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열며(10/3)

2004. 11. 3. 오후 4: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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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1월 3일 연중 제31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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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독서 필립 2,12-18
내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내가 함께 있을 때에도 언제나 순종하였거니와 그때뿐만 아니라 떨어져 있는 지금에 와서는 더욱 순종하여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여러분 자신의 구원을 위해서 힘쓰십시오. 여러분 안에 계셔서 여러분에게 당신의 뜻에 맞는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켜 주시고 그 일을 할 힘을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불평을 하거나 다투지 마십시오. 그리하여 여러분은 나무랄 데 없는 순결한 사람이 되어 이 악하고 비뚤어진 세상에서 하느님의 흠 없는 자녀가 되어 하늘을 비추는 별들처럼 빛을 내십시오.
생명의 말씀을 굳게 지키십시오. 그래야 내가 달음질치며 수고한 것이 헛되지 않아 그리스도의 날에 자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바치는 믿음의 제사와 제물을 위해서라면 나는 그 위에 내 피라도 쏟아 부을 것이며 그것을 나는 기뻐할 것입니다. 아니 여러분과 함께 기뻐할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기뻐하십시오. 나와 함께 기뻐하십시오.


복음 루가 14,25-33
그때에 예수께서 동행하던 군중을 향하여 돌아서서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나에게 올 때 자기 부모나 처자나 형제 자매나 심지어 자기 자신마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그리고 누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너희 가운데 누가 망대를 지으려 한다면 그는 먼저 앉아서 그것을 완성하는 데 드는 비용을 따져 과연 그만한 돈이 자기에게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지 않겠느냐? 기초를 놓고도 힘이 모자라 완성하지 못한다면 보는 사람마다 ' 저 사람은 집짓기를 시작해 놓고 끝내지를 못하는구나!' 하고 비웃을 것이다.
또 어떤 임금이 다른 임금과 싸우러 나갈 때 이만 명을 거느리고 오는 적을 만 명으로 당해 낼 수 있을지 먼저 앉아서 생각해 보지 않겠느냐? 만일 당해 낼 수 없다면 적이 아직 멀리 있을 때에 사신을 보내어 화평을 청할 것이다.
너희 가운데 누구든지 나의 제자가 되려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버려야 한다."





어제 순례 오신 분이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신부님, 저 떨어진 낙엽들이 너무나 보기 좋지 않아요? 저는 바닥에 떨어진 저 낙엽의 색깔도 좋고요, 특히 저 낙엽들을 밟을 때면 기분이 너무나 좋아져요.”

이 말에 저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이렇게 감성적으로 젖어드는 그 분께 차마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지만,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요.

‘매일 매일 이 낙엽들을 쓴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지겨운지…….’

흙 위에 떨어진 낙엽들이야 흙과 어우러져 멋지게 보입니다. 하지만 보도블록에 떨어진 낙엽들은 어제처럼 비가 오게 되면 바닥에 붙어서 너무나 지저분해지거든요. 그래서 아침마다 일어나서 1시간 이상을 낙엽 쓰는 일에 소비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낙엽들을 보면서 “우와~~ 보기 좋다. 색깔도 너무나 예쁘고, 낙엽 밟을 때의 기분도 Good 이야.”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며칠 전, KBS 방송국에 라디오 프로 녹음을 위해 갔습니다. 그리고 제가 녹음하는 스튜디오에 가기 위해 텔레비전 공개방송을 하는 홀 앞을 지나가는데요. 그 순간 그 홀에서 마침 쇼 프로의 안무를 마친 아가씨들이 무리를 지어 나오는 것입니다. 순간 제 주위는 키도 크고 멋진 몸매를 가진 아가씨들로 가득 찼습니다.

세상의 멋진 아가씨는 모두 이 복도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자리가 있기 싫었습니다. 아니 괴롭다는 표현이 맞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몸에서 나는 화장품과 향수 냄새가 너무나 진했거든요. 강화도 촌구석에서 화장품도 바르지 않고 생활하는 저이기에 이러한 인공적인 냄새는 너무나도 낯설었습니다. 물론 그 아가씨들은 자신에게 좋은 냄새가 나길 바라면서 향수와 화장품을 이용했겠지요. 하지만 저 같이 시골에서 살면서 자연의 냄새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그 냄새가 결코 좋은 냄새로 풍기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어떤 이에게는 너무나 좋은 것이 다른 이에게는 최악의 것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이런 차이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의 기준을 먼저 드러내는데 최선을 다하는 우리들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나를 드러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대신 자기를 버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라고 말씀하시지요.

“누구든지 나의 제자가 되려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버려야 한다.”

예수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자기를 버리고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나의 모습은 얼마나 주님의 제자다운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나만을 드러내려는 이기적인 마음들로 인해, 사람들 사이에 있는 차이점들도 극복하지 못하는 우리들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 주님의 제자라고 불릴 자격조차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고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그렇게 살지 못한 내 자신에 대한 반성과 함께, 다시 한 번 내가 아닌 주님을 드러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세속적인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버리면서…….


내가 집착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만이라도 버리도록 노력합시다.



백범 김구-한 걸음도 어지럽지 않게 하라

백범 김구 선생이 즐겨 쓰던 단문 중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는 한 걸음도 어지럽지 않게 하라. 오늘에 내가 남긴 발자국은 뒤 따라 오는 이의 길이 될 터인즉."

그렇습니다. 눈 길을 걸을 땐 조심해야 합니다. 길이 눈으로 덮인 곳에서는 처음 걸어가는 사람의 발자국이 길이 될 터이니까요. 앞서간 사람들의 발자국이 어지럽거나 그 길이 잘못된 곳으로 향하는 경우에는 뒤따라가는 사람들도 그 발자국을 따라가다 결국에는 길을 잃고 헤매거나 죽음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한걸음도 어지럽히지 않는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댓글 1

  • 2004년 11월 3일 오후 10:18

    한걸음도 어지럽히지 않는 하루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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