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 속을 걷는다.
매서운 겨울을 재촉하는 어둠의 빗 속을
우산 속으로 파고드는 행인들을 스치며
비의 차가움을 느끼려 천천히 걷는다.
빗방울 막아 줄 마음을 찿지 못한 휴대폰과
택시를, 비 가릴 우산을 뒤로 물린 채
비에 가려진 어둠을 벗하려 걸음을 옮긴다.
머리를 적시고 목 덜미로 스미는 차가움은
두터운 옷에 감춘 따뜻한 체온을 보듬지만
산성비의 두려움을 팽개치고 앞으로 간다.
안아 줄 이 찿지못해 두 주머니에 손 찌른 채
모난 처와 딸이 난방 잘해 놓았을 집을 향해
안경을 어지럽히는 비와 어둠에 젖어 걷는다.
2004.12.06.늦은 저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