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성모님의 이름

2001. 5. 21. 오후 10:2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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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인사드립니다. 다들 잘 지내지요?

날씨가 더워집니다. 이럴때일수록 건강에 조심하세요.

 

5월 성모성월을 보내는 여러분께 좋은 글 한편을

소개해드립니다. 아래글은 서강대 영문과 교수님이신

장영희 선생님께서 ’서강주보’에 올린 글입니다.

 

조인영 알베르토 SJ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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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님의 이름 (장영희 마리아 / 영문과 교수)

 

어렸을 때 나는 내 이름 ’영희’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세대에는 너무 흔한 이름이라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한 반에 영희가 서너명씩 되는 적도 있었다. 때로는 성(姓)까지 같은 예도 꽤 있어서 ’머리 긴 영희’, ’머리 짧은 영희’, ’키 큰 영희’, ’키 작은 영희’, 하다못해 ’공부 잘하는 영희’, ’공부 못하는 영희’로까지 구별하시는 선생님도 있었다. 게다가 초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의 주인공이 영희와 철수이니, 영희가 친구 영희를 부르고 책에 나오는 영희를 공부하는 셈이었다. 그러니 나는 일곱 살 때부터 아주 중요한 철학적 명제인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의 문제에 대해 고민한 셈이다. 그나마 한자(漢字)라도 독특한 의미이면 좀 위안을 삼겠는데, 꽃부리 ’영’(英)에 계집 ’희’(姬)이니, 그것도 가장 흔하고 촌스러운(?) 의미이다. 그래서 어렸을 적에 나는 예쁘고 독특한 이름을 듣거나 책을 읽을 때 주인공의 이름이 마음에 들면 꼭 적어놓곤 했었다. 그리고는 가끔씩 그 목록을 점검하면서 내 이름을 어떻게 바꿀까 혼자 고민했다.

 

흔한 것으로 치자면 내 세례명 ’마리아’도 한 몫 한다. 일전에는 어떤 자매님이 내 세례명을 묻길래 ’마리아’라고 했더니, 반색을 하며 ’나도 마리아라우. 뿐인가, 우리 시누이, 동서, 다 마리아라우.’ 하며 반색을 했다. 그 자매님은 아마도 친교의 표시로 그렇게 얘기했겠지만, 나는 속으로 은근히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영희라는 이름이 재미없고 흔하니 세례명이라도 좀 세련되고 독특한 이름이면 좋을 텐데. 주위에 보면 스콜래스티카, 히야신시아, 플로라, 사비나, 등등, 얼마나 예쁘고 우아한 이름들이 많은 데, 하필이면 세례명까지 흔한 마리아니 말인가.

 

그런데 성모성월을 맞아 성모님에 대해 생각하다가 문득 재미있는 생각이 났다. 성모님의 이름 ’마리아’ - 그 이름도 당시에 꽤 흔한 이름이었던 것 같다. 구약에서 보면 모세의 누나 이름이 히브리어로 ’미리암’인데, 그것은 그리이스어의 ’마리아’에 해당한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신약의 네 복음서에 나오는 마리아만 해도 성모님을 포함, 모두 일곱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뿌린 마리아와 마르타의 동생 마리아, 마리아 막달레나를 모두 다른 마리아로 볼 때)이다. 그러니 성경에 나오는 여자이름 중에 ’마리아’는 단연 가장 흔한 이름이다.

 

성모님도 당신의 이름이 너무 흔하다고 생각하신 적이 있을까? 왜 하필이면 내 이름은 재미없고 독특하지도 못한 이름일까, 다른 이름으로 바꿔볼까, 생각하신 적이 있을까?

 

셰익스피어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말한다. "이름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장미’라고 부르는 것은 그 어떤 이름으로라도 여전히 향기로울 것을." 성모님은 장미와 같이 향기로운 여인이셨고, 그 어떤 이름으로라도 성모님의 향기는 여전했을 것이다.

 

나는 아주 작고 하찮은 일이라도 성모님을 닮고 싶다. 그러니 흔한 이름을 가졌다는 것도 성모님을 닮은 것이라면 얼마나 큰 영광인가. 물론 이름보다는 성모님의 향기로운 마음을 닮아야겠지만, 그건 아직 자신이 없다. 서강가족 여러분, 성모성월을 맞아 멀리 있는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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