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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남자의 계절인 것은

은빛의 날개·2007. 10. 19. 오전 1:27:58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한다. 가을만 되면 옆구리가 허전하고 직장 일에 심드렁해지며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호소하는 40~50대 남성이 는다. 식욕과 성욕 감퇴, 불면증까지 호소하는 중년도 유독 가을에 많다. 이러한 ‘추남(秋男)’을 위해 ‘가을을 탄다’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그렇다면 많은 중년 남성들이 가을을 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조량과 호르몬 때문에?
 
 남자가 가을을 타는 이유로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단어가 ‘일조량’과 ‘호르몬’. 해의 변화에 따라 신체적으로 호르몬의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가을이 되면 해가 짧아지고 쌀쌀해지면서 항우울 효과가 있는 뇌의 갑상선 호르몬 대사가 줄고 대신 노에피네프린, 세로토닌과 같은 정신을 차분하게 만드는 뇌의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증가한다는 것.

  일조량에 따른 심각한 우울증은 ‘계절성 우울증’이라는 병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노르웨이나 스웨덴, 핀란드 등 여름과 겨울의 일조량이 최대 10시간 정도 차이가 나는 고위도 북유럽 국가에서 이러한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일조량과 호르몬으로 ‘가을 남자’를 설명하기에는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이 있다.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계절성 우울증의 경우, 남성보다 여성이 3배 이상 걸릴 확률이 높다고 보고되기도 했다. 일조량에 의한 심리변화를 고려하면 ‘가을 남자’보다 ‘가을 여자’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남성성을 나타내는 호르몬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시기도 다름아닌 가을이다. 서울대 의대 백재승(54·남성학) 교수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테르테론은 1년 중 가을인 9월과 10월, 11월에 가장 높다”며 “호르몬만 따지면 남성성이 가장 강한 계절이 가을인데 남자가 가을을 탄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연세대 의대 가정의학과 강희철(48) 교수도 “인간은 동물과 달리 철 따라 호르몬 변화가 작기 때문에 호르몬과 성격 변화를 의학적으로 규명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명동 멘파워비교기과 곽태일(41) 원장은 “남성 호르몬 분비가 가을에 더 왕성한 것은 맞지만 나이가 들수록 호르몬 도달율이 떨어진다”며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면서 날씨가 쌀쌀해질수록 젊을 때의 왕성한 체력이 그리워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가을을 탄다’는 건 가을에 스스로 ‘중독’ 된 것

  다른 이유에서 ‘가을 남자’를 지지하는 분석도 있다. 카톨릭성모병원 정신과 채정호(46) 교수는 “가을을 타는 것은 결국 심리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잎이 무성했던 여름이 가고 낙엽 떨어지는 가을이 되면 누구나 1년을 되돌아 보기 시작하는데 이때 성취주의가 강한 남성이 더 큰 허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특히 인생에서 자신의 한계와 미래에 현실적으로 직면해야 하는 40~50대 남성의 경우 상대적인 박탈감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상은 의학적으로 ‘상승정지증후군(rising stop syndrome)’이라고 불린다. 인생의 목표를 세워놓고 끝없이 매진하던 사람이 어느 날 더 이상 올라갈 데가 없다고 생각될 때 느끼는 허무하고 공허한 심리적 현상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건국대 의대 심리학과 하지현(40) 교수는 ‘가을 중독’이라는 표현을 꺼냈다. 하 교수는 “가을을 탄다는 것은 가을이란 단어에 중독된 자기 최면 상태”라며 “결실의 계절이라는 가을이 되면 내가 이룩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평가를 하게 되면서 왠지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하고 고독에 사로 잡혀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에 스스로 사로 잡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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