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부터 주일 아침까지 머리가 너무 복잡했습니다.
컴퓨터 하드웨어가 돌아가듯 짧은 그 이틀 동안 긴장감에 머리를 얼마나 돌렸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주일 교중미사가 끝난 뒤, 마치 엄청난 연주회를 치룬 듯 허탈과 피로가 몰려왔습니다.
아시고 계시듯이 어제 주일부터 전례안에서 우리 성가대에 새로운 시도가 두 가지가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전례안에서 새로운 것이 도입될 때는 본당 공동체 안에서 좋아하는 찬성의 마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기에 가능하면 물 스미듯이 자연스럽게 전례안에 도입되도록 엄청 많은 신경을 쓰게 됩니다.
더욱이 4성부의 그레고리안 화답송과 떼제 기도의 악기와 깐또르 연주는
춘천교구는 물론 전국의 어느 본당에서도 그 예를 찾아볼 수 없는 앞장선 발걸음이기에
저의 긴장은 더욱 컸습니다.
몇 주 동안 머릿속으로 화답송과 떼제노래 연주를 아마 천번은 불렀을 것입니다.
....
그런데..
금요일 소프라노 연습을 마칠 때까지도 아녜스 자매님 근무로 못나올 것이라는 것만 알았는데
토요일날 성당에 갔다가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글라라씨 말씀이 소프라노가 3분이나 빠지신다고 그러더군요.
정말 미치곘더군요.
서울로 올라가는 도중 몇군데 연락했지만
아네스씨만 근무 중간에 외출해서 미사참례만 해보겠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그 때의 심정을 말로 표현하지는 않겠지만
정말 만감이 교차하였습니다.
어떤 심정이었을지 아마 말 안해도 이해하실거라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성가연습을 하고 미사 성가를 하면서도 온통 생각은 청호동에 와 있었습니다.
분심속에 그렇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막상 주일에 와보니
더 가관인것은 알토마저 단 두분뿐이었습니다.
내가 이러다 제 명에 못살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간 생략>.. 생각하면 또 혈압이 올라서.
마치 생방송 특별 공연에
배우가 예고 없이 불참한 겁니다.
아니면 하루 전에 통보한 겁니다.
그럴 때 공연 기획자나 감독의 마음을 짐작해보십시오.
더도 덜도 말고 꼭 그런 상황입니다.
물론 결석할 수 밖에 없었던 개인적 상황들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해합니다. 충분히..
하지만..
배려를 말하는 것입니다.
지휘자에 대한 배려
성가대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배려
본당 공동체에 대한 배려를 말하는 것입니다.
지휘자로써 매우 섭섭함을 전하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같이 해주신 보나, 아녜스님께 마음으로부터의 감사를 전합니다.
오랫동안 제 가슴속에 따뜻함으로 자리할 것입니다.
어려운 시도 같이 해주신 단원들, 그리고 악기 연주해주신 두분, 깐또르 해주신 분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 감사보다도 더 큰 은총을 주님께서 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지휘자로써 정말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