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반데룽

2022. 3. 4. 오전 11:4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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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우리는 해마다 거룩한 성사로 사순 시기를 지내는 저희가 그리스도의 신비를 더욱 깊이 깨달아 회개의 삶으로 그 열매를 맺게 하소서.”라는 교회의 본기도를 바치며 본격적으로 사순 시기를 시작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코로나-19의 상황에서 맞이하는 사순시기는 그동안 나태해진 우리의 신앙을 다시 점검하며 주님께 돌아가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소설가 황순원의 작품 중에 링반데룽이란 단편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공수병으로 죽어가는 친구를 지켜보면서 멀어진 애인 설희와의 재회를 꿈꾸지만, 제자리만 맴돌 뿐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링반데룽을 안타까워하는 작품입니다.

독일어인 링반데룽[Ringwanderung]”환상 방황(環狀彷徨)”으로 번역되는 등산용어인데짙은 안개 및 폭풍우를 만났을 때나 밤중에 방향 감각을 잃고 같은 지점을 계속 맴도는 일을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그래서 계속 한자리를 맴돌다가 그 자리에서 죽고 만다는 이 '링반테룽'을 등산가들은 눈사태나 폭풍우 자체보다 더 무서운 적으로 여긴답니다.

우리가 지내는 이 사순 시기가 링반데룽처럼 매년 행사처럼 지내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지켜야 하고,

생각 없이 걸어가는 그런 시가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주님을 향해 나아간다고 믿었는데 제자리만 겉돌고 있지는 않은지를 반성해보며 이번만은 의미 있는 사순시기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왜냐면 사순시기에 하는 회개란 자신의 과거를 샅샅이 뒤져 죄를 찾아내고 그것을 아파하는 자학적 행위가 아니라,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사랑과 희망을 바라보며 믿음을 가지고 미래를 향해 그리고 주님을 향해 힘차게 걸어 나가는 행위를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를 사랑하고 우리를 위해 당신의 목숨까지 내어 놓으신 주님의 사랑을 믿고 희망 속에서 주님을 향해 힘차게 우리의 발걸음을 내딛는 그런 의미 있는 사순 시기가 되기를 바라며 그러한 우리를 위해 성모님의 도움을 청하며 기도합니다. 

                                                                                      -대전교구 민병섭 바오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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