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 연중 제15주일(농민 주일)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은 얼마나 될까요? 음식, 옷, 집, 사랑, 일, 건강 그리고 잠... 생각해보면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아주 단순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저는 1년에 한 번 제가 갖고 있는 물건을 다 꺼내놓고 정리해 봅니다. 저희들은 공동생활을 하기 때문에 공동 물건을 제외한 개인 물건만 갖고 있는데도 이것저것 종류가 제법 많습니다. 필요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늘어난 짐도 있지만 제 욕심 때문에 불어난 짐들을 보고 있노라면 혼자 있어도 부끄러워집니다. 제게 꼭 필요한 물건 목록을 만들어서 그 목록대로 가방에 넣어보기도 합니다. 가방 하나를 넘기지 않으려고 옷가지는 돌돌 말고, 다른 것들은 꼭꼭 눌러서 차곡차곡 넣어봅니다. 욕심 많고 절제가 부족한 제 자신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이렇게나마 의지적으로 자신을 극복해 보려고 애쓰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해마다 이 작업을 하는 것은 좀더 자유롭게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갖고 있는 물건의 주변정리, 만나는 사람들과의 주변정리, 이렇게 자신에 대한 주변정리가 깨끗하게 될 때, 비로소 하느님과의 만남도 시작되고 투명하게 그분을 제 마음 안에 모실 수 있을 겁니다. 그 깨끗한 마음으로 이웃에게 다가간다면 정말 그리스도의 향기를 자아낼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마르코 6,7-13)을 보면 예수께서는 열두제자를 파견하시며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 것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하십니다. 먹을 것, 입을 것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셨는데 왜 굳이 지팡이를 가져가라고 하셨을까요? 성서에서 잊을 수 없는 지팡이는 바로 모세의 지팡이입니다. 모세가 하느님께로부터 사명을 받았을 때 그가 가진 것이라곤 지팡이 밖에 없었습니다(출애 4,3). 양치기에게 있어선 지극히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지팡이였지만 하느님께서는 그 지팡이를 도구로 삼아 당신 사랑의 역사를 펼치십니다. 또 지팡이가 잘못 쓰여졌을 땐 하느님의 축복을 받지 못합니다(민수 20,12).
우리 모두는 세례를 받을 때 선교의 사명도 함께 받았습니다. 평범한 말과 행동을 통해서 우리는 그 사명을 완수하도록 불리움 받았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굉장한 것을 요구하시지 않습니다. 그분은 우리가 가진 것 중에서 가장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것을 귀하게 보아주시고 또 귀하게 쓰시는 분이십니다. 건강, 지식, 재능, 소유 등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원하십니다. 내가 갖고 있는 지팡이는 과연 무엇일까요? 예수께서 기꺼이 도구로 쓰실 나의 지팡이는 무엇일까요? 그 지팡이를 선용하면 사랑의 역사가 펼쳐지고 그 지팡이를 남용하면 하느님의 축복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우리 모두 지팡이 아닌 것을 지팡이인 양 착각하고 그것을 앞세우며 살아가지 않도록 정신 바짝 차려야겠습니다.
윤해영 바실리사 수녀/샬트로 성 바오로 수녀
제가 주보에 있는 글을 올리자고 하는 것은
회관에서 지내고 일하는 단장님들이 실제로
주보를 접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레지오인 우리들에게
상당히 의미가 있는 말씀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서 지팡이란 우리가 가진 달란트를 의미하는 것이겠죠?
우리가 가지고 가야할 지팡이가 무엇인지,
쓸데없는 짐을 이고 걸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