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2003.2.10

2003. 2. 10. 오후 12:39:57

3
글자

PM 12시 30분 기상

PM 2시부터 알바

PM 9시끝

PM 10시 알바

다음날 AM 8시끝

AM 9시 집에 도착

또 PM 12시 30분 기상

 

 나의 평일 일과다. 그리 쉽지많은 않은 스케줄이다. 잠은 집에 도착하는 9시에서 12시반까지가 전부이고 남은잠들은 지하철에서 선잠으로 해결하니까... 남들이 그런다. 차라리 취직하라고. 몸아껴가면서 일하라고. 몸상하면 후회한다고. 모두 맞는 말이다.

 취직을 하게 되면 하루에 3시간 자는 일은 없을것이고 언젠가 처럼 허리가 부러지는 듯한 고통도 없었을 것이고 하고 다니는 꼬라지도 지금보단 훨씬 나을테니까..

 ...한참 놀때가 있었다. 뭐..다른 녀석들처럼 여자를 만난다던가 나이트를 간다더나 하는게 아니라 그냥 집에서 논적이 있었다.

생각조차 하기 싫을 때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졸업하고 나서는 6개월을 그렇게 놀았고 일하기 얼마전에는 보름을 그렇게 놀았다.

 놀면서 내가 나중에 무엇을 해야할지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냥 먹고 자고 오락하고 또 먹고 자고...

그러다가 하루는 생각했다. 티비를 보면서 남들보다 불편한 몸을 가지고 있음에도 열심히 사는 사람들과 실제로 내주변에도 정말

신심으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나도 열심히 살고 싶었다. 남처럼 돈도 모아보고 또 남들처럼 신앙에

충실하면서 살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힘든길을 택했다. 내가 아는 사람 모두가 말렸지만 그래도 난 했다. 바쁘게 살고 싶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난 ...? 돈을 많이 모으고 또 신앙에 충실하면서 살고 있는지... 부끄럽게도 그건 아니다. 아르바이트 시급이야

뻔한거고 평일의 후유증으로 오히려 주말엔 일어나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난 웃고 다닌다. 작은 일에 고마워할줄아는 여유가 생겼다. 하루의 4분의 3을 서있어도 버텨주는 다리가 있어 고맙고 부러질것 같이 아프던 허리도 2~3시간만 자면 언제 그랬냐는듯 멀쩡해지는 내 몸이 고맙고 하루에 1~2끼 밖에 챙겨먹지 못해도 버텨주는 내 배가 고맙고 괜찮냐고 힘들진 않냐고 말한마디씩 해주는 레지오 사람들이 고맙고 다른 알바때문에 마감도 못하고 가는데도 이해해주는 까페 사모님이 고맙고 아침에 모든일이 끝나고 나와 교대를 해주는 사람들이 고맙고 집에 도착해서 이불속으로 쏙들어갈때 따뜻한 방에서 잘수 있다는 것이 고맙고 가끔 집에들어가면 피곤하신 몸에도 꼭 밥을 차려주시는 어머니가 고맙고 무엇보다 남에게 기대지 않고 살수있는 내가 너무 고맙다.

 내가 제대했을때 레지오 단장을 하겠다고 맘먹은건 순전히 준영이형때문이었다. 언제인지는 기억 안나지만 준영이형은 그랬었다. "내가 제대하고 복귀한건 레지오에서 너무 받기만 해서라고, 무언가 주고 싶었다고." 나도 그랬다. 나도 너무 많이 받았다. 내가 무언가를 줄수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해서 나눠줄수있었으면 좋겠다고... 결국 지금은 단장님인 창현이형이나

부단장님인 현옥이누나에게 미안한 마음뿐으로 이렇게 휴가 신청을 내야만 하는 입장이지만 언젠가 다시 돌아와서 정말 레지오에서도 있으나마나한 인간이 안될수있도록 해야겠다. ...누구보다 나를 레지오란 단체에 뛰어들게한 친구 기훈이에게 진짜

미안하다. 그동안 너무 헛되이 산 죄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아직 하고싶은일조차 정하지 못한 나지만 하루하루에 충실하면서 살리라 마음먹는다. 자, 난 이제 또 평일 일과를 시작해야겠다. 이 글 보는 모든분들 재미없음에도 끝까지 읽어주심에 또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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