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
-황순찬(송파정신보건센타)-
◆K는 소아정신과 환자로 장기간 입원한 경험이 있고, 현재도 인근 소아정신과병원에서 외래치료를 받고 있다. 처음 K를 보았을 때 솔직한 내 심정은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였다. 대화가 불가능한 것은 물론 어린아이임에도 내재된 불안과 공포로 극도의 폭력적 연상에만 사로잡혀 있었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단어들은 잔혹한 폭력·살인·시체 등과 관련된 것이었다. 자연히 학교생활에도 적응하지 못해 수업시간에도 교실이 아닌 곳에서 보냈고, 또래 아이들을 보면 작은 맹수처럼 으르렁거리며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 일쑤였다. 간신히 부모를 설득하여 약물치료를 재개하고, 복지관의 도움으로 미술치료와 상담치료를 병행하면서 K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K가 가진 미술적 재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애착장애를 가지고 있던 K는 주위의 관심과 사랑으로 마음도 많이 편안해졌다. 내가 가면 두 손으로 나의 볼을 감싸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럴 때 K의 모습은 너무나 사랑스럽다. K가 사는 동네 근방으로 가정방문을 가게 되면 나는 가급적 K네 집에 들르려고 한다. 이제는 내가 K를 상담하는 것보다 K가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느낌을 받는다.
오늘 복음은 웬 아이가 가진 ‘보리빵 다섯 개와 작은 물고기 두 마리’에서 시작된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그와 같은 ‘보리빵 다섯 개와 작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 K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