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8월 1일
연중 제 18 주일 성인 강론 (가해)
제 1 독서 : 이사 55,1-3
제 2 독서 : 로마 8,35. 37-39
복 음 : 마태 14,13-21
형제 자매 여러분, 지난 한 주일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오늘은 연중 제 18주일이자 8월의 첫날입니다. 뒤늦게 장마가 온 듯합니다. 태풍이 하나 지나가더니 또 하나가 올라오고 그래서 이번 주도 며칠 더 비가 온다고 하는데 아무런 피해없이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천명이 넘는 군중을 배불리신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수많은 군중들 앞에서 하느님 나라에 대해 설명해 주시고 또 측은한 마음이 들어 병든 이들을 고쳐 주셨습니다. 날이 저물자 제자들은 예수님께 군중들을 돌려보내어 잠자리와 먹을 것을 해결하도록 하는게 좋겠다고 했습니다. 실제 자기들이 더 이상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대답은 뜻밖의 것이었습니다. "그들을 보낼 것 없이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마태 14,16) 제자들은 "우리에게 지금 있는 것이라고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뿐입니다."(마태 14,17) 하고 반문하였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그것이나마 가져오라 하시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떼어 나누어주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남은 조각을 주워 모으니 열 두 광주리에 가득찼습니다. 참 황당하면서도 만화같은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상식을 완전히 뛰어넘는 것입니다.
이렇듯 예수님께서는 빵을 많게 한 기적을 통해 인간의 좁디좁은 상식을 뛰어넘어 하느님의 진리가 어떻게 이 세상에 펼쳐지는 지를 보여주셨습니다. 우리는 이 기적 이야기의 시작과 끝만을 알고 있습니다. 사실 중간 과정이 더 궁금할 때가 많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이 그 몇 개 안되는 빵과 물고기로 배불리 먹을 수 있었을까? 요즘말로 하면 도대체 그것 가지고 한 사람에게 몇 그램씩이나 돌아갈 수 있었을까?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자리에 있던 남자만도 5천명이 넘는 그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믿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믿지 않을 수 없는 놀라운 사건을 경험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바로 이 기적을 통해 그분이 바로 하느님의 아들 구세주이심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구약시대에 만나를 통해 광야에서 선조들을 살려주신 그 하느님의 놀라운 권능을 체험한 것입니다, 그리고 민족의 가장 위대한 예언자로 손꼽는 엘리야나 엘리사가 빵을 많게 한 기적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더 위대한 기적을 행하신 분, 바로 그분을 본 것입니다.
그들이 실제 어떤 모양으로 체험했는지는 모릅니다. 성서는 시작과 끝만을 전해주기 때문입니다. 성서에 의하면 그 시작은 나눔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상식을 넘어서는, 자신의 욕심과 편함을 넘어서는 나눔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풍요로움이었습니다. "나는 도저히 남에게 나누어줄 것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누구나 나눌 수 있고 그 결과는 상상조차 힘든 풍요로움으로 다가옴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텔레비젼을 보면 마치 유행처럼 퍼져나가는 것이 있습니다. ARS 성금 모금 방송입니다. 어떤 내용,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의 모습과 사연을 보면서 우리는 어렵지 않게 전화 한통을 겁니다. 그래서 미력하나마 1000원씩 성금을 보냅니다. 그래서 하루 저녁만에도 억대로 올라가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1억이면 10만명이 전화를 걸었다는 것인데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늦은 밤시간에 그 많은 사람들이 텔레비젼을 보다가 눈물도 흘리고 그래서 전화기로 눈을 돌린다는 것이 신기할 뿐입니다. 아마 세계 어느 나라에도 찾아보기 힘든 광경일 것입니다. 실제 외국인들이 이런 방송을 보면 놀라곤 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우리는 정도 많고 또 실제로 나눌 줄 아는 마음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바로 그 마음을 축복해 주십니다. 당신 아드님을 통해 나눔의 결과가 얼마나 풍요로운지를, 나눔을 통해 체험하게 될 구원의 은총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를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실제 그 자리에 있던 그 많은 군중들은 바로 그 자리에서 작은 나눔을 통해 구세주를 알아보는 구원 체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초대교회의 신앙인들은 바로 이 구원 체험을 빵나눔을 통해 소중하게 간직했습니다. 바로 미사, 성체성사를 말합니다. 그리스도교인들은 유대인과 구분되는 가장 확실한 자의식을 성체성사에서 찾은 것입니다. 그래서 안식일이 아닌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주일날 모여서 성체성사, 바로 빵과 포도주를 축성하고 성체와 성혈을 함께 나누어 먹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눔은 단순히 먹고 마시는 것을 함께 하는 그 이상의 것입니다. 바로 성체성사 안에서 생명과 구원을 나누는 신앙체험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왔기 때문입니다.
그 나눔은 완전한 사랑이었습니다. 사도 바오로가 외치고 있는 것처럼 "죽음도 생명도 천사들도 권세의 천신들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능력의 천신들도 높음도 깊음도 그밖의 어떤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를 통하여 나타날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는" 그런 사랑이었습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향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 "지금 제가 가진 것으로는 저 하나 먹기에도 부족합니다. 어떻게 이걸로 그 많은 사람들을 배불리 먹일 수 있겠습니까?" 괜히 주눅들을 필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크고 작음을 떠나서 진실한 나눔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그럼으로써 구원의 은총에 참여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끝으로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을 기억합시다. "그런데 어찌하여 돈을 써 가며 양식도 못되는 것을 얻으려 하느냐? 애써 번 돈을 배부르게도 못하는데 써 버리느냐? 들어라, 나의 말을 들어보아라. 맛좋은 음식을 먹으며 기름진 것을 푸짐하게 먹으리라. 귀를 기울이고 나에게로 오너라. 나의 말을 들어라. 너희에게 생기가 솟으리라."(이사 5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