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6.11 주님, 제가 당신의 사람이게 해주소서 - 하성호 신부님

2007. 6. 13. 오후 7:13:27

글자

성 바르나바 사도 기념일2007.6.11.(사행 11,21-26;13,1-3/ 마태 10,7-13)

이 강론을 준비하기 위해 독서와 복음을 읽는데 갑자기 서울 도심 지하철 역 내를 이리저리 뛰다시피 움직이는 군중들이 떠올랐습니다. 왜들 그렇게도 바쁘게 뛰어야만 하는가? 가야할 목적,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은 수많은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모두들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도 이충광 요셉 형제에게 병자영성체를 다녀왔습니다. “신부님! 주님께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면,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봉사를 하고 싶습니다.” 눈에 눈물이 괴이도록 자기 정성 다하여 간절히 기도하는 그 형제에게 “세월 따라 흘러온 길 멀지는 않았어도....”라고 시작하는 최희준씨의 “길”이란 노래가 요즘 많이 생각나더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면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그 길을 가자고 하였습니다.

암으로 투병중인 요셉 형제의 모습은 저에게 참 신앙인의 모습, 참 제자의 모습을 다시 한 번 깊이 묵상하게 해주었습니다. “전대에 금도 은도 구리 돈도 지니지 마라. 여행 보따리도 여벌옷도 신발도 지팡이도 지니지 마라.” 요셉 형제에게 말하였습니다.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고, 오로지 ‘제가 주님 당신이 되게 해주소서.’라 기도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말한 것은 주님의 마음이 되어야 자신의 모든 것을 바라보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맡기지 않고선 주님을 만날 수 없습니다. 맡기는 것이 참 신앙이요 그런 자세가 참 제자의 자세라고 오늘 복음은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돌아와 5시 반 미사를 드리는데 교우들이 앞좌석은 텅 비워둔 채 뒷좌석에 멀찍이 앉아있었습니다. 강론이 끝나갈 무렵에 오는 교우들도 있었습니다. 봉사할 기회를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던 그 형제의 얼굴과 제단으로부터 멀찍이 앉아있는 우리 교우들의 얼굴들이 자꾸만 겹쳐졌습니다. 죽음의 병상에서 바치는 저 간절한 기도를 한 번이라도 바쳤다면 우리의 삶의 자세는 달라졌을 것입니다. 수많은 생각들, 수많은 희망들이 내려앉으려 하는 운명의 문턱에서 우린 무엇을 애절히 기도드리고 싶겠습니까?

“주님, 제가 당신의 사람이게 해주소서.”라는 기도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가 그렇게 기도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은 거리를 이리저리 뛰고 있습니다. 자기 나름의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곧 우리들도 바쁘게 움직일 것입니다. 오늘 해야 할 일들과 가야 할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을 허비하면 우린 다시는 주님을 만나지 못한다는 마음을 가지면 오늘 우리가 가는 길은 주님께로 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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