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구신부-
“선생님, 선생님의 어머님과 형제분들이 밖에서 찾으십니다.” 예수께서는 “누가 내 어머니이고 내 형제들이냐?”하고 반문하시고 둘러앉은 사람들을 돌아보시며 말씀하셨다. “바로 이 사람들이 내 어머니이고 내 형제들이다. 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 곧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다.”(마르3,32-35)
스승이요 주님이신 예수님, 부족하고 어리석은 저희들은 혈연血緣과 지연地緣과 학연學緣의 동아리를 만들고 편 가르기를 하거나 힘겨루기를 일삼습니다. 어디엔가 속하지 아니하면 불안한 나머지 하다못해 동갑계同甲契라도 만들어 들어야 안심할 수 있는 처지입니다.
이 땅 위에 전쟁이 멈추지 않는 이유도, 갖가지 분쟁으로 서로 싸우고 다투고 죽이는 이유도 인류가 혈연과 지연과 학연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갖가지 인연因緣으로 서로를 얽어매어 편을 가르는 방법도 여러 가지입니다. 나라와 민족을 중심으로 편을 가르는 것은 기본이고, 한 나라 안에서도 지방을 중심으로 호남이니 영남이니 TK, BK, SK 따위로 편을 가릅니다. 출신학교 별로 편을 가르기도 하고, 이해利害관계에 따라서 내 편과 네 편을 가르기도 합니다. 근로자는 노조勞組로 동아리를 만들고 사업주는 경영단체로 동아리를 만들어서 힘겨루기를 합니다. 하느님을 아버지로 섬기며 예수님을 따른다는 그리스도인들마저도 각종 종파를 만들어서 편을 가릅니다.
서로 사랑하기 위해서, 상대방의 다른 점을 인정해주기 위해서 편을 가른다면 얼마나 아름답겠습니까? 그러나 사실은 힘겨루기에서 이기기 위해서 편을 가르거나 상대방을 능가하는 힘으로 군림하고 지배하기 위해서 편을 가릅니다.
온 세상은 국경과 민족, 언어와 이념, 사상과 종교, 이해관계로 얽혀서 편을 가르고, 지배하기 위해서 혹은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서 싸우고 다투고 죽입니다. 여기가 지옥입니다.
예수님, 당신은 편 가르기로 갈가리 찢겨진 인류를 하나로 만들기 위해서 이 땅에 오셨습니다. 당신은 나자렛을 떠나 出家하여 血緣과 地緣 굴레를 벗어던졌습니다. 학교 문턱도 가보지 못한 당신은 처음부터 학연學緣과는 무관하신 분입니다.
저희가 당신처럼 자신을 비우고 낮추어 하늘의 뜻(天命)에 따라 서로 사랑하면 혈연과 지연과 학연을 뛰어넘어서 한 형제자매 될 수 있습니다. 온 인류가 하느님 안에 한 가족이 되게 축복하소서. 오늘 하루만이라도 편 가르지 않고 서로 사랑하는 하루가 되게 하소서.(一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