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신문] 박영복 루시아-묵주, 성모님과 나를 이어주는 끈

2013. 12. 20. 오전 10: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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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신문 2013. 12. 1 발행 [1242호] 

[나의 묵주 이야기] 64. 묵주, 성모님과 나를 이어주는 끈

박영복 루치아(시각장애인, 서울대교구 성라파엘사랑결준본당)


묵주! 

이 단어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치 연인의 이름을 들었을 때처럼 내 가슴은 여지없이 설레곤 한다. 힘겹고 괴로웠던 수많은 시간들을 견뎌낼 수 있도록 성모님과 나를 이어준 소중한 끈이었기에. 그래서 나는 팔에, 손가락에, 그리고 가방에 묵주를 챙겨 다닌다. 언제 어디서라도 바로 꺼내어 성모님 손을 잡을 수 있도록.

나는 15년 전 남편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냈다. 밤중에 갑자기 찾아온 뇌출혈로 남편은 말 한 마디 못하고, 몸 한 번 움직여 보지 못한 채 중환자실에서 16일을 보내고 어이없이 가버렸다.

7남매의 맏며느리로 27년이라는 세월의 만만치 않았던 시집살이에 지쳐 있던 나는 남편에게 그리 좋은 아내가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남편이 그런 식으로 떠나버리자 그 괴로움이란 말로 다할 수 없었다. 혼자 남은 고통은 차치하고, 마치 남편의 죽음이 내 탓인 것만 같아 후회와 고통으로 견딜 수가 없었다.

아무리 부정해 보아도 그 죄책감을 떨쳐 버릴 수 없었던 나는 본당 신부님께 면담을 청했고, 그동안 남편과 나의 상황들에 대해 낱낱이 말씀드렸다. 이야기를 다 들으신 신부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3일 동안 물만 마시면서 금식을 하십시오.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성모님과 예수님께 간절히 도움을 청하신 다음 3일 되는 날 조용한 곳에 홀로 가서 묵상하면서 '예수님, 도와주세요'를 반복하면서 마음을 기울이십시오. 저도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그리고 결과를 저한테도 말씀해 주십시오."

나는 신부님 말씀대로 절절한 마음으로 3일 동안 금식과 묵주기도를 바쳤다. 그때 내가 처해 있던 상황이 3일씩 금식을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성령님의 도우심으로 무사히 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3일째 되는 날 조용한 방에 들어가 혼자 다시 기도하며 간절히 예수님께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내 마음속으로 한 답이 들어오는 것이었다.

"네가 무엇이기에 사람을 살게 하고 죽게 할 수 있단 말이냐?"

내가 상상할 수도 없었던 말씀이었기에 나는 너무나 감격하고 감사해서 엎드려 울었다. 그랬다. 그러한 죄책감 자체가 얼마나 큰 오만이었던가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고해소를 찾았고, 내 고백을 들으신 신부님은 쾌활한 목소리로 말씀해주셨다. "축하드립니다."

그렇게 나는 마음의 자유를 얻었고, 내 삶의 모든 것은 그분에 의해 꾸며지는 정원이라 여겼다. 또 당장은 마땅치 않게 여겨지는 일들도 결국 최선을 이루시기 위한 과정임을 늘 깨우치며 그분께 모든 것을 맡겨드리리라 다짐했다.

나는 그 누구보다 연약한 존재이기에 안타깝지만 내 힘으로 도움을 줄 수 없는 이들을 위해 하느님의 자비에 기대어 묵주의 9일 기도로 성모님과 예수님께 자주 떼를 쓴다. 그러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세월이 지나 문득 떠올려 보면 응답받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었음을 깨달으며 감사의 환성을 올리곤 한다.

어느 날 라디오에서 '백만 송이 장미'라는 노래를 듣고, '나도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적어도 백만 송이의 장미를 바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내 삶의 마지막이 언제인지 모르니 마음이 급했고, 그래서 5년여 동안 5만 단(50만 송이)을 정신없이 바쳤다. 요즘은 좀 여유를 갖고 기도하고 있지만 레지오 마리애 단원이자 로사리오회 회원으로서 묵주기도는 내 의무이자 즐거움이며 당당함의 기반이다.

누구보다 부족하고 무능력하지만 성가대에서 찬양을 바칠 때에도, 연령회를 이끌어갈 때에도, 더러 말씀을 전할 때에도 묵주기도로 오는 은총을 믿기에 어느 때이고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한 나를 위해 성모님께서는 난데없는 향기로 위로를 주시기도 하고 알 수 없는 평화와 기쁨으로 가슴을 채워주시기도 한다.

나는 묵주기도뿐 아니라 '예수 수난 15기도'와 연옥 영혼들을 위한 연도도 매일 바치고 있다. 내 의식이 살아 있는 한평생 그러리라 다짐했고 성령께 의탁했다. 이 기도들은 오래지 않아 예수님께로 돌아갈 내 영혼이 헛되이 어둠 속을 헤매지 않도록 그분들께 나를 인도해줄 빛과 길이 될 것임을 나는 굳게 믿는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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