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등산화 - 박노해

2006. 12. 19. 오후 1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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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젖은 등산화


 

언젠가 어떤 사진 한 장을 보고

얼어붙듯 묵상에 잠긴 적이 있었습니다

등산화를 가슴에 꼬옥 끌어안고 얼어죽은 등반대의

처절한 죽음을 기록한 한 장의 사진이었습니다

 

산 사람들은 얼음 산정을 향해 오르다 텐트를 치고 잠을 잘 때

젖은 등산화를 가슴에 꼬옥 품고 잠을 청합니다.

그래야 다음날 아침 뽀송뽀송한 상태로

또 걸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 산사람 박인식

 

얼음 산에서, 머리카락도 수염도 허옇게 얼어붙은 얼굴로

하나같이 등산화를 가슴에 꼭 끌어안고 나란히

얼어죽어간 등반대원들의 모습

장엄한 순교자의 모습으로 다가온 그 현장 보도사진 한 장이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문득 문득

떠오르곤 합니다

지금 우리도 저마다 어딘가를 향해 오르고 있고

그 길에서 죽어갑니다

내일, 또 내일, 내일 아침이면 우리도 죽어 있을 것입니다

 

나, 무엇을 가슴에 꼬옥 끌어안고 죽어 있을텐가

댓글 3

  • 2006년 12월 19일 오후 11:52

    그러게요.. ㅘ연 무엇을 가슴에 꼭 안고 떠나갈까요?..내가살아온 삶의 흔적?..아님..지고지순하신 하느님 그분의 사랑을 가슴에 꼭 안고 갈 것인가?..^^.

  • 2006년 12월 21일 오전 2:37

    저는 아무것도 안끌어 안고 죽을래여...

  • 2006년 12월 21일 오전 2:38

    왜냐면, 하느님께서 많은 것을 주실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