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양심-당신의 법[류해욱신부님] 2007.07.14

2007. 7. 18. 오전 7:34:20

글자
양심-당신의 법


  내일 강론을 하루 미리 들려드립니다. 하루 묵상하시고 주일을 맞으시라는 의미로...



  우리는 오늘 제 1 독서인 신명기에서 모세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이스라엘 백성들을 모아 놓고 그들에게 들려주는 말씀의 일부를 듣습니다. 우리는 모세에게서 하느님의 법을 지키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가르침을 듣습니다. 성서는 모세를 통해 하느님의 법은 하늘에 있는 것도 바다 건너에 있는 것도 아니라 바로 아주 가까이 우리의 입과 우리의 마음에 있다고 가르쳐 줍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법을 지키는 일은 하려고만 하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데 우리 자신을 속이면서 하지 않을 때 우리는 스스로 죽음의 길을 걷는 것입니다. 성서는 내가 여기 생명과 죽음의 길을 내어놓는다고 하면서 야훼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 생명의 길이요 야훼께서 새겨 놓으신 마음의 법을 저버리는 것이 죽음의 길이라고 말하며 생명을 택하도록 충언합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마음 안에 당신의 법을 새겨 놓으셨습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그렇지요. 바로 양심입니다. 제 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은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인간은 마음 깊은 곳, 바로 양심 안에서 인간 스스로 제정하지 않았지만 지켜야만 하는 법이 있음을 발견한다. 그 목소리는 끊임없이 그에게 사랑하도록 부르며 선을 행하고 악을 피하도록 요청하며 바로 그 순간에 이것은 행하고 저것은 하지 말라고 내면으로부터 말해 준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마음 안에 하느님께서 새겨 주신 법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바로 이 법을 지키는데 달려 있으며 바로 그것에 의해 심판 받을 것이다. 양심은 바로 인간의 가장 내밀한 지성소이다. 내면 깊은 곳 하느님의 목소리가 반향 되는 거기에서 인간은 하느님과 오로지 홀로 대면하게 된다.


  제가 우리말로 옮겨 보았습니다마는 영어 번역이 명문이기 때문에 영어로 메시지가 더 잘 전달되는 분들을 위해 영어로도 들려 드립니다.


Deep within his conscience man discovers a law which he has not laid upon himself but which he must obey. Its voice, ever calling him to love and to do what is good and to avoid evil, tells him inwardly at the right moment: do this, shun that. For man has in his heart a law inscribed by God. His dignity lies in observing this law, and by it he will be judged. His conscience is man's most secret core, and his sanctuary. There he is alone with God whose voice echoes in his depths.


  양심은 바로 하느님이 우리 내면 깊은 곳에서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목소리입니다. 그런데 가끔 우리는 우리 자신이 정말 양심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기도 하고 또 그런 사람들을 만나며 화가 나기도 합니다. 양심의 칼날이 너무나 무디어져서 감각이 없게 된 것이지요. 우리는 늘 양심의 칼날을 성서와 교회의 가르침이라는 숫돌에 갈아야 합니다. 그래서 자기 스스로를 속이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하느님이 우리 앞에 내어놓으신 생명과 죽음, 축복과 저주 중에서 우리는 어떤 것을 택해야 하겠습니까? 두말할 필요도 없이 생명이요, 축복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우리가 스스로 택하는 것입니다. 어느 누구도 우리를 대신해서 생명과 축복을 택해 줄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마음 안에 심어져 있는 하느님의 법을 따를 때 그것은 생명을 택하는 것이고 축복을 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자신의 양심을 속이고 눈앞에 보이는 꿀단지를 빨아 먹으려다가는 결국 점점 더 깊이 꿀단지 속으로 빠져 허우적거리다 죽음을 면치 못하는 파리의 신세처럼 스스로 죽음과 저주를 택하는 것입니다. 양심은 오로지 하느님과의 내밀한 만남인 까닭에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누구에게 핑계를 댈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들 어떻게 하겠습니까? 생명을 택하시겠습니까? 죽음을 택하시겠습니까? 축복을 택하시겠습니까? 저주를 택하시겠습니까?


  생명을 택하는 것은 바로 오늘 복음 말씀에서 듣는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것입니다. 누가 우리의 이웃이냐는 율법 교사의 질문에 예수께서는 너무나도 유명한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이 비유를 통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가르침은 분명합니다. 아무도 우리가 사랑해야 할 이웃에서 제외된 사람은 없다는 것, 특별히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바로 우리의 이웃이라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때로는 정말 내가 다가가고 싶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 이웃에게 우리는 사랑의 손길을 내어 밀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우리의 이웃을 애써 외면하려 하지는 않는지요? 마치 사제와 레위 사람처럼 못 본 척 그냥 지나치지는 않는지요? 참으로 하느님이 손수 우리의 마음에 새겨 주신 법인 양심을 따르기보다 외적인 체면이나 어떤 관습을 더 중요시 하지는 않는지요?

  강도를 당해 반죽음을 당한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갔던 사제의 경우는 틀림없이 내면 안에서는 그의 양심이 가서 도와주어야 한다고 속삭이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혹시 이미 죽었는지도 모르는데 만약 죽은 사람이면 죽은 시체가 가장 불결한 것이기 때문에 시체에 접근하면 정결례를 하는데 일주일이 걸리고 그러면 나는 성전에 일주일 동안 갈 수 없고 내가 성전 당번인데 결국 분향제도 드릴 수 없고 등등의 외적인 관습, 인간의 법이 꿀단지처럼 그를 유혹했고 그 유혹에 넘어가 그냥 지나쳤던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레위 사람도 마찬가지였지요. 당시 레위 사람들의 철칙이 안전제일이었다고 합니다. 괜히 여기서 머뭇거리다가는 나도 당할지도 몰라, 이미 당한 사람은 할 수 없고 나라도 빨리 이 자리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지 하면서 자기의 양심을 속이고 떠나갔던 것이지요. 그러나 사마리아 사람, 유대인들과는 원수처럼 지내는 사이이지만 그는 하느님께서 그의 마음 안에 새겨 주신 법, 양심에 따라, 가서 그에게 사랑의 손길을 내어 밀었던 것입니다.


  사랑은 늘 용기이기도 합니다. 솔직하게 자기의 양심에 비추어서 바른 것을 행하는 용기입니다. 우리 모두 약한 인간입니다. 때로는 자기의 양심이 슬쩍 눈감아 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유혹 앞에 흔들리는 갈대입니다. 그러나 용기를 지닙시다. 용기를 주십사고 늘 주님께 기도합시다. 모든 일에서 하느님을 먼저 생각할 때 그 유혹을 이겨 나갈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한번 유혹에 넘어갔다고 해서 스스로 절망에 빠지지 않는 것입니다. 다시 일어서면 됩니다. 일어나서 걸어갑시다. “너도 가서 그렇게 행하여라.”는 주님의 말씀을 들으며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합시다.

 

(2007.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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