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나기

2001. 10. 13. 오후 10:19:43

글자

발병을 핑계 삼아 집 밖 외출을 삼가한 지 어언~~~~~~9주째이다.

처음엔 아파서 못나갔고,

그 다음엔 목발 짚는 게 불편해서

그리고 나선, 절룩거리고 다니기 귀찮아서였는데

지금은 컴퓨터 앞 의자의 딸로 지내는 게 익숙해져서 안나가고 있다.

 

천고마비, 아니 천고아비(하늘은 높고 내가 살찌는)의 계절이라서

가특이나 숨쉬는 운동밖에 안하는 내가

땅 넓이만 재느라 나중엔 의자에 앉는 것도 불편해질까 걱정했는데

그래도 아직 의자 안부서진 걸 보면 천만다행이다.

 

집에만 있어도 어찌나 세상 돌아가는 소식들은 잘도 들리던지

궁금한 거 많아서 먹고 싶은 것도 많은데

친히 연락주시는 분들.. 엄청 감사한다.

 

가을을 심하게 타는 까닭에

이 계절의 높은 하늘 만큼이나

어찌 이 시간을 견뎌내나 내심 걱정하는 마음도 컸는데

그래도 살아지는 걸 보면.. 흠..

발다친 게 나쁜 일만은 아니었나 보다.

 

살다보면 좋은 일도 많고, 꼭 그만큼 나쁜 일도 생기기 마련이라는데

이렇게 때로는 좋은 일이 악재가 되기도 하고, 나쁜 일이 나름대로 괜찮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인생만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나쁜 일이 나쁘게만 남지 않고, 좋은 일이 그대로만 기억되지 않는 세상에서

이 네글자가 오늘 내 마음에 그래도 힘이 되어주는 건

내게 아직 꾸어야 할 꿈도, 이루고 싶은 열정도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일거다.

기대하는 삶이란 건 좋은 일 아닐까??

 

혹 오늘 인공위성 파편이 머리에 맞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했다해도

새옹지마를 떠올리며 절망하지 말지어다.

 

이 가을.. 그래도 심한 계절병을 앓지 않고

그런대로 살아낸 건

외출도 삼가하고 집 안에 지키고 앉아

책과 컴퓨터로 소일하며

나를 바람나게 하는 가을 바람을 안맞아서이니까..

 

나가지 못해서 안달났던 내 성품도 차분해진 걸 보면 발 다친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는 걸.. 알려드리며..

 

행복한 가을 보내시랑게~~~~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열린 마당, 열린 마음, 열린 우리..그리고..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