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ST (다리)
손옥경 데례사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사순 시기가 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체코 영화 Most 아브라함의 봉헌이 언제 들어도 당황스럽듯 이 영화 역시 언제 보아도 생생하고 애달프다.
2004년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영화 작품상 부문에 후보로 올랐던 작품으로 서로밖에 없는 아빠와 아들의 이야기이다.
이들이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앞의 몇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다가온다.
배와 기차가 함께 지나다니는 개폐식 다리의 레버를 당기며 다리를 관리하는 일을 하던 아빠에게 어느 날 아들이 아빠의 직장을 쫓아가겠다고 한다.
종종 있었던 일인 듯, 학교가 파하기를 기다려 둘은 장난을 치며 아빠의 일터로 온다.
기차가 들어오기 전 강가에서 낚시질하며 노는 아들을 다리 위 기계실에서 내려다보는 모습이 퍽 따스하고 정겹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은 멀리서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기차를 보며 위를 올려다보지만, 아빠는 다른 곳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던 아들은 다리 위로 올라가 다리 밑 레버를 수동으로 당기기 위해 엎드려 손을 뻗는다.
하지만 그 순간 다리 밑 기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한편 빠른 기적 소리를 듣게 된 아빠는 다리 밑에서 놀고 있는 아들을 살피다가 홈에 빠진 아들을 발견한다.
아무런 손쓸 새도 없이 아들과 기차의 상반된 운명이 아빠의 손에 달린 것이다.
아들을 구하기 위해 다리를 내리지 않는다면 수많은 사람이 탄 기차는 강 아래로 곤두박질칠 것이고 다리를 내린다면 아들은 기계 속으로 말려들어 죽게 된다.
죽음과도 같은 그 짧은 순간, 아빠는 울부짖으며 다리의 레버를 내린다.
연결된 다리 위를 지나가는 열차의 창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웃고 떠들며 노는 젊은이들, 사랑을 나누는 연인, 화장을 하고 있는 여인,
마약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아가씨 등, 그들의 생명을 위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른 채 기차는 지나간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 자기 생명보다 귀한 아들을 바치는 아브라함의 신앙도,
아들을 너무도 아끼지만 다른 이들의 생명도 소중하기에 대의를 선택하는 이 아빠의 결정도 대단하다.
영화 속에서 아빠는 아들을 잃은 자기의 엄청난 고통과 아이의 생명 값의 의미를 묻고 있는 듯 여기저기 쓸쓸히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바라본다.
다행히 아빠는 한 장면을 바라보면서 자신과 아들이 바친 고통의 의미를 발견하고 웃으며 끝이 난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라고 하신 아빠 하느님의 마움, 그 마음이 우리를 향한 마음입니다.
예수님이 그 아빠의 사랑을 일깨워 주려고 오늘도 한 걸음씩 예루살렘을 향해 걷고 있다. 우리가 얼마나 큰 사랑과 희생으로 살고 있는지 일깨우는 귀한 작품이다.
이른 새벽 거리를 쓸고 있는 아저씨들 덕분에 깨끗한 거리를 걷는다. 밤새 날라준 택배로 인해 일상이 돌아간다.
오늘도 많은 사람의 희생과 노고로 살고 있음을 깨달으며 감사로 나의 삶과 시간도 나누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