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호
라파엘호는 김대건 신부님께서 부제품을 받고 귀국 하셔서 성직자들을 모셔오기 위하여 바닷길로 다시 중국에 다녀오실 때 타셨던 배의 이름이다. 라파엘 천사의 보호로 무사히 항해 할 수 있도록 기원하시는 신부님의 염원이 담겨져 있다. 그러나 이 배는 길이 가 13.5m, 너비가 4.8m, 그리고 배의 높이가 2.1m에 불과한 작은 배였다. 더구나 승선한 열 한 명중에 네 명만 사공이었고 나머지는 바다를 구경도 못해본 농 사꾼이었다.
한 번도 큰 바다에 나가본 적이 없는 이 작은 배는 3일간의 폭풍우에 종선과 돛대와 식량을 잃어버리고 바다에 표류하게 된다. 모두들 절망에 빠져 울고 있을 때 김대건 신부님은 성모님의 상본을 내 보이면서 ‘겁내지 마시오. 우리를 도와주시는 성모님이 여기 계십니다.’는 말로 겁에 질려 울고 있는 선원들을 위로하고 격려하였다.
“얼마 후 거센 물결에 키가 부러져 버렸고 배는 폭풍과 파도에 까불리며 대양으로 떠내려갔습니다. 그래서 돛들을 묶어 가지고 배 뒤에 달아매어 물에 띄웠는데 그것마저 그만 줄이 끊어지면서 떠내려가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배 밑에 깔았던 나무토막을 멍석에 싸 묶어 띄웠으나 그것 역시 파도에 떠내려가고 말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인간의 구원을 전혀 기대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 우리의 희망을 오직 하느님과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의탁하고 누워 잠을 청했습니다.”<리부아 신부에게 보낸 서한 중에서>
김대건 신부님의 일생 전체가 우리들에게 성덕의 모범이 되지만 특히 라파엘호의 항해는 신부님의 불굴의 의지와 용기와 신앙을 잘 보여준다. 육로가 봉쇄되어 서양인의 입국이 난관에 처하게 되자 신부님은 아무도 시도하지 않는 해로를 개척하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신다. 또한 작고 약한 배와 원양 항해의 경험이 전혀 없는 선원들을 데리고 바닷길을 열어 가는 모습에서는 ‘주님께서 내 오른편에 계시오니 두려울 것 없나이다.’ 하신 성서말씀처럼 하느님을 의지하는 데서 비롯되는 신앙인의 용기를 보여주신다. 폭풍우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더 이상 인간의 노력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신부님은 품속에 간직한 성모님의 상본으로 선원들을 격려하고 성모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는 굳은 신앙을 보여 주신다.
어쩌면 우리 신앙인 모두는 김대건 신부님과 함께 라파엘호의 항해를 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세상이라는 거친 바다는 지금도 우리들에게 순교자들이 보여주었던 열정과 용기와 신앙을 요구하고 있다. 김대건 신부님과 함께 하는 이 항해가 천국영광의 목적지에 다다를 때까지 열심히 나아가자.
최환욱 베다 신부 / 대구4대리구 사목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