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신부(예수회)-
◆한국에 돌아와서 새삼스레 놀란 것 중의 하나가 인성의 유형론에 많은 이들이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누구는 에니어그램 9번이라서 평화주의자이지만 게으르다는 둥, 누구는 3번이어서 능력있고 성공을 지향하는 사람이라는 둥. 그런가 하면 10여년 전부터 알려지기 시작한 MBTI도 마찬가지다. 누구는 INFP여서 마음이 따스하지만 일에 체계가 없다는 둥, 누구는 ESTJ이기 때문에 현실에 밝고 실무에 강하다는 둥. 그런가 하면 인간의 완전한 전형인 예수님은 과연 에니어그램의 몇 번이고, MBTI의 몇 번이다 하는 식의 아전인수격인 해석도 있다.
이러한 유형론이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정말 한 사람을 제대로 알려면 한두 가지 유형론이나 심리검사로 끝나는 것이 아님 역시 분명하다. 그 사람이 어떤 인생 여정을 살아왔는지, 또 어떤 체험을 해왔는지도 구체적으로 알아야 할 뿐만이 아니라 그를 잘 아는 많은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보는지, 또 본인은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등등, 그에 대한 수많은 정보가 종합적으로 수집되어 평가한다고 해도 여전히 알 수 없는 것이 인간이라는 신비한 존재다.
중국의 고사성어에 ‘망양지탄’이라는 말이 있다. 장강(양쯔강)에 살던 하신(강의 신)이 스스로 자신이 다스리는 강이 세상에서 가장 크고 위대하다고 자찬하고 있을 때, 거북 한 마리가 나와서 바다에 가면 더 큰 물이 있다고 했다. 이를 믿을 수 없었던 하신은 결국 거북 등을 타고 바다에 나가서 직접 망망한 대양을 목격하고 나서야 자신의 어리석음을 뉘우치고 탄식했다고 한다. 어떤 진리를 안다는 것, 더구나 어떤 한 인격체를 진정으로 만나 알게 된다는 것은 이러한 구체적 체험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복음에서 그리스도는 이러이러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던 종교 지도자들은 “그분처럼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고백하는 경비병들을 비웃고 있다. 종교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논리로 구체적인 체험을 거부했던 것이다. 사실 체험은 어떤 이론이나 논리보다 힘이 있다. 더구나 신앙생활에서 체험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남에게서 전해 듣는 말을 넘어 살아 있는 하느님의 말씀이란 곧 우리 삶의 구체적 체험을 통해서 드러나야 하지 않을까? 가장 단순한 진리, 곧 사랑을 보고 듣고 말하며 몸으로 느끼는 솔직함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주님을 찾고자 하는 이들의 구체적 삶의 체험 속에서 주님이 진정 누구신지 조금씩 더 알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