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 유치환

2007. 11. 3. 오전 5:23:18

글자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분홍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진정 나는 행복하였네라.

 

 

행복, 유치환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노오란 은행잎들이 바람에 날려가고

지나는 사람들같이 저 멀리 가는 걸 보네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

한 여름 소나기 쏟아져도 굳세게 버틴 꽃들과

지난 겨울 눈보라에도 우뚝 서 있는 나무들같이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저 홀로 설 수 있을까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우연한 생각에 빠져 날 저물도록 몰랐네

 

 

노래. 윤도현

 

 

 

 

 

 제가 주님을 모르고 살던 시절 즐겨 외었던 시입니다.

 

댓글 2

  • 2007년 11월 4일 오후 2:40

    형! 그 시 안에도 주님이 계셨네요...

  • 2007년 11월 6일 오전 9:42

    여고시절, 제가 좋아하던 시였답니다. 저도 그땐 주님을 몰랐었고.. 오늘, 그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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