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생확속의 복음] 예수성탄대축일-주교님들 왜 거리로 나서는가

2007. 12. 26. 오후 8:36:06

글자

[생확속의 복음] 예수성탄대축일-주교님들 왜 거리로 나서는가

 

이기양 신부(서울대교구 10지구장 겸 공동사목 오금동본당 주임)

 
"메리 크리스마스!"
 즐거운 성탄절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성당을 찾고 화려한 장식 아래 모여 예쁜 선물과 맛있는 음식으로 즐거움을 나누는 축제의 날이지요. 그런데 천주교회의 주교님이나 신부님들은 먼저 지하철역이나 사회 복지 시설로 나가 노숙자들이나 외로운 사람들과 거리에서 성탄 미사를 봉헌하고 따듯한 음식과 선물을 나누는 행사를 잊지 않습니다. 왜 평소에도 잘 하지 못하던 행사를 하필 바쁜 성탄에 빠뜨리지 않고 연중 행사 하듯이 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유는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시기 위해서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사람이 되어 오셨기 때문입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메시아가 오시는 때에 일어날 일들을 이렇게 예언했습니다. "그 때에 눈먼 이들은 눈이 열리고 귀먹은 이들은 귀가 열리리라. 그 때에 다리 저는 이는 사슴처럼 뛰고 말 못하는 이의 혀는 환성을 터뜨리리라"(이사 35,5-6).
 그렇습니다. 가장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이 위로 받고 희망을 찾는 곳이 메시아가 오실 곳이기에 사랑의 하느님을 알고 있는 성직자들은 먼저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또 예수님께서는 최후의 심판을 언급하시며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는 말씀으로 하느님을 믿는 이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분명하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예수님과 주교님들처럼 화려한 성당에서의 구유 경배 대신 거리로 나서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성탄미사를 통해 우리에게 오신 아기 예수님의 뜻을 새기고 경배 드리며 성탄의 기쁨을 나누며 삶에서 실천하면 됩니다.
 동방에서 아기 예수님께 경배 드리기 위해 출발했던 왕이 세 사람이 아니라, 네 사람이었다는 러시아의 전설이 있습니다. 그 전설을 모티브로 한 에차르트 샤퍼의 '넷째 왕의 전설'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러시아의 작은 나라를 다스리던 젊은 왕은 세상에 오실 지존하신 왕의 탄생을 알리는 별을 따라 값진 선물을 마련해 먼 여행길에 오릅니다. 별의 인도를 받아 가던 어느 날, 헛간에서 잠을 자던 넷째 왕은 그곳에서 아기를 낳게 된 거지에게 온정을 베풉니다. 그녀의 동냥주머니에 황금을 가득 채워주고, 새 왕에게 드릴 아마포를 꺼내 아기에게 가장 아름다운 강보를 마련해 줍니다. 여인은 넷째 왕을 마음의 왕으로 섬기겠노라고 약속하지요.
 1년쯤 여행을 하고 나자, 가져온 보물은 바닥이 났습니다. 아마포는 헐벗고 병든 자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따스한 모피는 동상에 걸린 자들에게 주었으며, 황금과 보석은 가난한 자와 감옥에 갇힌 자에게 주었습니다. 별마저 자취를 감추자 넷째 왕은 떠돌이 신세가 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잃고 항구에 도착한 넷째 왕은 아버지를 대신하여 그 자식을 노예로 끌어가겠다는 젊은 어머니와 자식의 비극을 마주치게 되자 선주에게 그를 대신해 노예 되기를 자청합니다. 너무나도 힘든 노예생활 때문에 두 번의 탈주를 실행하지만 실패로 30년간의 노예생활 후 폐인이 되어 부두에 버려집니다. 어머니의 유언을 따르는 아들의 도움으로 기력을 회복한 넷째 왕은 그간의 사연을 듣고 따뜻한 마음을 간직한 채 그 집을 떠납니다. 많은 인파에 섞여 도성을 향해 가던 중, 넷째 왕은 한 노파를 만나게 됩니다. 그녀는 30년 동안 변함없는 마음으로 자신을 기억해준 여자 거지였습니다. 넷째 왕은 잃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동안 간직해 왔던 '마음의 왕국'을 다시 발견합니다.
 이튿날, 넷째 왕은 오래 전부터 끊임없이 찾아 헤매었던 가시관을 쓰신 그 왕을 발견합니다. 그분이 자신의 왕이요, 모든 시대 모든 겨레의 왕이시라는 것을 분명히 깨닫게 됩니다. 그 왕은 전설에 따라 오시기로 되어 있는 분이었고 넷째 왕은 그에게 충성을 맹세하기 위해 30여 년 전 러시아를 떠났던 것이지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어 가던 왕이 그를 바라보십니다. 한 순간 더할 나위없는 행복과 평화를 느낍니다. 그 고요 속에서 심장의 고동은 멈추어 갑니다. "주님, 저에게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주님께 드리려고 준비했던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주님, 용서하소서!" 캄캄해지고 있는 그의 눈앞에, 불현듯 자신이 받은 유일한 선물인 그 여자 거지의 마음이 생각났습니다. "주님! 저의 마음을, 저의 마음을…그리고 저 여인의 마음을…우리의 마음을 받아 주시겠습니까?"
 '넷째 왕의 전설'은 구유경배 못지않게 소중한 이웃 사랑의 가치를 가르쳐 줍니다. 크리스마스는 거룩하고 아름다운 성탄 미사에 참여하여 구유에 누워 계신 만민의 왕인 예수님께 경배 드리고 선물을 나누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에 대한 나눔으로 열매를 맺어야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뜻 깊은 성탄 되십시오!
[기사원문 보기]
[평화신문  2007.12.21]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나누고 싶은 이야기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