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생활속의 복음] 대림 제1주일 - 유다인과 동방박사들의 다른 두 기다림

2007. 12. 12. 오후 7:17:47

글자

[생활속의 복음] 대림 제1주일-유다인과 동방박사들의 다른 두 기다림

 

이기양 신부(서울대교구 10지구장 겸 오금동 및 오륜동본당 주임)

 
유다인과 동방박사들은 메시아가 오시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메시아이신 예수님을 만나는 영광과 감사의 예물을 드린 사람들은 가까이 있었던 유다인이 아니라 산 넘고 물 건너 온 페르시아의 현자들이라 알려진 동방박사들이었습니다.
 왜 가까이 있었던 유다인은 수천 년 기다려온 메시아를 만나지 못한 것일까요? 더구나 그들은 헤로데가 메시아가 태어 날 곳이 어디인지를 물었을 때 "유다 베들레헴입니다"(마태 2,5)라고 답하며 메시아가 어디에서 날 것인지도 정확히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유다인은 하느님 뜻이 아니라 그들 욕심을 채워 줄 메시아를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로마를 쳐부수고 해방시켜 세계 일등 국민이 되기를 염원했기에 초라한 마굿간에서 태어나고 끝없이 용서하라는 말이나 하는 나약하기 짝이 없는 예수는 바로 그들 옆에 있어도 관심 인물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하늘의 뜻을 살피고 오실 메시아를 고대하며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준비했던 동방박사들은 그분을 직접 뵙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성탄을 준비하는 대림시기를 살면서도 유다인들과 같이 내 욕심으로 꽉 차 있다면 매년 성탄을 맞아도 곁에 계신 예수님을 만날 수 없을 것입니다. 동방박사들처럼 하느님의 뜻을 따르며 그분께 드릴 선물을 정성껏 준비한다면 오실 주님을 맞는 축복을 누릴 것입니다.
 대림 시기를 시작하는 우리에게 오늘 독서와 복음은 대림과 성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아주 잘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의 주인이 어느 날에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 그러니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마태24,42-44).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 역시 "대낮에 행동하듯이, 품위 있게 살아갑시다. 흥청대는 술잔치와 만취, 음탕과 방탕, 다툼과 시기 속에 살지 맙시다"(로마 13,13)며 오시는 주님을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고백록의 저자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방탕한 생활 중에도 어머니 모니카의 기도와 암브로시오 주교의 영향으로 명예, 결혼, 재산 등의 문제로 갈등하게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하느님께 전적으로 헌신해 살려는 소망이 불길처럼 치솟기도 했습니다. 이런 갈등 속에 정원을 산책하다가 어린이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들어서 읽어 보아라! 들어서 읽어 보아라!"
 방에 들어와 상 위에 놓인 성경을 펴보니 로마서 13장의 말씀이었습니다.
 "대낮에 행동하듯이, 품위 있게 살아갑시다. 흥청대는 술잔치와 만취, 음탕과 방탕, 다툼과 시기 속에 살지 맙시다. 그 대신에 주 예수 그리스도를 입으십시오. 그리고 욕망을 채우려고 육신을 돌보는 일을 하지 마십시오"(13-14절).
 아우구스티노는 이 말씀을 통해 진리이신 하느님을 체험하게 되고 일생을 맴돌았던 의문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확신의 광명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하느님을 체험한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참회의 일생을 통해 하느님 안에 살아갈 결심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대림의 완성인 성탄입니다. 예수님을 만나 한 순간에 내 전 존재가 바뀌어 지는 것, 곁에 계신 주님을 깨달아 하느님의 사람으로 새로 태어나는 순간이 바로 성탄이지요. 예수님을 만나면 그 전에 내가 추구했던 모든 것의 가치가 없어져 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주시는 참 평화와 자유에 감사드리며 기쁨과 소망에 찬 삶을 새롭게 시작하게 되는 것입니다.
 대림 시기는 내 욕망에 가려 볼 수 없었던 주님을 만나기 위해 욕심 덩어리들을 씻어내고 곁에 계신 하느님을 깨달아가는 시기입니다. 세상 사람들처럼 성탄절을 맞아 송년회다 망년회다 하며 술에 취해 방탕하게 산다면 오신 주님을 만날 수 없을 것입니다. 동방박사들처럼 하느님 뜻을 헤아리며 준비하는 이들만이 주님을 만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기사원문 보기]
[평화신문  2007.12.01]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나누고 싶은 이야기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