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빔/ 신영림
달빛이 문풍지 파르르 떨리는
문 틈 사이를 엿보면
하얀 행주치마 두른 어머니가
다식판에 색색의 고운 꽃을
꼭꼭 박아 내고 계셨지
송화다식 들깨 참깨 콩
함지박에 꽃이 달처럼 차오르고
꽃무늬 다식은 살구빛 분홍 내음으로
달콤하게 눈속 숨어 들었지
오색 빛 나의 설빔은 여러날 밤
알록달록 비늘이 돋아 꿈에 날고
시도 때도 없이 설레임이
물밀져오는 기쁨으로 채근하면
설빔 꺼내 가만히 매만지곤 했지
동리 끝에 있던 작은 가게에는
붉고 파란 망사, 스폰지에 반짝이는
금박이 진 리본에 꽃핀 귀고리
작은 소녀들 기다렸다네
휘영청 보름달이 둥실 떠오르고
눈썹이 새 하 애 진다며
잠 붙들어 매던 속눈썹엔 어느덧
배시시 졸음이 달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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