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부이신 하느님께서 만드신 이 세상은 참 아름답습니다. 하느님께서도 “보시니 참 좋았다”(창세 1, 1-31)라고 하실 정도로 이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아름답고 좋은 세상을 당신의 모습을 닮은 우리 인간에게 잘 경작하도록 맡겨 주셨습니다. 그것은 당신의 창조사업을 계속 이어가면서 더 아름다운 세상으로 만들어 나아가라는 뜻이었습니다.
그 뜻을 본받은 창조사업의 가장 큰 협력자인 농민은 이른 새벽부터 해지는 저녁때까지 땀 흘려 가꾸고 다듬으면서 더 아름다운 세상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농업에 대한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한미FTA(자유무역협정)로 인해 농업·농민은 위기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극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고, 하나 둘씩 농업을 포기하는 현실로 인해 하느님 생명사업은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농민 인구는 350십만 명 정도이며, 갈수록 고령화에다 점차 줄고는 있지만 인구나 면적으로 볼 때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나타나는 몇몇 현상들은 농촌 문제의 심각성을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농사를 짓게 하기보다 도리어 농촌을 떠나게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한미 FTA의 위험성은 가히 폭발적입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외국쌀을 싼 값에 살 수 있는 것은 당장은 좋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FTA를 맺는 미국, 유럽, 중국이 우리에게 깨끗한 흙과 공기, 안전한 식량과 국가의 안보까지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수입농산물은 그 특성상 장기간 저장 운송되어야 하는데 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살포된 농약과 첨가되는 식품첨가물로 인해 국민 건강을 크게 위협하게 될 것입니다. 국내외적인 이런 풍전등화 같은 상황에서 이제 교회는 누구를 위하여 기도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며 더 적극적으로 농민들의 고통에 동참하고 그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는 일에 앞장서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농부이신 하느님의 뜻이며 생명이신 하느님의 마음을 닮는 것입니다.
지금의 농촌 현실은 농민들 힘만으로는 다시 일어서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생명을 살리고 창조사업을 계승하는 농사의 소중함을 다시금 생각하면서 농촌·농민을 돕는 일에 보다 더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이 필요한 때입니다.
농민들의 소망은 농부이신 하느님처럼 땀 흘리며 기쁘게 농사짓는 것뿐입니다. 하느님의 생명 사업을 계승하여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은 세상을 계속 유지하려는 마음뿐입니다. 이런 농민들의 소박한 소망을 외면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농민들의 소박한 소망이 이루어져 기쁨과 희망을 되찾을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의 기쁨이자 행복인 것입니다.
- 김재학 라파엘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