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건

2003. 4. 7. 오전 10: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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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손수건을 처음 들고 다닌 것은 중학교 때인것 같다.

여름에 유난히 땀을 많이 흘렸던 나에게

손수건은 필수품이나 다름없었고 찬물에 흠뻑 담구어

잠시나마 한여름의 더위를 피해가곤 했었다.

 

그 이후로 손수건을 유난히 밝히는(?) 나는 이상하게도 손수건 선물이

많이 들어왔고, 외출을 할 때 손에 손수건을 들지 않으면 불안한

생각까지 들게됐다. (물론 지금은 몇개 남아있지도 않고 잘 가지고

다니지도 않지만...그리고 별로 손수건 선물을 받고 싶지도 않지만...)

 

손에 들고 다니던 쓰레기와 함께 길가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하고,

버스에 두고 내리기도 하고, 길을 가다 떨어트리기도 하고,

친구네 집이나 당구장에 놓고 오기도 하고

우는 친구나, 다친 친구의 손에 쥐어주었다가 돌려 받지 못한 것도 있다.

손수건을 선물하면 이별을 하게 된다고

죽어도 손수건을 사주지 않겠다고 했던 친구들이 주었던 손수건도 있다.

내게는 예쁘고 소중한 손수건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헝겁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것...

 

낡은 손수건 몇 장으로 남은 내 기억들과 사람들은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낡아서 매듭이 풀린 손수건 몇 장을 꺼내고

아직 포장도 뜯지 않은 새 손수건 몇 장을 채워 넣으면서,

내게 닦아내야 할, 매워야할 기억을 기억해낸다.

갑자기 게으름을 피우고 싶고 빈둥거리고 싶었던 주말,

터지는 목련나무 밑에서 이번 주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빈둥거려보자고

씩씩거리며 집에 들어와서는

보기 좋게 널려져있는 내 게으름들을 걷어내기에 바빴다.

흐트러진 책가지를 정리하고 프린트들을 정리하고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려있는 글조각들을 정리하고

아직 겨울을 베고 있는 이불을 빨아 널면서

나는 갑자기 내 서른이 두려워졌다. (형들이 보면 조용히하라고 하겠지만...^^)

중간선을 한참 넘어선 지금 뒤에 오는 사람과

앞에 가는 사람이 그리워졌다 ....

 

앞만 보고 달리지 않으면 제 선을 이탈하고 만다는

경주마의 옆눈을 가린 검은 헝겁을 야속하다고 느끼는 건

아직 내게 내 뒤에 있는 사람과 내 옆에 있는 사람과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손수건...

이제는 다른 사람을 위해 내밀어야 한다.

내 손에 있어야 한다고, 내 손을 닦고 내 땀을 닦는 내것이라고 느낀 것,

내게 너무 익숙해서 다른 사람에게 건네는 것이

두고두고 어색했던 그것......

 

내 게으름 끝에서도 결국 사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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