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공동생활가정 소식지 한혜정님 글

2013. 8. 7. 오후 4:41:42

글자

행복도서관

 

제가 "행복을 들려주는 도서관" 서비스를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건, 음... 3년 전 현충일이 지난 어느 날 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그전엔 LG상남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책읽어주는 도서관을 사용했었는데, 그 때 사용하던 휴대폰이 고장 나서 고민하던 중 본 기관에서 시각장애인 핸드폰을 무료로 보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자연스럽게 "행복을 들려주는 도서관" 과도 만나졌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신문기사를 보고, TV편성표를 간편하게 검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만 매우 좋아라하고 사용해 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책 읽는 건 좀 오래 걸려도 점자를 하나하나 만져 읽는 것을 좋아했기에 독서는 따로 했습니다. 그러다 정말 읽고 싶은 책이 있었는데, 그게 여기에만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10분이 지나면 핫 팩으로 변하는 핸드폰을 붙잡고 서혜정 성우의 "속상해 하지 마세요"를 얼마나 열심히 읽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몇 달 후, 저는 행복도서관으로 인해서 정안인들과 소통함에 무리가 없을만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놀라운 사건은 2011년 7월 언저리부터 시작합니다. 그 당시 조선일보에서는 가수 윤형주 씨가 '세시봉, 우리들의 이야기' 라는 타이틀을 걸고 연재물을 게재하고 계셨고, 저는 반가운 마음으로 매일 매일 올라오길 기다리며 하나씩 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음악을 전공한, 그것도 실용음악을 전공한 저에게 윤형주 씨는 무척 커 보이고, 닮고 싶은 대상이기도 했으며, 연인 상으로까지 꿈꿔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이 매일 매일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으니 얼마나 반갑겠어요...! 글은 또 얼마나 정갈하게 쓰시는지, 들었던 내용을 듣고, 듣고 또 듣고... 핸드폰이 핫 팩을 넘어 더 이상 손댈 수 없을 지경까지 가는 것도 모른척하고 그냥 들었지요. 그러다 아이폰과 만나게 되었고, 그때부턴 핫팩을 마주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행복도서관에서 들려준 '세시봉, 우리들의 이야기' 덕분에 1,000명 가까이 되는 윤형주 팬카페 회원들과 뒤쳐지지 않고 그날그날의 생생한 느낌들을 주고받을 수 있었답니다. 어디, 그 뿐인가요? 재활정보/복지소식 란에서 연재중인 브레일타임즈에 등장하는 여러 사람들은 하나의 장애인으로서 살아가며 꼭 본받고 싶은 롤 모델들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족들을 벗어나 정신적 독립을 하게 되었을 때 송경태 선생님의 글을 읽고, 라파엘의집 정지훈 원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멋있게 살고 싶다, 조금 더 분발해야지! 하며 굳게 다짐한 적도 있고, 소박한 일상을 예쁘게 꾸며나갈 줄 아는 독자마당의 여러 님들을 보면서 세상에 감사해야할 일들이 참 많구나, 그럼 내겐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하며 하루하루 나와 주변을 돌아볼 줄 알게 되었답니다.

이렇게 "행복을 들려주는 도서관" 과 함께 한 3년 조금 못되는 시간들은 제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본 서비스를 담당하시는 여러분들과 목소리를 아끼지 않으신 낭독봉사자님들의 노고를 인하여 저희 시각장애인들은 잃은 줄만 알았던 꿈과 삶의 이유를 되찾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원활해지기도 합니다. 또한, 얼마 전 부평구청까지 연장된 7호선과 왕십리까지 연장된 분당선의 노선안내까지 신속하게 업데이트해주셔서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바라기는, 처음 "행복을 들려주는 도서관" 서비스를 시작하실 때의 그 마음을 잃지 마시고,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작게나마 힘을 얻어 한 발 한 발 내딛는 시각장애인들이 곳곳에 있다는 걸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존재들이 곳곳에 있다 생각하면, 자연히 여러분들의 노력도 더해지리라 믿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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