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세례 대축일2007.1.8.월/예수님의 기도, 우리의 기도 - 이중섭 신부님

2007. 1. 11. 오전 12:09:56

글자

주님 세례 대축일2007.1.8.월

 

루카 복음 3장 15-16.21-22절
온 백성이 세례를 받은 뒤에 예수님께서도 세례를 받으시고 기도를 하시는데, 하늘이 열리며
성령께서 비둘기 같은 형체로 그분 위에 내리시고,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예수님의 기도, 우리의 기도     이중섭 신부
루카 복음 3장을 보며 특이한 것은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고 기도하셨다는
대목입니다. 루카 복음에서 예수님의 공생활은 기도로 시작하고 기도로
끝을 맺습니다. 세례를 받으신 다음 곧바로 기도로 공생활을 시작하셨고
결국에는 겟세마니에서 기도로 당신의 일을 마치셨습니다(루카 22,46 참조).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예수님의 힘과 활동이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복음서를 읽어보면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는 대목이 자주 나옵니다.
가장 좋은 예가 열두 사도를 뽑으시기 전에 산에 들어가 밤을 새우며
기도하신 것입니다(루카 6,12 참조). 예수님 공생활의 원천은 기도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하느님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그분의 뜻을
따르려 노력하였습니다. 다른 모든 것은 어린이처럼 아무 걱정 없이
아버지이신 하느님께 맡겨드렸습니다.
예수님의 가장 깊은 내면에는 기도가 뿌리 박고 있었습니다.
침묵이 없다면 말이 의미 없고, 기도가 없다면 활동이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기도하는 시간을 갖습니까? 어려운 일, 고통스런 일을 당하여
얼마나 간절히 기도했던가를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내맡김
얼마 전 우리 본당에선 ‘본당의 날’을 맞아 모처럼 야외미사를 드렸다.
오후엔 레크레이션과 간단한 체육행사가 있었는데 오랜만이라 그런지
모두 신이 났다. 너무나 익숙하고 친밀한 얼굴들, 한솥밥 먹는 가족들처럼 굳이
말을 하지 않고도 눈빛으로 손짓으로 대화를 하고 웃음을 지었다.
“저 사람 우리 본당 신자 맞아?” 10년 전, 본당신부님 은경축일을 맞아 축하잔치
무대에서 사회를 보는 나를 두고 하던 신자들의 말이 떠오른다.
다른 본당에서 이사온 지 얼마되지 않은 내 얼굴이 낯설고 궁금했던 모양인지
의아한 표정들이었다. 조금은 어색하고 쑥쓰러웠지만 “나도 본당에서 할 일이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한 새로운 본당에서의 신앙생활. 갓 세례를
받은 초보신자마냥 조심스럽기까지 했다. 그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흘렀다. 그 시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그러나 난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꽤나 많이 왔다고 생각했는데…’ 뒤돌아볼 게 없다. ‘아주 높이
올랐다 생각했는데…’ 내려다 볼 게 없다. 내 신앙생활도 꽤나 오래 되었고 그만큼
참신앙인이 되고 싶었는데 아직도 멀었다는 느낌뿐이다. 물론 겉모습은 분주했다.
본당 신자들과도 친해지고 성당 모임에도 가입하고, 사목회 임원도 맡았으니까. 그러나
가장 우선시해야 할 참 신앙인으로서의 삶이 이런저런 범사에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던 내 모습을 본다. ‘난 새로이 무엇을 해야 하나 ?’
‘난 무엇이 되어야 하나 ?’ 그러나 걱정하지 않는다.
집을 짓는데 큰 못만 필요한 게 아니지 않는가. 작은 못도 필요하고 반 조각짜리 벽돌도
필요하지 않은가! 주님께서도 큰(?) 사람만 필요로 하지 않으실 것이다.
보잘것없는 나도 때때로 필요하시리라.

이영선 | 전남 순천시 저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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