적합한 인물을 천거하고 추천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나서 후보자가 수락하든 말든 일단 투표부터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일반적이고도 전통적인 방식이 있다. 내가 본당 청년 활동을 했던 6년 동안 자발적으로 총회 전에 청년회 회장 후보가 등록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심지어 올해 우리 본당에서는 총회에 일반적인 천거방식으로 후보 3명이 추천되었는데 그 중 2명은 이런저런 사정이 있다며 ‘제발 찍지 말아 달라’고 읍소하는 지경이어서 그날 개인 사정상 참석하지 못한 후보가 압도적인 몰표 지지를 받아 회장에 뽑히는 영광을 안고 말았다. 그 광경은 뽑은 사람들이나 전화로 선출되었다고 통보받은 사람이나 황당하고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그렇게 인위적이라도 새로운 청년연합회가 구성되는 곳은 주님의 은총을 듬뿍 받은 편에 속한다. 불행하게도 어떤 본당에서는 신임 청년회 봉사자들을 뽑지 못해서 기존 봉사자들이 박정희의 3선처럼 연임하는 청년회도 나온다.

본당 청년연합회 구성 과정이 이러하니 지구 혹은 교구 청년연합회 구성은 오죽할까. 그곳 역시 본당 청년연합회 선출과정과 다를 게 없다. 서로에게 부담이 될까봐 혹은 추천자에게 원망을 들을까봐 추천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아무래도 서로가 본당보다는 어색한 사이들이 많기 때문에 더 소극적으로 조용히 선출과정이 진행된다. 억지로 선출되어 앞에 나와 당선 인사를 할 때도 거의 장례 공지 후 연도하는 분위기다.

그럼 도대체 왜 그렇게 본당 청년회 봉사자를 하지 않으려 할까? 청년 봉사자 기근 현상을 타개할 방도는 없을까? 본인의 말을 빌리자면 ‘주님의 뜻’에 의해 수년간 자의반 타의반으로 청년회 봉사자를 다양하게 경험한 한 자매와 대화를 나눠봤다.

 

Q 토마스모어 : 안녕하세요. 본당이나 지구/교구 청년연합회에서 봉사직을 하면서 가장 부담스러운 점이 무엇이었나요?

 

A 소화데레사 :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대부분 직장인인 데다가 많은 시간을 내야 되는 문제가 가장 부담스럽죠. 또 요즘처럼 결혼 적령기가 늦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청년회도 고령화되고, 많은 직장인들이 청년회 일들을 병행하고 있어서 직장 일과 본당 청년회 활동 둘 다 잘 해나가기가 결코 만만한 문제가 아니었어요.

그리고 본당 청년회 활동을 하면서 누구 하나 소외받지 않게 일일이 구성원을 챙겨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힘들었구요. 청년활동 중에 가장 조심스러운 면이 인간관계이기도 하잖아요?

게다가 가톨릭교회는 여전히 평신도와 사제의 수직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에 담당 신부님들 스타일에도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에요. 청년회 활동은 아무리 잘해도 본전이라는 인식이 팽배하고, 조금이라도 못하면 인민재판식으로 안 좋은 소리를 여기저기서 들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고요. 청년들이 내 뜻대로 잘 협조해 줄지 아닐지 작은 두려움 같은 것도 있고, 친하기 싫은 사람들하고도 어느 정도 친한 관계를 유지해줘야 하니 만만치 않았습니다.  

Q 토마스모어 : 그래도 청년회 일을 다양하게 경험하면서 보람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끝으로 자매님의 경험을 바탕으로 청년회 본당 뿐 아니라 지구, 교구 청년회가 발전하려면, 또 청년회 봉사직을 서로 하고자 하는 분위기로 만들어가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소화데레사 : 부끄럽지만 저 역시 몇 년 동안 자발적으로 봉사직을 받아들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청년회 활동을 하면서 보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느님께서 제게 주신 은총을 받아들였다는 뿌듯함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돌부처처럼 전혀 반응 없던 청년들이 서서히 변하고 저에게 먼저활짝 웃어줄 때 기뻤구요. 또 본래 청년회 모임 목적처럼 서로 친해지고 그러면 뿌듯했어요.

아~ 그리고 어느 본당에서나 청년연합회 봉사자직을 기피하지 않게 하려면 우선 담당 사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보통 청년 담당 신부님은 서울대교구 같은 경우는 2년을 주기로 교체되는데 주기가 너무 짧은 것 같아요. 어느 정도 큰 계획을 갖고 청년회를 연속성 있게 이끌어가려면 적어도 3년 정도의 주기가 필요하거든요. 물론 많은 신부님들이 항상 관심을 갖고 우리 청년회의 작은 계획에도 힘을 불어 넣어 주고 있지만 갖가지 격무로 정신이 없으셔서 청년사목에 관심이 덜하실 때 많이 아쉽습니다.

사실 담당 신부님만이라도 청년들을 전적으로 믿고 밀어주시면 스트레스 받는 봉사직도 할만 해요 ^^. 서로 호흡까지 잘 맞으면 금상첨화이겠지만요. 덧붙어 저는 무엇보다 청년들 자체가 긴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례 후 재교육이 거의 전무한 상태입니다. 요즘 다시 부각되고 있는 사회교리 교육을 통해서 교회 내 청년사목에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깨닫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본당 청년회 봉사자 기근 현상을 극복하려면 ‘내가 교회다’라는 생각으로 청년회 봉사직에 대한 참된 의미를 알아가고 신앙생활을 되돌아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인가. 또한 이렇듯 길게 이어진 겨울잠을 깨울 방법이 단지 청년들의 자발성을 기대하는 것으로만 가능할까?

이미 많은 본당이 청년회를 폐쇄한 역사 속에서 본당, 교구 차원의 노력 없이 청년회 활동의 활성화는 어렵다. 교회를 젊게 만들고, 교회 내 청년들의 활기찬 참여를 원한다면 먼저 그들과 소통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본당 사목회 차원의 청년회 활성화 노력도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미래의 교회를 이끌고 나갈 사람은 결국 청년이다. 교회의 노령화가 걱정된다면 청년회 활성정책을 우선하는 적극적인 교회의 노력이 그 무엇보다 필요하다.

댓글 1

  • 2011년 12월 27일 오후 1:41

    제가 한달에 한 번 지인 부탁으로 모 가톨릭 주간지"본당을 재디자인한다."라는 꼭지에 기고한 글인데요, 부족한 글이지만 여기에도 옮겨왔습니다.

자유의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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