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편지-물망초

2006. 10. 4. 오후 5:12:20

글자
 
 
 
980호(2006.10.04)

 
* <중한 맹세> -율촌 함묵헌-
 
 

술먹지 말자 하고
 
중한 맹세하였건만
 
잔 잡고 굽어보니
 
맹세가 술에 둥둥 떴다
 
아이야
 
잔 가득 부어라
 
맹세풀이 하리로다.
 
 
 
 
 
 
 
 

*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자주 옷을 빨면 쉽게 해진다는 말에
 
빨려고 내놓은 옷을 다시 입는 남편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일어나야 할 시간인데도 곤히 자고 있는 남편을 보면서
 
깨울까 말까 망설이며

몇번씩 시계를 보는 아내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꽃 한 송이 꺽어다 화병에 꽂고 싶지만
 
이제 막 물이 오르는 나무가 슬퍼할까

꽃만 쓰다듬다 빈손으로 돌아오는 딸아이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옷가게에 가서 어울리지 않는 옷 한번 입어 보고는
 
그냥 나오지 못해 서성이며

머리를 긁적이는 아들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봄비에 젖어 무거워진 꽃잎이 불어오는 바람에 떨어질까 봐

물기를 조심스럽게 후후 불어내는 소녀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해 버린 그 한마디 말 때문에
 
헤어지고 싶지만 떠나지 못한 채
 
약속 장소로 향하는 여인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아이의 거짓말에 회초리를 들었지만
 
매 맞는 아이보다 가슴이 더 아파 회초리를내던지고
 
아이를 끌어안는 어머니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가볍게 업을 수 있지만 업어 주면 몸이 더 약해져
 
다시는 외출을 못하실까 봐

등굽은 어머니의 작고 힘겨운 보폭을 맞추어 걷는

아들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 <누가 변한건가?>
 
 

우리 남편은요, 결혼 전에는 너무 너무 잘해줬어요.

눈쌓인 길을 걸을 땐 앞에서 눈을 치우면서 나를 인도하고
 
좀 춥다싶으면 옷을 벗어서 걸쳐 주고...  감동 그 자체였죠.

그리고, 분식점에서 라면을 같이 먹다가 젓가락을 앞에 세우고는

"자기야 어디있니? 안보여."라고 하며
 
젓가락 좌우로 고개를 돌려보며

젓가락 뒤에 숨은 내 얼굴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쓰곤 했죠.

결혼한 지 몇년이 지난 후,

며칠 전에 같이 집으로 가던 길에
 
예전 생각이 나서 내가 전봇대 뒤에 숨어서
 
자기에게 물어봤어요.

"자기야 나 보이니?"
.
.
.
.
.
.
.
.
.
.
.

자기 왈:  "배꼽 빼고 다 보인다."
 
 
 
 
 
 
 
 
 
"우리는 1년 후면 다 잊어버릴 슬픔을 간직하느라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을 버리고 있습니다.

소심하게 굴기엔 인생은 너무나 짧습니다(카네기)."
 
 
 
 
 
 

안전운전하시고

즐겁고 좋은 한가위 되세요.
 
 
 
 
 

♬ 김윤-Colors of you
 
 

* 음악 안 들리시면 아래 사이트에 등록하시어 참조
 
 

. http://www.catholicpusan.or.kr -- 인터넷성당의 사제의 창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